[기자의눈] 일(日)로 바빠진 기업인, 한가한 정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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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편집시간 : 2019년 08월 24일 18:31:48
    [기자의눈] 일(日)로 바빠진 기업인, 한가한 정치인
    재계,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조치로 대책 마련 고심 커져
    정부·국회, 반일감정 자극 등 말의 향연...행동 의지 없어
    경제살리기 공언했던 그들, 기업과 기업인들의 고통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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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 2019-07-22 07:00
    이홍석 기자(redstone@dailian.co.kr)
    재계,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조치로 대책 마련 고심 커져
    정부·국회, 반일감정 자극 등 말의 향연...행동 의지 없어
    경제살리기 공언했던 그들, 기업과 기업인들의 고통 외면


    ▲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이 21일 오후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출국하고 있다.ⓒSK하이닉스

    기업인들이 일로 바빠졌다. 일(業)이 많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일(日) 때문이다. 일본 정부의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종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로 기업인들의 행보가 바빠지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강화 조치(4일)가 이뤄진 후 사흘만인 지난 7일 출국해 12일까지 5박 6일간 일본 출장을 다녀왔다.

    현지 재계와 금융계 인사들을 만나 일본 정부의 이번 조치의 의도를 파악하며 향후 대응책 마련을 모색했다. 출장에서 돌아오자마자 주말인 13일 반도체·디스플레이가 주축인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사장단을 긴급 소집해 회의를 갖고 비상계획 마련을 지시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도 지난 16일 김동섭 SK하이닉스 대외협력총괄 사장에 이어 21일에는 최고경영자(CEO)인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이 일본으로 출국했다. 일본 현지 협력사 관계자들을 만나 반도체 원자재 수급 관련 논의를 하며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강화 가능성에 대비한 대응 방안도 발빠르게 모색하는 분위기다.

    이러한 바빠진 기업인들의 행보와 달리 정치인들의 모습은 사뭇 다르다. 이번 사안이 정치외교적 문제에서 촉발된 것임에도 바빠진 것은 기업인들로 정치인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문제 해결에 몸보다 입이 앞서는 나토(NATO·No Action, Talk Only)족의 모습이다.

    특히 일본 정부가 3종 핵심 소재 수출 규제 강화 조치에 이어 한국을 우방국 명단인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겠다고 고시한 상태다. 이달 말을 전후로 각의(국무회의)의 의결과 공포를 거쳐 내달 중순에는 시행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

    이 경우, 국내 산업과 기업들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질 것이라는 게 경제계의 시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반일감정을 자극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국회도 제대로 된 대책을 논의할 의지가 없어보인다. 정치인들답게 행동보다는 말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다.

    이번 사태로 고통이 커지고 있는 경제인들의 목소리도 듣고 싶은 부분만 듣는 모양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와 관련해 지금은 (기업이) 최선을 다해 대통령이 대처하도록 도와야 할 때"라고 말한 것에 대해 존경의 의사를 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더 신중히 살폈어야 하는 말은 그 다음에 있었다. 박 회장은 “기업들이 최선을 다해 대처하려면 정부와 국회가 전폭적으로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던 것이다. 박 회장을 존경하다던 그가 왜 이 발언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었는지 궁금하다.

    ▲ 이홍석 산업부 차장대우.
    글로벌 시장에서는 총성없는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세계 각국의 무역 전쟁 속에서 기업들간 경쟁도 끝없이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국내 기업과 기업인들의 고통스러운 노력도 커지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기회가 있을때마다 경제를 살리는데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지금 그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이제 정부와 정치권이 이에 대한 답을 스스로 내놓아야 할 때다.[데일리안 = 이홍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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