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은 원래 풍찬노숙"…비장함속 한국당 철야농성 1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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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편집시간 : 2019년 05월 22일 18:39:40
    "야당은 원래 풍찬노숙"…비장함속 한국당 철야농성 1일차
    정우택 안상수 등 중진의원들도 투쟁 앞장서
    한선교 사무총장, 몸 눕히지 못한채 골똘히 고민
    노무현정권 시절 '4대악법 저지투쟁' 회고하기도
    국회선진화법 시대 야당의 투쟁 고민 깊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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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 2019-04-24 03:00
    정도원 기자(united97@dailian.co.kr)
    靑 항의방문한 한국당 의원들, 로텐다홀 재집결
    선거법·공수처 패스트트랙 규탄 철야농성 돌입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3일 저녁 국회본청 로텐다홀에서 진행된 선거제·공수법 패스트트랙 규탄 철야농성 과정에서 이주영 국회부의장과 위로와 격려의 악수를 나누고 있다. ⓒ데일리안

    선거제·공수처 패스트트랙에 반발하는 자유한국당의 '국회 로텐다홀 철야농성' 첫밤 풍경은 비장함과 근심·걱정, 향후 투쟁 방향에 대한 고민이 엇갈렸다.

    한국당 의원 100여 명은 23일 오후 청와대를 항의방문한 이후 국회로 되돌아와 로텐다홀에 집결했다.

    "의회민주주의 파괴, 선거법·공수처법 '날치기' 즉각 중단하라"는 구호 제창과 함께 속개된 의원총회에서 나경원 원내대표는 "밤 9시가 지난 시각, 우리는 왜 다시 로텐다홀에 모였나"라며 "헌법재판소도 친문재판소로 장악 완료하고, 마지막 남은 의회권력마저 장악하겠다며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들을 의회에서 벌이고 있다"고 규탄했다.

    나 원내대표는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며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우리의 걸음마다 국민과 함께 하겠다"고 다짐했다.

    황교안 대표는 "여느 법 한두 개 때문에 여기에 나앉아있는 게 아니다. 대한민국이 무너지고 있다"며 "삼권분립이 무너졌다. 정권과 뜻을 같이 하는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들어섰다. 헌법재판관도 9명 중 6명이 뜻을 같이 해 사실상 법도 만들 수 있는 그런 헌법재판소로 바뀌었다"고 개탄했다.

    이어 "과거에는 아무리 염치 없는 정부라도 균형을 위한 형식은 갖췄지만, 이 정부는 그렇지 않다"며 "선거법 패스트트랙을 통해 제2·제3의 민주당을 잔뜩 만들어서 이제 입법부도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희생과 땀과 피로 세워온 대한민국이 이렇게 무너지는 모습을 그냥 볼 수 없다"며 "국민과 함께 힘을 모아 자유민주주의를 무너뜨리려 하는 이 정부의 음울한 계략에 단호히 대처하고 싸워나가겠다"고 천명했다.

    중진의원들 "야당은 원래 풍찬노숙" 투쟁 앞장서
    한선교 사무총장, 몸 눕히지 못한채 골똘히 고민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3일 저녁 국회본청 로텐다홀에서 진행된 선거제·공수처 패스트트랙 규탄 철야농성 과정에서 한국당 여성 의원들과 함께 스티로폼 위에 앉아 있다. ⓒ데일리안

    정개특위 간사를 맡고 있는 장제원 의원의 보고와 이장우 의원의 투쟁사 등이 이어진 뒤, 제1야당 의원들은 로텐다홀에서 철야농성에 돌입했다.

    그간 선거제는 여야 합의로 개정하는 게 관례였다.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강행에 허를 찔린 한국당은 급하게 투쟁에 나서는 바람에 미처 준비하지 못한 부분이 많았다. 로텐다홀 바닥에 스티로폼은 깔았지만 머리에 벨 것조차 마땅히 준비되지 않아, 의원들은 등산용 방석을 둘둘 말아 베개 삼거나 그냥 스티로폼 위에 드러누워야 했다.

    잠을 쉽사리 이룰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여서 일부 의원들은 안대 비슷한 것을 만들어 눈을 가린 채 "그래도 조금이라도 자야 내일도 싸울텐데…"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대부분의 의원들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거리거나, 스티로폼 위에 엎드려 휴대폰으로 기사 등을 검색했다. 한선교 사무총장은 눕지도 못하고 벽에 상체를 기댄 채로 팔짱을 끼고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는 모습이었다.

    일부 의원들은 "언론 환경이 기울어져있다"며, 스티로폼을 깔고 로텐다홀에 누워 있는 모습들이 언론에 어떻게 나갈지 근심하기도 했다.

    다선 중진의원들은 의연한 자세였다. 노무현정권 때 초·재선을 하는 등 '야당 경험'이 있기 때문으로 보였다. 앞서 의원총회 때도 정우택·안상수 등 중진의원들이 이례적으로 맨 앞열에서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쳐 주목을 받았다.

    재선까지 야당 의원이었던 이주영 국회부의장은 "야당이란 원래 이런 것이다. 풍찬노숙"이라며 스티로폼 위에서도 자세를 흐뜨리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주호영 의원은 아예 정장을 벗고 철야농성에 편한 복장으로 갈아 입었다. 지난 3일 치러진 통영·고성 재선거에서 당선돼 새로 등원한 정점식 의원도 결연한 표정으로 동참했다.

    노무현정권 시절 '4대악법 저지투쟁' 회고하기도
    국회선진화법 시대 야당의 투쟁 고민 잠 못 이뤄


    ▲ 23일 저녁 국회본청 로텐다홀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선거제·공수처 패스트트랙 규탄 철야농성이 시작된 가운데, 소등이 된 뒤에도 한국당 의원들이 쉽사리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데일리안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러한 의원들 사이를 돌며 격려했다. 최교일 의원은 이들을 바라보며 "두 분 대표가 너무 고생하시니까…"라고 채 말을 잇지 못하는 등 서로가 서로를 위로·격려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두 대표가 의원들 사이를 도는 과정에서 과거 야당 시절의 투쟁을 회고하는 모습도 보였다.

    '탄핵 역풍'으로 한국당이 소수당으로 전락했던 지난 17대 국회 시절 야당 초선 의원 생활을 했던 나경원 원내대표와 김재원 의원은 당시의 국가보안법 폐지·사학법 등 이른바 '4대 악법'을 저지하기 위한 투쟁을 함께 회상했다.

    김재원 의원이 "그 때 의장공관의 담벼락을 넘다가 철조망에 찔리기도 했다"고 회고하자, 나 원내대표는 김 의원을 바라보며 "그래, 그 때 의장공관 점거조였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황 대표는 고개를 끄덕이며 과거 야당 시절의 투쟁담을 경청했다.

    패스트트랙을 저지하기 위한 한국당 의원들의 이날 로텐다홀 철야농성은 일종의 고육지책이라 할 수 있다. 김재원 의원은 "지금은 국회선진화법이 도입돼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고, 황 대표와 나 원내대표 모두 향후 투쟁 방식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모습이었다.[데일리안 = 정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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