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의 중재자‧촉진자 역할 더 커졌다고요?

실시간 뉴스
    최종편집시간 : 2018년 11월 18일 18:51:22
    문 대통령의 중재자‧촉진자 역할 더 커졌다고요?
    <칼럼> 美과 당사자로 나서야 …'1년 내 비핵화' 누구 말인가
    정부 북한과 민족 연대 꿈꾸나…미국의 거듭되는 對韓 경고음
    기사본문
    등록 : 2018-08-27 07:55
    이진곤 언론인
    <칼럼> 美과 당사자로 나서야 …'1년 내 비핵화' 누구 말인가
    정부 북한과 민족 연대 꿈꾸나…미국의 거듭되는 對韓 경고음


    ▲ ⓒ데일리안 DB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 취소로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이 더 커졌다고 한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이 26일 브리핑을 통해 “북미가 경색된 상황에서 막힌 곳을 뚫어주고, 북미 사이의 이해의 폭을 넓히는데 문 대통령의 촉진자, 중재자로서의 역할이 더 커진 게 객관적인 상황이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청와대의 이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교착상태에 빠진 미‧북 핵협상에 돌파구를 열어달라고 부탁해 온 것일까? 폼페이오 대역을 주문 받기라도 했다는 말일까?

    청와대측은 이런 브리핑을 하기에 앞서 4‧27판문점 회담 때 김정은이 ‘1년 내 핵 폐기’를 약속했는지, 그걸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했는지의 여부부터 분명히 하는 게 순서 아닐까? 북한 석탄 수입과 관련, 정부의 역할이 무엇이었는지도, 설명해 줘야 한다고 보는데 청와대 입장은 어떤가? 브리핑도 잘하고 반박도 잘하는 청와대가 왜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는지 궁금해서 하는 말이다.

    ‘1년 내 비핵화’ 누구의 말인가

    문 대통령은 북핵 폐기 협상에서 미국과 함께 당사자로 나서야 마땅하다. 북핵 문제 당사국 대통령으로서 중재란 어불성설이다. 그래도 굳이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면 겉모양으로나마 중립적 입장을 지켜야 한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누가 보기에도 김정은 쪽으로 치우쳐 있다.

    “남북관계 발전은 북미관계 진전의 부수적 효과가 아니라, 오히려 남북관계의 발전이야말로 한반도 비핵화를 촉진시키는 동력”이라고 문 대통령은 8‧15경축사에서 공공연히 말했다. “미국은 미국대로 알아서 하라, 우리는 우리 방법대로 한다”는 뜻이었을까?

    “과거 남북관계가 좋았던 시기에 북핵 위협이 줄어들고 비핵화 합의에까지 이를 수 있었던 역사적 경험이 그 사실을 뒷받침한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남북관계가 좋았던 시기라는 것은 어느 때를 가리키는 것일까?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은 1991년 12월 31일 채택되었다. 노태우 정부 시절에도 남북관계는 좋았다고 인식한다는 것처럼 들린다(이 무렵 주한미군이 보유하고 있던 전술핵은 완전히 철수했지만 북한은 선언과는 상관없이 핵무기 개발을 계속했다).

    그게 아니면 우리가 엄청난 금액의 달러를 보내줬던,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제1, 2차 연평해전과 북한의 첫 핵실험이 있었던 그 10년을 가리키는 것일까? 우리가 준 돈으로 핵개발을 한 것이 아니라고 당시 정부와 여당은 우겨댔었다. 핵과 미사일 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는 집단에 거액의 돈, 그것도 달러를 지원했으면서 거기 쓰인 것은 아니라니!

    청와대 김 대변인이 ‘중재자’에다 ‘촉진자’까지 보탠 배경이 뭔가 했더니 그게 문 대통령의 경축사였던 모양이다. 그런데 ‘촉진자’는 더 이상하다. 6‧12싱가포르 회담 후 미국과 북한은 직접 협상을 벌이고 있다. 문 대통령이 촉진하고 말고 할 일이 아닐 텐데 폼페이오의 방북이 취소되자 청와대는 반사적으로 ‘문 대통령의 역할 확대’를 들고 나왔다. 그게 ‘객관적인 상황’이라고 한다.

    지극히 주관적인 희망인 것 같은데 ‘객관’까지 동원해 문 대통령의 역할을 부각시키려는 까닭을 짐작하긴 어렵잖다. 혹 북미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더라도 9월 남북정상회담 평양 개최(남북정상 종전선언), 주내 남북연락사무소 개소, 연내 남북철도 연결사업 착공 계획이 무산되는 일은 결코 없으리라는 ‘대미 통고’ 같이 들린다.

    문 대통령이 유난히 집착하는 두 가지 정책이 있다. 하나가 (연방제 통일을 향한) 남북관계 개선이고, 다른 하나가 소득주도성장이다. 고용절벽, 빈부격차 심화로 서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는데도 그는 “일자리 문제와 양극화 해결을 위해 소득주도 성장과 공정경제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25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 보낸 영상 축사).

    정부 북한과 민족 연대 꿈꾸나

    남북 교류협력 확대와 연방제 통일 준비 정책도 시쳇말로 ‘직진’이다. 온 국민이 북한 핵의 인질이 될 처지이지만 그는 오직 김정은과 만나 손잡고 교류‧협력을 다짐하며 웃는 얼굴로 사진을 찍는 일에 더 관심을 갖는 빛이다. 남북관계 개선을 마다할 국민은 없다. 다만 그 상대가 누구냐는 게 문제다. 김정은은 북한 김씨 왕조의 3대째 통치자다. 그의 통치술은 잔인하다. 레닌과 스탈린이 그 전형을 보인, 그리고 그의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제도화한 공포정치를 충실히 계승했다. 따라서 김정은과의 관계개선은 독재세력과의 결탁이 된다.

