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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사람’이 한국당 대표가 됐다고?


입력 2018.07.21 11:00 수정 2018.07.21 11:57        데스크 (desk@dailian.co.kr)

<칼럼> 무관심했던 보수층 여전히 무관심, 보수지지층 '개인적 혼란'에 유보

문재인 정권 '긴장', 김병준 위원장 ‘바지사장’으로 파악하지 않았다는 반증

<칼럼> 무관심했던 보수층 여전히 무관심, 보수지지층 '개인적 혼란'에 유보
문재인 정권 '긴장', 김병준 위원장 ‘바지사장’으로 파악하지 않았다는 반증


김병준 자유한국당 혁신비대위원장이 지난 18일 오전 국회 자유한국당 당대표실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김병준 자유한국당 혁신비대위원장이 지난 18일 오전 국회 자유한국당 당대표실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김병준교수가 한국당 대표가 됐다고?” 아침식사 전에 신문을 보고 있는데, 아내가 물었다. “정확힌 '비대위원장'이지만, 그렇다”고 대답했다. 아내는 대답을 듣고서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그분 '노무현 사람' 아니었어?” 알면서도 아내는 확인하려는 듯 다시 물었다. 필자가 대답했다. “그렇지. 지난 번에 박근혜 멘토였던 사람이 민주당 비대위 대표까지 했잖아. 세상일이 그렇게 주고 받는 것이잖아.” 아내는 어색한 웃음을 보이며 지나갔다.

필자의 아내는 이명박 정부 때 청와대에서 근무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정치뉴스를 끊었다. 정치뉴스를 우연히 접하면 엄청나게 시니컬해진다. 필자는 아내를 보며 우리나라 보수정당 지지자들의 분위기를 읽는다.

아내 뿐 아니라 보통의 한국당 지지자들에게 김병준 위원장의 영입은 생뚱맞은 느낌인 것 같다. 실제로 김 위원장 영입이후 발표된 정당지지율 조사에서 한국당의 지지율은 더 떨어졌다. 지난주에는 정의당과 동률이었는데, 이번에는 큰 차이는 아니지만 정의당에 이어 3등이다. ‘폭망’이라 할 정도로 극심한 혼란 중에도 2위는 굳건히 지켰다. 정의당 원내대표 노회찬 의원이 엄청난 구설에 휘말렸는데도 지지율이 역전됐다. 왜 그럴까? 아내의 반응을 보며 이유를 알았다. 무관심했던 보수층은 여전히 무관심했을 것이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여론조사에 적극적으로 반응했던 보수 핵심지지층들은 ‘개인적 혼란’으로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리라.

한국정치에서 근래에 성공적인 비대위원장으로 박근혜 전대통령과 김종인 전대표를 꼽는다. 박근혜 전대통령이 비대위원장을 할 때는 개인적인 카리스마와 당내 세가 있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 세가 없기로는 김종인 비대위 대표와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비슷하다. 그러나 구체적인 여건은 좀 다르다. 처음 김종인 대표가 민주당에 들어갔을 때도 민주당 지지자들은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멘토로 문재인 대표를 대선에서 떨어뜨렸던 장본인이 구원투수로 온다니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그런 혼란은 금방 잦아들었다. 피해의 당사자이자 당의 최대주주인 문재인 전대표가 ‘떡 하니’ 버텨주고, 적극적으로 지지해 줬기 때문이다. 그러니 핵심지지층인 ‘문빠’들이 조용했고, 당원은 일정한 성과를 낼 때 까지 기다려 준 것이다. 물론 그 이후에는 ‘팽(烹)’당했지만 말이다. 누군가의 힘에 기대어 성과를 냈다가, 그 사람의 신뢰를 잃어서 팽당하는 일은 ‘병가의 상사(兵家之常事)’다. 김병준 위원장은 김종인 위원장에 비해 처음 안착에는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무난히 안착만 할 수 있다면, ‘팽’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한국당은 실권자가 없는 ‘무주공산(無主空山)’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여서 인지, 여권도 김병준 위원장에 대한 경계를 노골적으로 표했다. 취임 초라면, 덕담을 해 줄 수도 있었을 텐데, 대통령 측근의원이 나서 가시 돋친 소리로 비판을 했다. ‘노무현 대통령을 팔지 말라’는 것이다. 일종의 ‘정통성 경쟁’으로 비친다. 그럴 법 한 것이, 노무현 전대통령이 “‘정치하라’고 권유했던 인물은 김병준 실장이었다”는 말은 소문만이 아니었다. 노 전대통령은 머리는 김병준에 기대고 가슴은 문재인에 의지했다. 둘 중 가슴만 계승한 현 정권은 경쟁에 이기기 위해 ‘노무현정신’을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고 독점하려 한 것이다. 중요 정책마다 노무현 정부와 다른 길을 가면서 말이다. ‘한미FTA’, ‘강정해군기지’, ‘원전정책’ 등 예는 한 두가지가 아니다. 나라에 도움이 되지만, 지지층을 분화시켰던 정책들은 그들에게는 지우고 싶은 ‘실패의 기억’이다. 결국 그 ‘실패’로 그들이 정권을 잡을 수 있었음에도 말이다. 지우고 싶은 그 기억의 중심에 김병준이 있었다. 그들에게 김병준은 ‘이단’이고 척결대상이다.

