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혹감 역력…추경·상임위 전략 다시 수립해야
민주당 '황교안 가이드라인' 원인으로 지목
당혹감 역력…추경·상임위 전략 다시 수립해야
민주당 '황교안 가이드라인' 원인으로 지목
더불어민주당이 자유한국당과 국회 정상화에 전격 합의했으나 합의문이 발표된 지 불과 2시간만에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의원총회에서 추인에 실패해 '무효화'를 선언하면서다.
이인영 민주당·나경원 한국당·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24일 국회에서 비공개 회동을 열고 국회 정상화에 합의, 이날 오후 3시30분께 합의문을 공개했다.
나 원내대표는 합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대한민국 정치가 적대 정치였다면 이제 공존의 정치를 시작할 수 있지 않나 싶다"며 "이인영 원내대표의 결단에 감사드린다"고 환영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 원내대표는 합의 직후 가진 의원총회에서 당소속 의원들의 강한 반발에 직면했고, 결국 오후 5시40분께 추인 거부라는 예상치 못한 결론을 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적잖은 당혹감이 드러났다. 이 원내대표는 "한국당 안에서 나 원내대표의 합의를 뒤집는 것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당초 민주당은 이날 합의를 통해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예결위 위원장을 선출할 계획이었다. 이어 28일부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추경 심사를 시작하고, 7월 1~3일 교섭단체 대표연설, 8~10일 대정부 질문을 거쳐 곧바로 추경안과 법안을 본회의 상정 등을 구상했다.
한국당 내부 기류가 강경노선으로 돌아서면서 민주당의 추경 처리는 '타이밍'을 놓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날 이낙연 국무총리 시정연설로 추경안 심사가 형식상 첫 발을 뗐지만, 한국당의 협조 없이는 예산 심사를 진행하기 어렵다.
아울러 한국당이 국회 상임위 전면 복귀를 철회하고 인사청문회 등 선별적 복귀로 돌아서면서 상임위별 대응 전략도 다시 세워야 상황이 됐다.
민주당은 한국당과 다시 협상에 나가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원내대표는 향후 추가 협상과 관련해 "한국당 상황이 먼저 정리된 뒤 판단할 문제인 것 같다"며 "우리는 법적 정상화의 길을 이미 시작했기 때문에 상임위 활동을 정상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본회의 개최와 관련해선 "법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상황을 봐가면서 하겠다"라고 말했다.
또 협상 파트너인 나 원내대표에 대한 비난은 자제하고 있다. 이 원내대표는 "합의서를 뒤집는 건 국회 정상화를 바랐던 국민의 여망을 정면 배반한 것"이라면서도 "나 원내대표는 최선을 다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도 "민주당이 굉장히 양보한 것인데 왜 부결됐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사실 나 원내대표는 하실 만큼 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에선 한국당의 추인 불발이 '협상파'와 '강경파'의 대립에 따른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민주당 한 의원은 "우리도 야당을 해봤지만 이번 합의문이 한국당에게 복잡한 판단을 요하는 합의문인 건 사실"이라며 "5·18 특별법도 그렇지만, 강경파와 중도파, 협상파 사이의 중간에 걸려있다"라고 했다.
또 민주당에선 협상 과정에서 한국당이 협상 전권을 쥔 것 같지 않다는 목소리가 여러 차례 나왔다. 일각에선 그 원인으로는 '황교안 가이드라인'을 지목했다.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나 원내대표가 이번 사안에 불신을 받았다고 봐야 한다"며 "그만큼 한국당이 황 대표를 중심으로 강하게 국회 정상화에 대한 반대 의견이 있는 것 같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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