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피해자다움'에 고통받는 강지환 사건 피해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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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편집시간 : 2019년 08월 26일 16:04:05
    [기자의 눈] '피해자다움'에 고통받는 강지환 사건 피해자들
    가해자 아닌 피해자에 화살 돌리는 악성 댓글러
    근거 없는 루머 휩싸여…2차 피해로 정신적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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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 2019-07-21 07:00
    부수정 기자(sjboo71@dailian.co.kr)
    가해자 아닌 피해자에 화살 돌리는 악성 댓글러
    근거 없는 루머 휩싸여…2차 피해로 정신적 충격


    ▲ 준강간 혐의로 긴급체포된 배우 강지환이 12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출석을 위해 경기도 성남시 분당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무언가 찜찜한 사건 전개", "강지환도 쓰레기이지만 여자들도 이해가 안 간다", "만취한 남성 혼자 사는 집에 왜 잠을 잤는 지 이해하기가 힘들다."

    여성 외주 스태프 성폭행과 성추행으로 구속된 배우 강지환(본명 조태규·42) 관련 기사 댓글이다. 가해자보다 피해자인 두 여성을 비판하는 댓글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강지환은 지난 9일 A씨와 B씨 등 외주 스태프 여성 2명과 경기 광주시 오포읍 자택에서 술을 마신 뒤 이들이 자고 있던 방에 들어가 A씨를 성폭행하고 B씨를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다. 긴급 체포된 그는 결국 구속돼 검찰에 넘겨졌다.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던 강지환은 범행 이후 엿새 만에 변호사를 통해 혐의를 인정했다. 상처를 입은 피해자들에게 머리 숙여 사죄한다며 죗값을 달게 받고 속죄하며 살겠다는 게 요지다.

    강지환이 혐의를 인정했는데도 강지환 관련 기사 댓글에는 여전히 피해자들을 비판하는 댓글들이 많다. 이들은 기사를 통해 이번 사건을 추측하고 결론을 내린다. 여자들이 왜 남자 집에 갔으며, 왜 112 신고를 못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여성 두 명의 신고 과정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사건이 이상하다고 주장했다.

    경찰에 따르면 강지환은 소속사 직원들과 회식을 한 뒤 2차로 두 사람과 술자리를 가졌다. A씨는 오후 9시 41분에 친구에게 휴대전화로 '탤런트 강지환의 집에서 술을 마셨는데 지금 갇혀있다'며 신고를 부탁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왜 감금을 주장하면서 바로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느냐'는 반문과 두 여성이 금전적 이득을 위해 강지환을 음해했다는 추측이 나왔다.

    이 같은 억측에 대해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인 박지훈 변호사는 14일 채널A와 인터뷰를 통해 "강씨 자택에서 피해자들의 휴대전화가 발신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며 "특정 통신사만 발신이 되고, 다른 통신사는 터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피해자 측은 가장 먼저 112에 전화를 걸었으나 연결에 실패했으며, 피해자 중 1명의 휴대전화에는 강지환의 소속사 측 관계자를 포함해 지인들에게 13차례 발신을 시도한 기록이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률대리인은 "화이브라더스 측 관계자가 계속 전화를 하는데 왜 전화가 안 되냐고 하니까 피해자들이 전화가 안 터진다고 얘기하는 답변이 있다"라며 "개방형 와이파이를 이용해 지인에게 SNS 메시지로 도움을 요청했고, 연락을 받은 지인이 경찰에 신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준강간 혐의로 긴급체포된 배우 강지환이 12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출석을 위해 경기도 성남시 분당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이 보도와 관련된 댓글은 가관이다. "웃기고 있네", "냄새가 이상하다", "여자들이 무슨 의도로 남았는지 수사해서 밝혀야 한다" 등 또다시 피해자들을 비난하는 반응이었다.

    피해자들은 한 매체를 통해 직접 서면 인터뷰를 가졌다. 이들은 "강지환 집은 외진 곳에 있어 휴대폰이 통신사가 제대로 연결되지 않았다. 당연히 112에 신고하려 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계속된 시도 끝에 겨우 암호가 설정되지 않은 와이파이가 잡혔고, 카카오톡과 보이스톡 등으로 지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들은 "우리는 가해자인 강지환과 갑을 관계에 있는 20대 여성들로서 업무의 연장선상인 회식에 참여했다가 이런 피해를 당했다. 우리는 꽃뱀이 아니라 성범죄 피해자다. 판결이 날 때까지 악성댓글이나 근거 없는 추측은 자제해주길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피해자들의 호소가 담긴 기사에도 몇몇 누리꾼은 "왜 남자 집에서 잤냐"며 피해자들에게 화살을 돌렸다.

    지난 15일 방송된 KBS 1TV '뉴스7'는 강지환의 가족이 피해자의 소속 업체를 통해 피해자 접촉을 시도, 이 과정에서 합의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준다는 암시가 있었다고 내용도 보도했다.

    피해자들은 사건 범행으로 인한 정신적 충격 또 2차 피해로 인한 정신적 충격 때문에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호받아야 할 피해자들이 왜 사건에 대해 해명해야 할까. 피해자들은 성폭행 상처뿐만 아니라 협박, 근거 없는 루머에 시달려야 했다. 악성 댓글러들은 "나라면 이렇게 했을 것이다", "피해자라면 이렇지 않을까" 등 피해자라면 마땅히 이렇게 했을 것이라는 기준인 이른바 '피해자다움'을 내세우며 의심한다.

    성폭력 피해자에게 씌워지는 굴레다. 강지환 사건에서도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시각은 존재했다. 상처뿐만 아니라 '피해자다움'과도 싸워야 하는 피해자들의 아픔은 어떻게 보상받을까.[데일리안 = 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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