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죽어가는 상권, 젠트리피케이션 만이 원인일까?…익선동 vs. 삼청동

이정윤 기자

입력 2019.05.01 06:00  수정 2019.05.01 00:49

한옥 콘셉트에 레트로 감성이 버무려진 ‘익선동’…“지역적 한계 있어”

같은 한옥마을이어도 상권 분위기는 ‘극과 극’…“공실 늘어나는 중”

젠트리피케이션도 문제지만…“빠르게 변하는 유행이 핵심”

한옥 콘셉트에 레트로 감성이 버무려진 ‘익선동’…“지역적 한계 있어”
같은 한옥마을이어도 상권 분위기는 ‘극과 극’…“공실 늘어나는 중”
젠트리피케이션도 문제지만…“빠르게 변하는 유행이 핵심”


30일 방문한 서울시 종로구 익선동 골목은 평일 낮임에도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이정윤 기자

◆한옥 콘셉트에 레트로 감성이 버무려진 ‘익선동’…“지역적 한계 있어”

허름한 갈매기살 고깃집과 우중충한 모텔 골목을 지나 더 깊숙이 들어가면 신천지가 펼쳐진다. 상점에서 새나오는 음악과 카메라 셔터소리가 뒤섞여 활기차고, 나들이 나온 사람들의 상기된 표정이 빼곡한 이곳은 ‘익선동’이다.

지난 30일 오전 방문한 대표적인 ‘핫플’ 서울시 종로구 익선동의 좁은 골목길은 평일 낮에도 사람들로 가득했다.

이곳에서 만난 40대 A씨는 “이곳은 아이디어가 참 좋은 것 같다”며 “지금 같은 골목을 두 바퀴째 돌고 있는데도 새롭다”고 말했다.

카페와 음식점이 즐비한 이곳에는 그 흔한 스타벅스 조차 없다. 익선동은 지구단위계획에 따라 건물 높이와 용도가 제한될 뿐만 아니라 프렌차이즈 업체의 입점이 제한된다.

이런 이유로 익선동은 한옥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콘셉트의 카페, 술집, 음식점들이 골목을 따라 이어진다. 레트로 열풍에 들어선 옛날 오락실도 추억을 돋게 만드다. 이들 상점 말고도 익선동에서만 느낄 수 있는 분위기가 곳곳에 즐비하다.

골목에 위치한 한 카페는 음료 한잔에 7500~8500원, 디저트 하나에 3만원으로 가격이 높지만 손님들은 자리가 나길 기다리며 입구 근처를 서성이고 있었다.

이 지역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여기가 몇 년 전만 해도 귀신 나올 것만 같은 집들이었다”며 “예전에 재개발 사업이 무산되고 3.3㎡당 2000~3000만원 가던 집들이 지금은 6000~7000만원 수준이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이어 “임대는 자리가 없어서 못 들어가는 정도다”며 “30평 정도를 기준으로 했을 때 월세가 300만~400만원 수준이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전문가들은 익선동의 미래를 밝게만 보진 않는다.

이창동 밸류맵 팀장은 “익선동은 지하철역과 굉장히 가까워 접근성이 좋다는 장점이 있다”며 “다만 골목 3개가 전부여서 추가적인 개발여지가 없다는 한계성을 갖기 때문에 지금의 열풍도 한 2년 정도면 시들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30일 방문한 서울시 종로구 익선동 골목은 평일 낮임에도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이정윤 기자

삼청동으로 이어지는 북촉 한옥마을 큰 길가에 위치한 카페가 문을 닫고 공실인 상태다. ⓒ이정윤 기자

◆같은 한옥마을이어도 상권 분위기는 ‘극과 극’…“공실 늘어나는 중”

익선동에서 지하철 한 정거장 거리를 두고 있는 북촌 한옥마을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삼청동과 함께 묶이는 북촌 한옥마을도 공실로 몸살을 앓고 있다. 몇해전 번화했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익선동보다는 차분하고 여유로운 분위기인 이곳은 한복체험을 하는 외국인 관광객들만 한 번씩 눈에 들어오는 정도다.

옷가게들은 저마다 ‘할인’ 현수막을 내걸었지만 옷을 구경하는 손님은 없다.

인근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이 지역 임대료는 10~13평 짜리 홀 기준으로 월 400만~500만원 언저리 된다”며 “최근에 찾아오는 사람이 줄어 장사도 잘 안 되고 하다 보니 공실이 늘었다”고 말했다.

공실이 늘어난다고 해서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쉽게 내리는 건 아니지만 약간의 조정은 진행되는 중이다.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지금은 400만~500만원 하던 임대료가 350만원 정도로 조금 내려가긴 했다”며 “공실문제가 더 악화되면 자연스럽게 임대료가 내려가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북촌 한옥마을의 한 옷가게는 할인 플랜카드를 내걸었지만 옷을 구경하는 손님은 없다. ⓒ이정윤 기자

◆젠트리피케이션도 문제지만…“빠른 유행변화, 사라져가는 개성이 핵심”

핫플레이스였던 지역이 몰락하는 일반적인 원인으로는 사람이 몰리자 천정부지로 뛴 임대료를 버티지 못한 상인들로 발생한 공실이 꼽힌다.

하지만 임대료가 높아도 수요가 떠받쳐준다면 상권은 유지될 수 있다. 급변하는 유행에 따라 먼저 떠나버린 수요가 핵심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창동 팀장은 “삼청동은 그동안 국내 수요와 외국인 관광객 수요가 비싼 임대료를 떠받치고 있었다”며 “하지만 삼청동 고유의 분위기보다 화장품 가게들이 자리를 잡았고 온라인 쇼핑의 활성화와 사드사태로 인한 관광객 급감 등이 뒤섞이자 상권이 죽어버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특히 최근에는 SNS가 유행하다 보니 ‘남들이 하지 않은 것’을 선호하는 수요가 많아지자 유행 상권의 흐름이 굉장히 빨라졌다”고 강조했다.

삼청동의 한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남대문 시장에서도 살 수 있는 기념품을 삼청동에서 팔아선 안 된다”며 “삼청동이 다시 살아나기 위해선 삼청동에 와야만 즐길 수 있는 것들이 생겨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실로 남아있는 삼청동의 한 상점. ⓒ이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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