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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역 장성 450명 집결…'남북군사합의' 왜 분노했나


입력 2019.02.01 02:00 수정 2019.02.01 00:42        이배운 기자

“北비핵화 실천 조금도 없어…우리 안보역량만 일방적 무력화”

체결부터 ‘말많고 탈많았던’ 군사합의…비판여론 장기화 조짐

“北비핵화 실천 조금도 없어…우리 안보역량만 일방적 무력화”
체결부터 ‘말많고 탈많았던’ 군사합의…비판여론 장기화 조짐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수호 예비역 장성단 출범식'에서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수호 예비역 장성단 출범식'에서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직 국방부장관 등 예비역 장성 450여명이 참여하는 ‘대한민국 수호 예비역장성단’이 지난 30일 출범했다.

예비역장성단은 출범 성명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 실천은 조금도 진척이 없는데, 한국의 안보역량만 일방적으로 무력화 시킨 9·19 남북 군사분야 합의서는 대한민국을 붕괴로 몰고 가는 이적성 합의서”라며 조속한 폐기를 촉구했다.

이에 국방부는 31일 “군사합의에 따른 대비태세 이완은 결코 있을 수 없다”고 반박했고, 박한기 합참의장은 직접 예비역 단체를 찾아가 의견을 듣고 군사합의에 대한 지지를 요청했다. 그러나 합의를 둘러싼 논란은 체결 당시부터 끊이지 않았던 점에 비춰 이들 우려의 목소리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 남북이 군사합의를 체결한 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의 전화통화에서 한미연합훈련 제한 가능성 등을 지적하며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이냐”며 강한 어조로 힐난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 장관은 다음달 개최된 국정감사에서 이같은 통화 사실을 ‘맞다’고 인정해 파장은 더욱 커졌다.

논란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군사합의를 국회 동의절차 없이 비준 처리해 야권의 거센 반발을 맞았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비준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과정에서 “북한은 헌법과 법률 체계에서 국가가 아니다”고 발언해 또다른 논란을 낳기도 했다.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과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지난해 9월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문' 서명식을 진행하고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과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지난해 9월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문' 서명식을 진행하고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군사합의 조항 중 집중적으로 비판이 제기되는 부분은 군사분계선(MDL) 일대 비행금지구역 설정이다. 남북은 이번 합의서를 통해 비행 기종별로 MDL을 기준해 10km~40km에 달하는 비행금지구역을 새로 설정했다.

예비역장성단 전략위원인 신원식 전 합동참모본부 차장은 이 항목이 우리 군의 ‘질적우위’핵심 수단인 감시 및 정밀 타격 전력 무력화를 야기한다고 비판한다. 신 전 차장은 “우리 정보력 중 가장 비교우위에 있는 영상 정보력만 훼손됐다”며 “임박한 적 도발의 징후 파악이 제한되고 실시간 표적정보 제공이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화생방무기를 제거하기 위한 합의가 부재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군에 따르면 북한은 현재 2500톤~5000톤의 화학무기를 비축하고 다양한 종류의 생물무기 자체생산 능력을 보유한 것으로 파악된다. 북한의 비핵화가 성사되더라도 새로운 안보위협으로 대두될 가능성이 유력하다.

‘사이버공간’내 도발을 억제할 항목이 명시되지 않은 점도 이번 합의의 허점으로 꼽힌다.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지난해 11월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평양정상회담 이후에도 북한이 광범위한 해킹 공격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외화벌이 목적의 해킹을 지속할 구멍을 열어뒀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또 전방감시초소(GP) 철수는 유사시 즉응태세를 유지하는데 제약을 가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신 전 차장은 “감시능력 약화로 유효한 정보 생산이 곤란해져 도발·기습 허용에 따른 아군의 대량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며 “평소에 정보 축적·관리가 안돼 적절한 정보 제공이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외에도 전방에서의 근접항공지원 요청훈련, 연대단위 기동훈련, 포병사격 훈련 등이 제한되고 북한 기습도발에 대한 방어준비태세를 강화하는데 여러 장애요인들이 생겨났다는 비판이 잇따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일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노동신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일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노동신문

한편 북측은 군사합의를 내밀며 부당한 요구를 높이기 시작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해 11월 부터 “크든 작든 어떤 형태의 한미연합훈련도 중단돼야 한다”, “충돌을 일으킬 모든 전쟁연습을 중지해야 한다”, “무기수입·단독훈련 행위를 스쳐 지날 수 없다”며 우리 군의 국방력 강화 행동 일체를 강도높게 비판하는 상황이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일 신년사에서 “북과 남은 이미 합의한 대로 대치 지역에서의 군사적 적대관계 해소를 지상·공중·해상을 비롯한 조선반도 전역으로 이어놓기 위한 실천적 조치들을 적극 취해 나가야 한다”며 남북군사합의 내용을 걸고 넘어졌다.

북한은 이들 주장을 펼칠 때마다 군사합의서의 1조 1항을 내세우고 있다. 이 조항은 “쌍방은 대규모 군사훈련 및 무력증강 문제 등에 대해 남북군사공동위를 가동하여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명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조항에서 언급된 ‘대규모 군사훈련’ 및 ‘무력증강’은 범위가 모호하다고 비판한다. 우리 군이 통상적·방어적 차원의 훈련을 벌여도 북측이 훈련의 규모가 크다고 주장하면 반강제적으로 협의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예비역장성단 전략위원인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현 정부는 북한에게 일단 잘해주기만 하면 된다는 일념의 정책을 펼쳤고 군의 대비태세를 약화시킬 수 있는 조치도 조심성 없이 벌이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대북 정책의 잘못을 겸허히 인정하고 속히 올바른 방향으로의 전환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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