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협확대 요구하는北 제재준수 요구하는美…좌불안석 南

이배운 기자

입력 2018.12.20 00:00  수정 2018.12.20 05:51

동력잃은 한반도 비핵화…김정은 서울답방도 '안갯속'

성과도출 조급한 美…‘코리아패싱’ 현실화되나

동력잃은 한반도 비핵화…김정은 서울답방 '안갯속'
성과도출 조급한 美…‘코리아패싱’ 현실화되나

(왼쪽부터)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청와대, BBC, 조선중앙통신

올해 초 북한이 전향적인 비핵화 의지를 표명하면서 한미와 국제사회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전면적인 제재 해제, 나아가 평화통일의 기대감에 부풀었다.

그러나 북한의 비핵화 조치 및 핵협상 진척은 처음 기대했던 수준에 미치지 못했고, 북미관계도 다시 냉각 정세로 접어들면서 한반도 정세를 더 이상 낙관하기 어려워진 모양새다.

아산정책연구원은 지난 19일 ‘아산 국제정세전망 기자간담회’를 개최해 내년에는 남북관계를 이끄는 추동력이 약화되면서 여러 어려움을 겪게 될 것
으로 전망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내년 한국 정부는 북한의 교류·협력 확대 요구와 미국의 제재준수 요구 사이에서 상당한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관측했다. 북미간 비핵화 협상이 지연됨에 따라 남북 경제협력도 큰 제약을 받는 것이 불가피 하다는 것이다.

신 연구위원은 “이미 북한산 석탄 반입과 이란제재 문제로 한국의 일부 기업 및 금융권은 미국의 제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는 경제협력에 관해서는 미국의 요구를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한국의 처지를 이해한다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경제협력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여가면 문재인 정부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다”고 지적했다.

지난 19일 서울 종로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아산 국제정세전망 2019’ 기자간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아산정책연구원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김 위원장의 답방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당초 김 위원장은 서울답방을 통해 국면전환을 꾀할 수 있다고 기대했지만 지금으로서는 기대를 져버렸다는 분석이다.

최 부원장은 “김 위원장이 서울에 오면 선물을 주고받아야 하는데 앞선 3차례 남북정상회담에서 남측에게 받을 건 다 얘기가 됐다”며 “서울에 와봤자 부가가치가 없다고 보고 북미회담 준비에 올인 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차두현 객원연구위원은 “북한도 문 정부가 성의와 진정성이 있는 것은 알지만 무언가 받아갈게 없다는 걸 알아서 상당히 고민했을 것”이라며 “김 위원장이 조만간 답방한다면 그것은 남북관계가 좋기 때문이 아니라 미국을 흔드는 지렛대로 여기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현재 북미 간 교착상태에 빠져있는 핵시설의 신고·검증 합의도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북한이 미국과 줄다리기를 하면서 신고·검증 정도를 축소시키는데 성공하면 북한이 사실상 부분 핵보유를 인정받는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은 현재 비핵화 협상에서 결과를 도출하기를 원한다”며 “수차례 미국 관료들과 접촉하다보면 이들은 완전한 비핵화가 아닌 다른 성과를 거두려는 준비가 돼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 연구위원은 “미국은 자신의 본토를 겨냥한 장거리미사일(ICBM)을 폐기하는 것 만으로 북핵 신고·검증 수준을 낮출 수 있다”며 “북한의 핵심은 핵물질이다. 이것만 추적당하지 않으면 북한은 언제든 핵무기를 다시 만들 수 있고 정부는 후대에 핵위협을 물려주는 것이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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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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