    문 대통령은 ‘국가연합제와 낮은 단계의 연방제’ 절충 형태의 통일을 추구하면서 그 전 단계로 일종의 ‘민족연대’를 꿈꾸는 듯하다. 북한의 2천 수백만 동포와 추진하는 것이라면 누가 말리겠는가. 그러나 김정은과의 연대라면 이는 우리 5천만 국민까지도 폭력 앞에 내놓는 격이 될 수 있다.

    그 위험성을 모르지 않을 것이면서도 문 대통령은 일로매진(一路邁進)이다. “나는 가장 놓은 전쟁보다 가장 나쁜 평화에 가치를 더 부여합니다.” 그가 한 말이다. 전쟁의 고통을 겪은 사람이라면 그렇게 말할 법하다. 그러나 대량학살 체제하에 살았던 사람들에게 “전쟁을 피하기 위해서라면 어떤 고통도 감내할 것인가, 아니면 맞서 싸울 것인가”라고 물으면 대답은 달라지게 마련이다.

    문 대통령은 미국과의 동맹관계 및 주한미군의 유지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지 않다. 그는 일련의 대북 협상 과정에서 미국과 긴밀히 논의하는 모습을 보인 적이 별로 없다. 미국과 논의해야 할 일을 언론에 먼저 공개한다(반면 북한과는 어떤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지 개괄적으로만 공개할 뿐이다). 이를테면 ‘기정사실화’, ‘대못박기’라고 하겠다. 그리고 국민에 대한 ‘선전술’이기도 하다. 남북정상회담 시 ‘여야 정당 대표 동행’ 방안이라는 것도 그렇다. 이로써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은 국민적 정당성을 확보하게 된다. “그런 다음에 미국이 어쩔 건데?” 그런 심산일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폼페이오 방북 취소의 배경 중 하나로 중국의 비협조를 들었다. 트럼프로서는 북한이 1년 내 비핵화 약속을 지킬 것 같지 않은데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공공연하게 김정은의 후견인 역할을 자임하고 나서는 분위기가 몹시 부담스러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협상을 계속한다는 것은 무의미하다. 중국의 북한 부추기기를 차단하는 게 선결과제다. 그렇다면 중국과의 무역마찰에서 항복을 받아낼 때까지 북한핵 협상은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여길 만하다. 트럼프는 그러면서도 김정은에게는 안부를 전하면서 조만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양국 협상에 중국을 끌어들이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미‧북의 직접 대화를 통해서만 문제를 풀 수 있다는 점을 인식시키려 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거듭되는 對韓 경고음

    말은 안했으나 한국 문재인 정부의 과속에 대해서도 주의를 환기시켜야 한다고 판단했을 듯하다. 한국 정부에 대해 제동을 걸지 않을 경우 문 대통령의 대북 지원정책은 더 속도를 낼 개연성이 높다. 개성연락사무소 개설, 이를 위해 북측에 기름과 전기를 보내는 것을 제재 예외로 해달라는 요구가 점점 확대돼 ‘민족간 교류협력’은 제재대상이 안 된다는 주장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그렇게까지 되면 제재는 무력해지고 만다.

    아마 그런 인식 때문이겠지만 미 국무부는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설치와 관련해서 경고음을 내고 있다. “남북관계와 비핵화 진전은 별개로 이뤄질 수 없다”고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가 일전에 밝혔다. 남북한이 개성~평양 고속도로 구간 현지 공동조사를 한 것과 관련해서도 미 국무부측은 “남북관계는 비핵화와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미국의 소리 방송이 전했다. 문재인 정부는 미국과 척을 지게 되더라도 북한 및 중국과 긴밀한 협력관계가 형성되면 문제될 게 없다는 심산인 듯하다. 정말 그럴까? 어림없는 소리다. 그런데도 왜 그 길을 멈추지 못할까? 그게 좌파적 정의이기 때문일까? 정부가 분명히 밝히지 않으니 추측만 할 수 있을 뿐이다.

    북한 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그래서 우리가 핵 인질 신세를 면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미국과 결속을 강화해서 함께 북한(+중국)을 압박해야 한다. 김정은의 선의(善意) 혹은 아량(雅量)에 우리의 운명을 맡겨서야 되겠는가. 문재인‧김정은 두 사람간의 우의(友誼)에 기댈 수 있는 일도 물론 아니다. 북핵 위험에서 우리와 국제사회가 벗어날 수 있는 길은 북한의 핵무기‧미사일‧생화학 무기와 그 기술‧시설 등의 완전한 폐기다. 한‧미가 인식과 행동을 같이 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북한과 연대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은 백일몽일 뿐이다. 김정은이 개과천선할 확률은 소수점 이하다. 거기에 우리 국민의 운명을 걸 것인가?

    싱가포르에 불려 갈 때 온순해 보이던 김정은이 그 후 말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우리 모두 목격하고 있다. 그에게 정직과 신의를 기대한다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나 다를 바 없다. 시간은 계속 간다. 북한의 핵무기 관련 기술 수준도 갈수록 높아진다. 당연히 저들의 한반도 적화 야욕도 부풀어 오른다. 이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추측이다. 따라서 적중 확률은 90%이상이다.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 (주)데일리안 - 무단전재, 변형, 무단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