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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집단체조 본뒤 '혼쭐'…北주민 고통만 커지나


입력 2019.06.05 12:00 수정 2019.06.05 12:56        이배운 기자

개막공연 후 작품 내용·형식 지적…'태도 심각하게 비판, 과업 제시'

전문가 "내용 긴급개선 이뤄질듯…혹독한 강행훈련 예상"

태영호 "아동착취 자행되는 집단체조 보이콧해야…정권 잔혹성 드러내"

개막공연 후 작품 내용·형식 지적…'태도 심각하게 비판, 과업 제시'
전문가 "내용 긴급개선 이뤄질듯…혹독한 강행훈련 예상"
태영호 "아동착취 자행되는 집단체조 보이콧해야…정권 잔혹성 드러내"


북한 집단체조 공연장면 ⓒ고려투어 홈페이지 북한 집단체조 공연장면 ⓒ고려투어 홈페이지

북한이 지난 3일 평양 5·1경기장에서 대집단체조 '인민의 나라' 개막공연을 진행한 가운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혹평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강제적으로 집단체조에 참가한 주민과 아동들의 고통이 가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4일 "최고령도자 동지께서는 공연이 끝난 후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창조 성원들을 부르시어 작품의 내용과 형식을 지적하셨다"며 "그들의 그릇된 창작·창조 기풍, 무책임한 일본새(일하는 태도)에 대하여 심각히 비판하셨다"고 전했다.

통신은 이어 김 위원장이 "사회주의문화건설에서 문학예술부문의 창작가, 예술인들이 맡고 있는 임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하셨다"며 "당의 혁명적인 문예정책들을 정확히 집행·관철해나가는 데서 나서는 중요한 과업들을 제시하셨다"고 덧붙였다.

북한에서 최고지도자의 발언은 절대적인 위력을 발휘한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공연을 '심각하게 비판'하고 '과업들을 제시'했다는 점에 비쳐 공연 내용의 일부 변경과 그에따른 참가자들의 강도 높은 재연습이 불가피해 보인다는 우려를 내놨다.

김흥광 NK지식인연대대표는 "김 위원장이 특정한 부분을 지목했다면 해당 파트의 담당자와 참가자들은 거의 죽어나갈 것"이라며 "특히 최고지도자가 이례적인 질타를 퍼부은 만큼 참가자들 내부적으로 긴장감도 상당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또 북한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지적을 받은 책임자들은 충성경쟁 차원에서라도 공연 내용을 개선하기 위해 강도 높은 수정작업에 돌입할 것"이라며 "이미 공연 일정이 시작됐으니 휴식시간을 쪼개서라도 혹독한 강행 훈련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 된다"고 관측했다.

북한의 어린 무용수들이 집단체조 공연에 참가하는 모습 ⓒ고려투어 홈페이지 북한의 어린 무용수들이 집단체조 공연에 참가하는 모습 ⓒ고려투어 홈페이지

집단체조는 주민 수만명을 동원해 체조·춤·카드섹션을 벌이는 대규모 공연으로, 아동들이 강제로 동원되고 땡볕 아래서 장시간 혹독한 훈련을 받아야 하는 등 '인권유린'의 온상이라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참가자들은 용변 활동도 통제 당하는 탓에 방광염에 걸리는 사례가 속출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아동 참가자들의 성장 방해 및 학업 중단도 중대한 인권 문제로 꼽힌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는 지난달 노르웨이에서 개최된 오슬로 자유포럼에서 "집단체조는 북한 정권의 잔혹성을 드러내는 또 다른 예"라며 "아동착취가 자행되는 집단체조 관광을 보이콧해야 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태 전 공사는 이어 "집단체조에 참가하는 어린이들은 끔찍한 영양부족과 강제노동에 시달린다"며 "6~9세 어린이들이 6개월간 학교에도 가지 못하고 강제로 연습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김흥광 대표는 "평양에 있는 모든 건강한 학생들이 집단체조의 강제동원 대상이 된다"며 "부유층 부모들은 자신의 자녀를 '후방조'로 빼기위해 인맥과 뇌물을 동원한다"고 말했다. 후방조는 물품 보급을 담당하거나 소지품을 지키는 등 공연에 직접 참가하지 않고 보조하는 역할 등을 일컫는다.

한편 집단체조는 1회당 3억원 가량의 수익을 올리는 북한 당국의 주요한 외화벌이 수단이자 대북제재회피 수단으로 꼽힌다.

북한 전문여행사 '고려투어'에 따르면 이번 공연의 티켓 종류는 VIP석·1등석·2등석·3등석 등 4가로, 가격은 각각 800유로(107만원), 500유로(67만원), 300유로(40만원), 100유로(13만원)에 달한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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