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평양회담 후 점차 커지는 걱정: ‘우리 민족끼리’로 어떻게 안보가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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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편집시간 : 2018년 10월 16일 13:24:41
    짧은 평양회담 후 점차 커지는 걱정: ‘우리 민족끼리’로 어떻게 안보가 가능한가?
    <전문가 4인 공동칼럼> ‘우리 민족끼리’로 어떻게 안보가 가능한가?
    ‘국방 없는 평화가 가능하다.’는 무지개는 우리에겐 독배(毒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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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 2018-10-08 06:00
    신원식·박휘락·김태우·송대성
    ‘우리 민족끼리’로 어떻게 안보가 가능한가?
    ‘국방 없는 평화가 가능하다.’는 무지개는 우리에겐 독배(毒杯)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제70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군 장병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민족공조가 모든 것을 삼킨 평양 남북 정상회담

    2018년 9월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는 숨가빴다. 9월 18일부터 20일까지 평양을 방문해 취임 후 세 번째 남북 정상회담을 했다. ‘9월 평양 공동선언’은 짐작은 했지만 막상 발표되니 놀랍기 그지없다. 문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비핵화나 동맹보다 남북관계를 중시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는 있지만 이제 김정은과 문서에 서명함으로써 이를 공식화했다.

    이후 23일 제73차 유엔총회 참석차 출국해 한미 정상회담에 이어 일본, 스페인, 이집트, 칠레와 정상회담을 하고 27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끝으로 귀국 길에 올랐다. 방미 간 핵심 메시지는 두 가지다.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땅으로 만들겠다.”라는 김정은의 말을 전하면서 북한 비핵화가 아닌 한반도 비핵화를 추진한다는 원칙을 재천명했고, 이를 촉진하기 위해 종전선언이 꼭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에 대해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4일 문재인 대통령과 뉴욕 정상회담에서 2차 미북 정상회담을 열어 비핵화 대화에 돌파구를 열겠다고 밝혔다. 26일 유엔 총회 연설에서는 지난해와 180도 다르게 김정은을 한껏 치켜세우며, “우리는 많은 나라의 지지 속에 전쟁의 망령을 대담하고 새로운 평화의 추구로 대체하기 위해 북한과 대화 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은 판문점선언을 실천하기 위한 민족자주와 자결원칙을 재확인하고 군사적 적대관계를 종식시킨다는 명분하에 군비통제방안을 담은 군사 분야 합의를 성사시켰다. 경협과 관련해서는 동·서해 철도 및 도로연결 추진,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정상화, 서해경제공동특구와 동해 관광공동특구 조성 등을 합의했다. 금강산 이산가족 상설 면회소 개소, 2032 하계올림픽 남북 공동유치, 김정은 서울 답방 등의 남북 교류에 대해서도 합의했다. 그러나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서는 기존의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의 폐기를 언급하고 미국의 ‘상응하는 조치에 따라’영변핵시설을 영구 폐기할 용의가 있음을 밝힌 수준에 그쳤다.

    ‘국방 없는 평화가 가능하다.’는 무지개는 우리에겐 독배(毒杯)

    이번 정상회담에서 핵심이자 가장 우려되는 것은 북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이 없는데도, 비핵화보다 훨씬 중요한 우리 국방태세를 허무는 결정적 조치에 합의한 점이다. 비핵화는 미북 중재자를 자처했으니 애초에 관심과 노력이 없었고, 경협도 국제제재로 어려우니 군사 분야의 대폭적 양보를 정상회담 선물로 가지고 간 것이다. 돈을 줄 형편이 못되니 신체포기 각서에 서명하고 온 셈이다.

    군비통제의 기본은 공격용 무기는 줄이고 감시는 확대해 상대방 의도를 확인하는 기본이다. 이번엔 거꾸로 감시를 제한해 상대방 말만 믿다가 기습을 당하거나, 이에 대한 두려움으로 과도한 대응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미국, 러시아, 유럽 국가들이 1992년 헬싱키에서 상호 자유로운 비무장 공중정찰을 허용한 ‘항공자유화조약(Treaty on Open Skies)’에 서명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군사적 신뢰를 위한 기본 원칙도 무시한 이번 합의는 평화를 심대하게 위협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군사작전 측면에서 이번 합의는 남북관계를 위해 우리 인구의 절반이 밀집한 수도권 안전을 담보로 잡힌 최악의 도박이다. 덕적도~초도 사이 서해 완충 공간으로 수도권 안전의 보루인 서북 5개 도서와 덕적도는 고립된 반면 북한의 장사정포·대함(對艦)미사일 등 핵심 전력은 육지에 배치돼 전혀 영향이 없다. 수차례 북한의 도발에 대한 교훈을 바탕으로 축적한 해병대와 해·공군 합동작전체계는 뿌리 채 흔들려 수도권 옆구리는 취약해졌다.

