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공학도, ‘탈원전’ 말하다-하] ‘전문가’도 ‘정책’도 실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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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편집시간 : 2019년 10월 14일 22:43:14
    [원자력공학도, ‘탈원전’ 말하다-하] ‘전문가’도 ‘정책’도 실종됐다
    대통령 공약 그대로 반영된 탈원전 정책
    공무원 신뢰 낮아져…‘국가 신뢰’도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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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 2019-01-18 06:00
    조재학 기자(2jh@dailian.co.kr)
    ▲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와 정구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AAA동아리 회원, 곽승민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부학생회장, 신정엽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부학생회장 등이 11일 본지가 마련한 탈원전 관련 좌담회에서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상) 이념이 에너지 정책을 망친다
    (중) 정부 탈원전 정책은 급진적이다
    (하) ‘전문가’도 ‘정책’도 실종됐다

    대통령 공약 그대로 반영된 탈원전 정책
    공무원 신뢰 낮아져…‘국가 신뢰’도 추락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을 노출했다. 국회를 거치지 않고 행정계획을 통해서 정책을 밀고나갔기 때문이다.

    당초 신고리 5‧6호기 건설재개 여부만 권고한다던 공론화위원회가 ‘원전축소’도 권고안에 포함시켰다. 이후 에너지전환 로드맵,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대통령 공약이 그대로 반영됐다. 이 과정에서 전문가 및 업계의 의견 수렴은 물론 논쟁의 여지조차 없었다.

    원자력공학과 학생들은 전문가가 배제된 탈원전 정책에 의구심을 제기했다. 또 대통령 공약이 그대로 반영된 정책 수립 과정에서 ‘행정의 실종’을 지적했다.

    “현 정부 이전에 원자력 해야 한다던 산업부가 입장을 180도 바꿔 탈원전을 주장하는 상황이다. 다음 정권 그 다음 정권에서도 공무원은 정부 입맛에 따라 바뀌는 사람이라고 국민들이 인식한다면 정부 신뢰는 더 낮아질 것이다. 탈원전 정책의 추진 과정을 보면 이 정책을 떠나 10~20년 후 국가를 더 어렵게 할 것이라는 우려가 생긴다.”(신정엽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부학생회장)

    - 지난 19대 대선에서 대다수의 주요 대통령 후보가 탈원전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웠는데.
    =정구현 경희대 4학년(이하 정) : 문재인, 안철수 후보 등 당선이 유력한 대선후보들이 탈원전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대선후보들이 국민과 국익 등을 고려한 정책이 아닌 포퓰리즘 정책을 내놓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정치인이 아니더라도 우리나라를 정말로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절대 탈원전을 꺼낼 수 없다. 국내 상황을 놓고 보면 현실적으로 탈원전을 하기 어렵다. 대선 후보자들이 탈원전이 국민적 불안감을 등에 업어 표를 얻을 수 있는 공약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곽승민 서울대 2학년(이하 곽) :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고 탈원전 정책을 내놓았는지 의구심이 들어 아쉬웠다. 누구나 원전 근처에서 지진 발생했다면 불안감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국가 정책을 결정하려면 적어도 전문가나 업계의 의견을 청취하고 고려해야 하는데, 그런 과정이 없어 아쉬움이 들었다. 다른 과학 분야에서 정책을 결정할 때에는 탈원전 정책처럼 전문가 의견이 배제되지 않았으면 한다.

    =신정엽 한양대 2학년(이하 신) : 지난 대선 기간에는 고3 수험생 시절이어서 큰 생각을 갖진 않았다. 하지만 원전 근처에 살았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과연 원전 없이 유지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무엇보다 국민들이 정부에 대한 신뢰가 없었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원자력에 대한 신뢰는 정부 신뢰와 비례한다. 정부 신뢰가 높을수록 원자력에 대한 신뢰도 높다. 지금 상황을 돌이켜보면 정부 신뢰가 낮아서 원자력에 대한 불신이 생겼는데, 정부 신뢰를 높여 원자력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게 아니라 원자력을 없애려 한다. 문제의 원인과 결과를 반대로 해석하는 것 같다.

