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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O 문재인정부 2년] 도마에 올린 병역특례, 어떻게 잘라야 하나


입력 2019.05.04 06:00 수정 2019.05.05 07:26        데일리안 스포츠 = 김태훈 기자

일부 사례에 폭발한 여론 의식한 정부 기관, ‘폐지 방안’까지 검토

스포츠선진국 지향한다는 문재인정부, 중립적-전문적 자세 견지해야

2018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야구대표팀. ⓒ 연합뉴스 2018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야구대표팀. ⓒ 연합뉴스

‘면탈 수단으로 악용됐다’는 분노와 상대적 박탈감의 거센 물결을 타고 병역특례제도는 그 존폐를 가를 도마에 올려졌다.

병역법 제33조의7 제1항에 따르면, 병무청장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예술·체육 분야의 특기를 가진 사람으로서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추천한 사람을 예술·체육 요원으로 편입할 수 있도록 한다.

체육(예술)요원의 병역특례는 1973년 제정될 당시 '국위선양 및 문화창달에 기여한 예술·체육 특기자에 대해 군복무 대신 예술·체육요원으로 복무하게 하는 제도'로 출발했다. 당시에는 군복무 기간이 33개월인 데다 병역자원이 넘쳐났고, 병역특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된 때였다.

시간이 흘러 1990년부터는 올림픽 메달,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대상이 축소되어 현 체제에 이르렀다. 최근 병역특례를 받게 된 체육 요원들은 손흥민(토트넘) 등 총 42명(2018 아시안게임 금메달). 4주간 기초군사훈련을 받고 사회복무요원으로 34개월간 의무복무 및 544시간의 특기봉사활동을 수행, 병역 의무를 마치게 된다.

2018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기여한 손흥민.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2018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기여한 손흥민.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처럼 병역특례제도는 예술·체육 특기자가 정해진 대회에서 기준 이상의 성과를 달성하면 ‘경력단절’ 방지 등을 위해 병역을 면제하는 대신 봉사활동을 하게 한다. 하지만 병역면탈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병역자원도 급감한 데다 형평성과 공정성이라는 시대적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는 만큼, 제도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물론 병역특례제도 이슈는 아시안게임, 올림픽을 치르고 나면 매번 등장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전과는 급이 다르다. 2018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에서 특정 선수에게 병역면제라는 특혜를 주기 위해 공정하지 못한 선발이 이루어졌다는 논란이 시발점이 됐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과 병무청 인터넷 게시판 등에는 “일부선수들은 스포츠를 통해 국가의 위상을 드높이는 것보다 자신의 군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 중요했을 것”이라는 주장과 함께 병역특례제도 폐지 의견이 빗발쳤다.

폭발한 여론에 지난 1월 도종환 당시 문체부 장관은 엘리트 체육계 혁신안을 발표하면서 "병역특례와 메달리스트에게 지급하는 연금제도를 축소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국방부와 병무청, 문화체육관광부는 테스크포스(TF)를 구성, 제도의 존폐 여부를 포함한 논의를 시작했다. 정부는 병역특례 전면 폐지까지 검토하고 있다.

국방부는 병무청, 문체부 등과 협의에 이어 전문가 자문·국민 인식조사·공청회(6월) 등을 거쳐 오는 7월 제도 개선안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여론이 방향을 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병무청도 “시대 환경에 부응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제도 개선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 여론과 눈높이에 맞춘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자세지만, 폭발한 쪽에서 형성된 여론만 의식해 휘둘리듯 결정한다면 폐해를 낳을 수 있다.

병역특례제도는 그동안 여론에 휘둘려왔다. 지금처럼 폐지를 주장할 때도 있지만 더 큰 혜택을 부여하라는 여론이 비등할 때도 있었다. 2002 한일월드컵과 200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대표적이다. 2002 한일월드컵에서 축구대표팀이 4강까지 오르자 국민 여론이 달아올랐다. 2006 WBC도 대표팀의 성과와 국민 여론을 바탕으로 결정했다. 모두 여론에 휩쓸린 급조된 혜택이었다. 결국, 두 대회는 2008년 1월1일 병역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제외됐다.

이처럼 국민들도 병역특례를 인정 해왔고 지지도 해왔다. 국민들은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을 향해 뜨거운 응원을 보내며 그들의 선전에 환호했다. 스포츠 선수들을 보며 환희와 감동에 젖기도 했다. 그것은 계속되어야 할, 국민들이 누려야 할 행복이다.

따라서 국위선양 기준과 국익 기여도를 재정립하고, 선수들에게도 그에 걸맞은 보상을 해야 한다. 경력의 단절 없이 활동을 계속할 수 있고, 자신이 선택하는 시기에 병역의무를 마칠 수 있게 한다든지 장기간 입대를 연장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메달 하나 따면 군대 안 간다’는 인식의 전환을 유도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국민들이 병역특례제도에 부정적 측면을 본 것은 단발성, 단체팀에 '묻어가' 수혜를 누리는 것을 지켜봤기 때문이다. 특정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고 병역특례를 주는 것보다 여러 대회의 성적을 종합해 혜택을 주는 것이 합리적이다. 체육연금제도처럼 점수를 누적하는 방식을 참고할 만하다.

진천선수촌 로비 벽에도 있는 “스포츠 강국에서 스포츠 선진국으로!”라는 문구는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내건 캐치프레이즈다. ⓒ 데일리안 진천선수촌 로비 벽에도 있는 “스포츠 강국에서 스포츠 선진국으로!”라는 문구는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내건 캐치프레이즈다. ⓒ 데일리안

소수의 일탈과 부작용 때문에 제도 자체를 폐지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다시 한 번 여론에 휩쓸려 폐지나 급조된 혜택을 결정하면 시대정신인 공정성과 형평성을 지킬 수 없다. 근본적인 제도 개선책 보다 여론에 편승한 근시안적 정책을 내놓는다면 요원해진다. 여론에 휘둘려 성급하게 결론내리면 안 된다.

요컨대, 폭발한 큰 소리의 여론만 들어서는 안 된다. 2018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병역특례를 놓고 부정적(축소~폐지) 여론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축구나 그 외 종목에서는 병역특례에 대해 70%에 가까운 긍정적 반응이 나왔던 것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문재인정부는 균형 잡힌 자세를 유지하면서 잘라낼 것은 잘라내고 살릴 것은 살려야한다.

진천선수촌 로비 벽에도 있는 “스포츠 강국에서 스포츠 선진국으로!”라는 문구는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내건 캐치프레이즈다. 스포츠선진국으로 가는 길은 건강한 스포츠제도와 환경을 조성하는데서 출발한다. 중립적이면서도 전문성을 확보한 가운데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 경청과 수렴의 과정은 그 제도와 환경을 보완하고 발전시키는 프로세스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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