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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동, 고액 강연료인가 2차 가해인가


입력 2019.06.06 05:00 수정 2019.06.06 02:13        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의 이슈분석> 스타급 연예인 굳이 공공기관에서 불러 행사해야 하냐가 문제

<하재근의 이슈분석> 스타급 연예인 굳이 공공기관에서 불러 행사해야 하냐가 문제

ⓒ류영쥬 기자 ⓒ류영쥬 기자

김제동이 고액 강연료 논란에 휩싸였다. 대전 대덕구청에서 오는 15일에 진행하는 청소년과 학부모 대상 90분 강연회의 강사로 김제동을 섭외했는데 강연료가 1550만 원이라는 것이다. 대덕구의회 한국당 소속 구의원들이 강력히 반발해 논란이 시작됐다.

한국당 구의원들은 “재정자립도 16%로 열악한 대덕구가 높은 강연료를 주는 것은 비상식적인 일”이라며 시민단체 출신 구청장이 일부러 ‘좌편향적인 방송인’인 김제동을 뽑은 거 아니냐고 했다.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은 SNS에 “강사료를 시간당으로 계산하면 775만원. 알바생 1,856명을 한 시간씩 고용할 수 있는 돈”이라며 강사료를 알바에게 주라고 했다. 자유한국당 대전시당은 김제동 강사료가 “결식 우려 아동급식을 3875번”할 수 있는 돈이라고 비난했다. 인터넷에서도 고액 강연료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일각에선 1550만 원이 사전공연까지 포함한 행사 전체 예산이라며 강연료 1550만 원은 오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설사 정말로 강연료가 1550만 원이라고 해도, 그게 특이한 액수일까?

강연료라고 하니까 헷갈린다. 연예인 행사 출연료라고 하면 간단히 정리된다. 연예인 입장에서 지방 가서 소화하는 일은 모두 지방 행사다. 섭외 받고 가서 악수를 하건, 노래를 하건, 강연을 하건, 모두 행사인 것이다. 스타급 연예인 행사 출연료는 천만 원에서 수천만 원까지 올라간다. 가수들은 노래 몇 곡 부르고 수천만 원을 받기도 한다. 김제동 정도 되는 스타급 연예인이 90분 지방 행사에 1550만 원 받는다고 하면 많은 액수는 아니다.

그러니까, 김제동 출연료 자체는 문제가 아닌데 그런 거액을 받는 스타급 연예인을 굳이 공공기관에서 불러서 행사를 해야 하느냐는 문제가 있다. 이 부분은 차후에 공공기관에서 고민해볼 일이다. 이번 강연회의 경우는 만약 강연회 규모가 커서 콘서트 같은 느낌이라면 예산을 투입할 만 하다. 그렇지 않고 일반적인 강의실에서 소규모 인원만의 강의라면 연예인까지 부른 건 오버다. 그런데 지금 공개된 포스터를 보면 사전 공연까지 있어서 이 정도라면 콘서트 느낌의 대형 행사일 가능성이 있다.

구청장이 김제동을 뽑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이것이 대덕구가 지난 해에도 진행한 행사인데 그때 청소년과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 김제동을 초청해달라는 여론이 가장 컸다고 한다. 그래서 김제동을 섭외했다는 것이다.

한국당에서 이 문제를 그냥 일반적인 공공기관의 연예인 행사 문제로 제기했으면 의미 있었을 것이다. 여러 지자체에서 연예인 초청 행사를 하는데 과연 바람직한지 의문이다. 그렇지 않고 김제동만을 콕 집어서 문제 삼은 것에서 김제동에 대한 적의가 느껴진다. 스타급 연예인 출연료가 원래 비싼데 갑자기 김제동에게만 알바 시급, 결식아동 급식비와 비교하며 압박하는 것도 악의적이다.

보수정당 계열에선 그 전부터 김제동의 KBS 출연료를 문제 삼았었다. ‘오늘밤 김제동’에서 김제동이 회당 350만 원을 부당하게 받아간다는 식이다. 이 경우도 그렇다. 김제동 정도 되는 스타급 연예인 진행자의 출연료로 350만 원이면 많은 금액이 아닌데도 엄청난 액수인 것처럼 비난했다.

김제동은 기존 보수 정권 당시 블랙리스트 피해자로 알려졌다. 인기 예능인이었던 그는 당시 TV 활동을 못했다. 그로 인한 피해가 막심할 것이다. 그때 정상적으로 활동했으면 지금 그의 출연료 수준이 더 올라갔을 수도 있다. 한국당은 보수 정권의 후신으로 김제동에 대한 가해자 입장이다.

그렇다면 사죄하고 김제동이 당한 피해 보상에 나서야 한다. 그러기는커녕 아직도 김제동의 활동을 사사건건 문제 삼으며 정상적인 출연료마저도 공격하는 것은 잘못을 반성하지 않는 태도다. 밥줄을 위협하는 2차 가해를 가하는 것이다. 봉준호, 송강호까지 포함됐다는 보수정당 블랙리스트는 정말 어처구니없는 잘못이었는데, 아직도 반성하지 않는 듯한 모습이 아쉽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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