    =정범진 경희대 교수(이하 정 교수) : 사회가 많이 아는 사람들이 아닌 목소리가 큰 사람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또 무책임하게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어떤 대가도 치르고 있지 못하다. 기관에 소속된 전문가들은 책임을 철저하게 지는 반면 환경단체와 시민단체들은 책임이 약한 것 같다. 경주 지진의 경우에도 돌로 쌓은 첨성대도 수천년을 버티고 서있는데, 콘크리트 철근구조물이 위험하다는 발상 자체가 말이 안 된다.

    ▲ 신정엽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부학생회장(오른쪽)이 대통령 공약이 그대로 반영된 탈원전 정책 수립 과정에 대해 우려를 나타났다.ⓒ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반면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과정을 거치면서 신고리 5‧6호기 건설이 재개됐다. 20‧30대 젊은 층에서도 건설재개 의견이 많았는데.
    =정 : 건설재개 결과는 신고리 5‧6호기 공론화를 통해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기 때문이다. 사실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원자력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게 된다면 신고리 5‧6호기는 건설재개로 결론을 날 것이라고 확신했다. 많은 주변사람들도 관심을 가진 후 건설재개 의견을 가지게 됐다. 원자력에 대해 알게 될수록 우리나라에 필요하고 안전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곽 : 전 연령층에서 ‘원전유지 또는 재개 의견’이 많았다. 20~30대 젊은 층에서 건설재개 의견이 많은 이유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증가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신 :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당시 인문대생인 룸메이트가 원자력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공부했었다. 룸메이트도 여러 경로를 통해 공부를 하더니 우리나라는 원자력 없이 유지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공론화위원회의 결과는 ‘아느냐 모르냐’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정 교수 :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에 직접 참여했다. 오리엔테이션 및 숙의과정에서의 강의시간을 다 합치면 105분가량이 된다. 이 중 55분의 발표를 맡았다.

    40대 이상은 생각이 바뀌지 않았다. 이 사안을 원자력 문제가 아닌 지지정당의 문제로 보고 의견을 바뀌지 않았다. 반면 20~30대는 경청의 자세와 유연한 사고를 가지고 있었다. 사실 젊은 층에서는 현 정부의 지지자가 많아 설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었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젊은 층은 정부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내는 게 아니라 사안별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이후 대통령 탈원전 공약이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등 국가 에너지 정책에 그대로 반영됐다.
    =곽 : 행정의 사망이라고 생각한다. 8차 전력급기본계획과 3차 에너지기본계획 권고안은 대통령 공약과 동일하다. 공약이 정책으로 실현되는 과정에서 전문가는 의견을 내고 관료들은 다른 정책과의 속도조절 등을 한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 공약을 지향하더라도 속도, 수단 등이 달라진다. 하지만 현 정부의 에너지정책은 대통령 공약을 그대로 옮겨 놓았다. 정당한 정책 수립 과정이 실종된 것이다.

    =신 : 현 정부 이전에 원자력 해야 한다던 산업부가 입장을 180도 바꿔 탈원전을 주장하는 상황이다. 다음 정권 그 다음 정권에서도 공무원은 정부 입맛에 따라 바뀌는 사람이라고 국민들이 인식한다면 정부 신뢰는 더 낮아질 것이다. 탈원전 정책의 추진 과정을 보면 이 정책을 떠나 10~20년 후 국가를 더 어렵게 할 것이라는 우려가 생긴다.

    ▲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왼쪽)은 탈원전 정책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에 대해 정부가 솔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무엇이 문제라고 생각하나.
    =정 : 정책 수립과정에서 전문가 의견을 반영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법률적 지식이 없이도 법적판단을 내릴 수 있다면, 판사‧검사‧변호사는 왜 있는지 묻고 싶다. 전문적가의 의견이 정책에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에서 시민참여단이 건설재개 여부를 결정하자는 취지는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시민들이 단기간 숙의과정을 거쳐 안전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졸속행정이라고 생각한다.

