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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로 없는 자영업-상] 은퇴자들의 탈출구, 프랜차이즈의 몰락


입력 2018.12.17 06:00 수정 2018.12.17 06:05        최승근 기자

‘돈 되는 사업’에서 사양산업으로…매물 많지만 인수자 찾기 힘들어

장기불황에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 강화되는 규제도 한 몫

‘돈 되는 사업’에서 사양산업으로…매물 많지만 인수자 찾기 힘들어
장기불황에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 강화되는 규제도 한 몫


지난 10월 열린 제43회 프랜차이즈서울에서 창업상담을 받고 있는 예비 창업자들.ⓒ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지난 10월 열린 제43회 프랜차이즈서울에서 창업상담을 받고 있는 예비 창업자들.ⓒ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베이비붐 세대 은퇴자들에게 제2의 일자리를 제공했던 프랜차이즈산업이 몰락 직전에서 허덕이고 있다. 내수 부진으로 매출이 급함한데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증가, 정부 규제까지 더해지면서 창업보다 폐점하는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여기에 일부 프랜차이즈 대표들의 갑질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여론도 악화되고 있다.

올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국내 식품 통계 자료를 보면 2016년 전국 외식업체의 사업체수는 총 67만5000개, 종사자수는 198만9000명에 이른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다른 업종에 비해 쉽게 창업이 가능한 프랜차이즈로 관심이 쏠린 결과다. 이런 이유로 프랜차이즈산업은 고용효과가 뛰어난 산업으로 불리기도 했다.

프랜차이즈산업이 호황이었던 2000년대만 해도 사모펀드들이 잇따라 프랜차이즈 브랜드 인수에 매달리는 등 ‘돈이 되는 사업’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인수자를 찾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는 브랜드가 늘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외식 프랜차이즈의 경우 현금흐름이 좋다보니 안정적인 캐시카우로서 사모펀드들에게 인기가 많았었다”면서 “하지만 최근에는 인건비나 임대료가 크게 오르다 보니 골칫덩이가 됐다. 매물은 많지만 관심을 갖는 인수자들은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디야커피, 교촌치킨 등 증시 상장을 준비했던 기업들도 잇따라 상장작업을 연기하거나 포기하는 분위기다. 투자자 모집이라는 당초 목적과 부합하지 않아서다. 현재는 외식프랜차이즈 중 단 3곳만이 증시에 상장돼 있다.

기본적인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사업자들이 너도 나도 프랜차이즈산업에 뛰어들면서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데다, 경기불황과 인건비 인상 등 급격한 경영 환경 변화도 산업 침체를 부추기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통계를 보면 지난해 치킨, 음료, 주점 프랜차이즈의 경우 신규 브랜드 보다 소멸 브랜드가 더 많았다. 전해인 2016년에는 세 개 업종 모두 브랜드가 순증을 기록했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외식업 프랜차이즈 생존률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우리나라 보다 약 3배 많지만 프랜차이즈 브랜드 수는 한국의 4분의1에 불과하다. 전체 브랜드 수에서 외식업 비중은 일본이 약 42%인 반면 우리나라는 약 71%로 1.5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특히 올해에 이어 내년까지 연속 두 자릿수 인상되는 최저임금 문제는 프랜차이즈산업에 속한 자영업자들에게 직격탄이 됐다. 식자재 등 원재료비와 더불어 지출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건비 증가로 점주의 매출이 줄어든 탓이다. 주 52시간 영향 등으로 회식 문화가 감소한 점도 외식 프랜차이즈의 몰락을 가속화했다.

가맹본부에 대한 계속된 정부 규제도 한 몫 했다. 가맹점과 가맹본부 간 상생이 중요한 프랜차이즈산업에서 ‘갑’으로 대표되는 가맹본부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저임금 인상, 내수 부진 등 외적변화에 따른 어려움을 가맹본부에 대한 규제로 해결하려는 정부 정책에 불만도 커지고 있다.

편의점의 경우 거리제한 규정으로 사실상 서울과 주요 수도권 도시에서는 신규 점포 오픈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또 내년부터는 프랜차이즈 가맹본부가 가맹점에 공급하는 필수품목에 대한 원가 공개가 추진된다. 최근에는 정부와 여당이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이 사실상 노조를 결성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까지 논의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일부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대표의 갑질 등 일탈이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면서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되는 점도 업계로서는 부담이다. 외식업계의 경우 소비자와 직접 대면하는 업종이다 보니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를 무시할 수 없어서다.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프랜차이즈산업의 핵심은 가맹점인데 갈수록 가맹점 관리가 힘들어지다 보니 직영점만 하자는 얘기가 나올 정도”라며 “고용창출 및 소비 활성화 등 순기능도 있지만 최근에는 부정적인 인식만 가득하다.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사업적인 측면에서도 자꾸 정부 눈치를 보게 되고 주눅이 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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