    우리가 2~3배 많은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과 균형을 이룰 수 있는 것은 첨단전력, 즉 정보감시·정밀타격 능력 덕분이다. 서부 20km, 동부 40km의 비행금지구역으로 우리 군의 가장 큰 상대적 이점인 첨단전력이 무력화됐다. 우리는 적 도발 감시와 도발 시 즉각 대응이 불가능하고, 북한은 언제든 편안하게 기습을 성공할 수 있게 됐다. 산악이 많은 우리 지형을 고려하면 북 장사정포 등 전선지역 감시와 도발 시 대응사격을 위한 표적 정보는 비무장지대 남쪽 20km 이내에서 운용되는 전방 군단 이하의 무인기가 가장 효과적이다. 금강 정찰기, 글로벌호크, 미군 위성 등은 북한 후방지역의 전략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하루 몇 회 제한된 시간만 운용돼 전선을 계속 감시할 수 없다. 감청 등 신호정보를 수집하는 백두 정찰기나 전방 정보부대는 유사시 포병에 표적정보를 줄 수 없어 즉각 대응에 기여하지 못한다.

    또 하나 대북(對北) 군사적 우위는 공군의 정밀타격력이다. 공대지(空對地) 미사일은 자체 비행을 위한 연료 탓에 사거리는 길지만 탄두가 수백 파운드로 위력이 작아 지상에 노출된 적 후방 전략 목표에 사용한다. 장사정포 갱도나 지휘소 등 견고한 지하시설은 사거리 20km 이내에서 GPS나 레이저로 유도되는 수천 파운드 대형 폭탄으로 파괴할 수밖에 없다. 미사일로 지하시설을 파괴할 수도 없지만, 설사 가능하다고 해도 폭탄보다 수십 배 비싼 미사일을 사용하는 사치를 최고 부자나라, 미국 군대도 못한다.

    미국이 북한에게 연합훈련 중단을 선물한 것에 뒤질세라 우리도 자체 훈련을 스스로 중단하더니 이번엔 북한에 약속까지 했다. 평소에 실전적 훈련과 부단한 작전활동을 해도 막상 전투가 벌어지면 평소 실력의 반도 발휘 못한다는 것은 군에 다녀온 사람은 다 아는 기초 상식이다. 더구나 연평 해전에서 우리 장병의 희생을 가져오게 만든 잘못된 작전수칙으로 돌아갔다. 그때는 훈련이라도 된 상태였지만 앞으로 훈련 한 번 제대로 못해 본채 포화 속에서 우왕좌왕 생사를 넘나들 귀한 우리 젊은이들을 생각해보라. 평양선언에 환호만 하기에는 너무 미안하지 않은가.

    현재 뿐만 아니라 미래 국방태세도 ‘남북군사공동위원회’에서 협의 한다고 한다. 북한은 핵 위주로 군사력 증강을 하면서 이는 미·북간 문제라고 우길 테니 사실상 우리만 못하게 된 꼴이다. 정부가 ‘국방개혁 2.0’을 발표하면서 병력을 줄이는 대신 첨단전력으로 보강하겠다는 큰 소리 치더니, 현재 있는 첨단 전력은 손발을 묶고 미래 첨단 전력은 증강도 못하게 됐다. 약소(弱小)지향 군대 대신 북한이 영원히 착한 나라이길 믿는 수밖엔 딴 도리가 없다.

    이번 ‘군사 분야 합의서’는 수많은 도발을 계속해 온 북한의 과거를 묻지 말고 ‘닥치고 믿어’ 라는 소리다. 북한이 미소를 거두고 과거처럼 도발을 하면 우리 장병들과 국민들 목숨은 바람 앞에 등불이다. 이 세상에 우리 목숨보다 더 귀한 가치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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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전선언의 기정사실화, 그리고 결별의 기로에 선 한미동맹

    현재 미국 내 전문가들은 대체로 제재 해제에는 부정적이나 영변 핵 폐기와 종전선언을 교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은 종전선언이 주한미군이나 유엔사와는 상관없는 정치적 선언이고 북한도 동의한다는 점을 내세우면서 미국과 국제사회를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있다.