    =곽 : 절차를 무시한 정부 정책과 전문가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는 급진적 정책 추진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 에너지정책의 첫 번째 목표는 안정적 공급이다. 어떤 에너지원을 선택하느냐는 안정적 공급을 위한 수단이다. 지금은 수단에 집착해 본래 목표를 잃어버렸다. 원전과 석탄화력을 제외하고 무엇으로 전력공급을 할 것인지에 대한 대안이 없다. 대안도 없이 일(탈원전)을 저질러 놓았다.

    =신 : 에너지 안보를 지적하고 싶다. 독일과 같은 탈원전 국가들은 주변 국가로부터 전기를 수입할 수 있다. 독일 옆에는 원전 비중이 절반인 프랑스가 있고 관계도 우호적이기 때문에, 탈원전이 가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도 일본, 중국, 북한, 러시아 등 주변국과 우호적인 관계도 아니고, 계통도 고립돼 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는 자국에너지가 없다.

    정책 추진 과정에서도 문제가 있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법적 근거가 없다고 본다. 우리는 국회를 통한 대의민주주의를 선택했다. 국회가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반영하는 것이다. 공론화위원회의 법적 근거 없다는 지적에 국무총리령 제정했다. 국무총리령에는 신고리 5‧6호기 건설여부에 대해서만 다루게 돼 있었지만, 공론화위원회는 원전축소를 권고사항에 포함했다. 이는 법령상 월권이라고 생각한다.

    =정 교수 : 국민을 속이고 있다. 정부가 탈원전을 선언한 지 1년 반이 지난 상황에서 전기요금이 얼마나 오를 지를 국민들에게 알려주지 않고 있다. 전기요금 누진제 태스크포스(TF)는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변명을 만든 데에 집중하는 것처럼 보인다. 산업용, 농가용, 일반용, 가정용 등 용도별 전기요금을 비교해 부각시키고 있다. 이는 정부가 발전원에 따른 전기요금 변화에 관해 국민의 눈을 가리고 있는 것이다. 비싼 발전원을 선택하면 전기요금이 오른다는 당연한 사실에는 관심이 없다. 에너지전환 정책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이 문제인데, 다른 쪽으로 눈을 돌리게 하고 있다.

    ▲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와 정구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AAA동아리 회원, 곽승민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부학생회장, 신정엽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부학생회장 등이 11일 본지가 마련한 탈원전 관련 좌담회에서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정 : 세계 최고 수준의 국내 원자력기술을 정부가 지지하지 않을 거라면 가만히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지 않아도 공부하기도 어렵고 힘든 전공이다.

    =곽 : 정부나 탈원전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정성적인 얘기들을 많이 했다. 주로 원전은 위험하다라든지 혹시나 사고가 나면 어떻게 하느냐고 주장한다. 앞으로 정량적인 논의가 이뤄졌으면 좋겠다. 원전 주변 방사선량은 어느 정도이고, 자연방사선 수치는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논의가 진행돼야 국민들도 원자력의 진가를 알아보시지 않을까하는 바람이 있다.

    =신 : 원자력공학도로서 국민들이 많이 걱정하는 문제가 사용후 핵연료 처리라고 생각한다. 지난 50년간 원전을 운영하면서 수많은 선배님들이 원자력 기술을 발전시켰듯이 우리 세대가 연구해나간다면 50년 안에는 사용후핵연료 처리 기술을 개발해 국민들의 걱정을 덜어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정 교수 : 정부의 재생에너지 정책은 재생에너지를 죽이고 있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잠재력이 있다. 정부는 기술개발을 통한 재생에너지 산업육성이 아닌 보급 확대에 치중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국내 산업 육성이나 연구개발은 이뤄지지 않고, 외국제품을 수입해 설치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금 당장 재생에너지 연구자들도 할 일이 없고 설치 업자만 배불리는 시스템이다. 재생에너지 잠재력을 갉아 먹고 있다. 모든 에너지원은 개발이 필요하며 적절히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념적으로 접근하다보니 재생에너지의 긍정적인 잠재력을 소진시키고 있다.

    에너지문제는 국가적 중요한 이슈다. 국민들이 꼭 관심을 가져야 할 사안이다. 국가 에너지 정책에 더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데일리안 = 조재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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