말 뿐이 아니었다. 김병준 위원장 취임 당일 날 언론은 김위원장의 ‘김영난법 위반’ 의혹을 대서특필했다. 참 공교롭다. 4개월 내사하던 사건이 하필 이날 터진 것이다. 그가 서울시장에 출마했다면 더 일찍 공개되지 않았을까? 언제나 ‘정권의 분위기에 촉각을 세우는’ 경찰, 지난 지방선거 전에 야당 출마자들 수사상황을 노골적으로 흘린 경찰이다. ‘합리적인 의심’ 아닌가? 정권 핵심인사와 정권의 ‘충견’이 함께 움직인 것이 우연일까? 이를 보면 단순한 ‘정통성 경쟁’만은 아닌 것 같다. 김병준 위원장을 그냥 ‘바지사장’ 정도로 파악하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적진이 긴장했다면, 일단 한국당에겐 성공적인 선택이다.

그러나 김병준의 과제는 역시 ‘당내문제해결’이다. 한국당 위기는 ‘외부의 공세’라기 보다 ‘내부의 취약성’이 원인이기 때문이다. 김병준 위원장은 당내 세(勢)가 없다. 그것은 장점인 동시에 단점이다. 그에게 세가 있었다면, 그 자리에 오를 수 없었을 것이다. 가뜩이나 ‘잔류파’, ‘복당파’, ‘친홍파’ 등으로 복잡한데, 그들 모두가 꺼리는 새로운 세력을 용납했을 리 없다. 일단 비대위원장이 된 이후도 문제다. 지금은 모든 사람이 눈치를 보겠지만, 필연적으로 찾아 올 위기에 그의 옆에 있을 사람이 없기에 위태롭다. 당내 세가 없다면 김 위원장은 여론에 기댈 수 밖에 없다. 즉, 보수층의 이목을 끌어야 한다.

이목을 끄는 방법은 간단하다. 일단 갈등을 일으키면 된다. 그러나 그 갈등은 실패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특히 세가 없을 때는 더욱 그렇다. ‘인명진 체제’와 ‘홍준표 체제’가 그랬다. 김병준 위원장은 다른 종류의 접근이 필요했다. 새로운 비젼과 가치다. 김병준 위원장은 ‘친박, 비박의 기준’을 거부한다. 그 기준으로 ‘인적청산’을 하면, 증명됐듯이 큰 갈등을 피할 수 없다.

그가 말하는 새로운 ‘보수의 가치’는 원칙에 충실한 것이다. ‘보수의 가치’로 제시되는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는 ‘실용성’, ‘유연성’이 그 본질이다. 내가 경험한 김병준 위원장은 ‘실사구시(實事求是)’로 무장한 실용주의자 정책전문가다. 그는 기회 있을 때마다 ‘지속 가능성’을 강조한다. 그게 그가 말하는 실용성의 본질인 것 같다. 정책이 아무리 좋아도 지속될 수 없다면 그것은 잘못된 정책이다. 부작용만 축적되다가, 결국 국민적 부담만 남기도 도태된다. 현 정부의 주요정책은 듣기에는 그럴 듯 하지만, 지속가능하지 않다. 게다가 ‘똥고집’이다. ‘소득주도 성장’이 대표적이다. 검증된 적도 없는 가설에, 현실적으로 실패했음이 분명한데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그가 추구하는 ‘유연성’과 대척점에 있는 태도다. 그 결과가 세계경제 활황 중에 특이한 역주행국가다. 핑계는 다양하다. ‘날씨’, ‘기저효과’, ‘인구구성’, 그리고 ‘전정권탓’ 등 가능한 모든 것이 핑계가 된다. 본질을 숨기기 위해서다. 그렇기 때문에 그 정책은 또 지속가능하지 않다. 그런 생각 때문에, 그는 ‘같은 뿌리인’ 현 정권과 거리를 둘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원론적이고 거창한 담론은 필연적으로 갈등을 만든다. 그러나 정치는 ‘구동존이(求同存異:공감대를 찾되 차이는 인정하는)’의 영역이다. 원칙주의가 교조주의로 귀결된 것이 공산주의라면, 실용주의는 자본주의의 핵심이다. 공산주의에 맞서 자본주의가 승리할 수 있었던 경쟁력이다. 사회주의적 요소를 파격적으로 수용해 자체적으로 진화해 위험을 흡수함으로써 경쟁에서 이길 수 있었다. 우리나라 보수는 유연성과 실용주의라는 자본주의의 경쟁력을 잃었기 때문에 위기를 맞은 것이다. 이제 원론으로 돌아가야 할 때다. 김병준의 시도는 어쩌면 한국 보수와 자본주의 회생의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성공을 기원한다.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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