    평화협정에 포함된 내용 중 종전선언만 분리해 북 비핵화 이전에 추진한다는 구상은 노무현 정부 때 시작했다가 중단됐다. 문재인 정부 때 살아난 이 구상은 반대하던 미국이 사실상 수용하고 소극적이던 북한이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급물살을 타고 있다. 북한이 적극적으로 나온 이유는 대(對)미중 전략의 일환일 수도 있지만 우리 정부가 국방태세를 약화시키면서까지 남북관계에 매달리는 것을 봤기 때문일 것이다. 종전선언만 되면 이를 근거로 북한이 이루고 싶은 것을 우리 정부가 알아서 다 해줄 것이라고 믿기에 충분하다.

    북한 역시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일 뿐이라고 강변하고 있으나, 실익도 없는데 매달릴 까닭이 없다. 지금 분위기라면 북한은 종전선언을 통해 핵 폐기는 안 하면서 평화협정 등 원하는 것은 다 얻을 수도 있다. 먼저, 종전선언으로 북핵에 관련한 아젠다와 관심이 비핵화에서 종전, 평화 등으로 전환해 북한이 실질적인 핵무장 국이 되는 것을 기정사실화할 수 있다. 지난 6월 미북 정상회담 이후 중단된 한미 연합훈련과 미 전략자산 배치를 영구적으로 중단시킬 수 있는 길이 열리고, 북한이 가장 부담스러워 하는 미국의 군사적 옵션을 통한 비핵화 명분을 없앨 수 있게 된다. 평화무드를 대세로 만들어 대북제재 해제 여론을 미국과 국제사회에 유리하게 형성할 수도 있다. 또한 종전선언은 평화협정의 촉진제가 됨과 아울러 평화협정의 조치를 앞당길 쓰는 신용카드가 될 것이다. 이번 군사 합의에는 연합훈련 중지, 전략자산배치 금지, 재래식 군사위협 중지 등 매우 포괄적 조치들이 담겨져 있어 사실상의 종전선언으로 봐도 무방하다. 앞으로 개최될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공식적으로 종전선언이 선포되면 뒤이어 북핵 폐기에 더하여 북한의 변화를 확인하는 시점에 체결되어야 할 평화협정이 서둘러 추진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미 얻을 것을 얻은 북한이 비핵화를 이행할 이유가 없어지게 된다.

    유엔사와 한미 동맹은 6.25전쟁 때문에 생겼다. 탄생 원인이 없어졌으니 논리적으로 보면 존재 이유가 없다. 북한이나 우리 정부가 가만히 있어도 80년대 반전·반핵·반미 구호아래 결국 미 전술핵무기 철수 분위기를 만들었듯이 우리 좌익·반미세력이 총 궐기해, 유엔사 해체와 주한미군 철수를 관철시킬 것이다. 그러면 우리 국방과 더불어 동맹마저 해체를 피할 수 없게 된다. 중국 견제 때문에 미국이 떠나지 않는다는 것은 일방적 소망일뿐이다. 한국이 남북공조를 한미동맹의 대체제로 삼겠다는데 미국이 홀로 한국을 지킬 수 있을까. 떠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 민족끼리’ 믿고 떠나는 담대한 미래, 감당할 수 있을까

    설사 북(北) 비핵화에 성공해도 재래식 위협과 주변국의 잠재적 위협은 여전히 남기 때문에 북핵은 가장 심각하긴 하나 안보 위협의 전부는 아니다. 그래서 국방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절대적 가치다. 그런데 평양정상회담에서 북 비핵화마저 실질적인 진전이 없는데 국방부터 심각하게 훼손했다. 이 속도면 종전선언만 되면 국군은 있으나 마나한 존재가 되고 국방은 불가역적으로 해체될 수 있다. 더구나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이 비핵화 진전을 약속하는 약간의 제스처만 해도 종전선언을 받아줄 태세다.

    북한이 우리처럼 약속을 지키는 정상 국가가 되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과정이 평화를 가져다 줄 수도 있다. 그러나 1972년 7.4 공동성명이후 올해 4월 판문점 선언 전까지 남북 간 크고 작은 회담이 655회이 있었고 245회는 서명까지 했으나 북한은 한 번도 지킨 적이 없다. 이번엔 북한이 달라졌다는 기대를 할 수는 있으나 어길 경우도 대비해야 하는 게 상식이다.

    그러나 이 상식이 우리 사회에는 통하지 않고 환호성만 우렁차다. 그사이 우리 평화와 번영을 뒷받침해온 한미동맹과 자강(自强) 안보태세를 남북공조, 즉 ‘우리 민족끼리’가 대체하게 될 시간이 눈앞에 성큼 다가온 것이다. 힘이 아닌 북한의 동포애만을 믿고 맞이할 미래를 오늘을 사는 우리 돌과 후손들이 감당할 수 있을까.

    글/ 신원식 전 합참 작전본부장 /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 송대성 전 세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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