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재판으로 보는 공개재판의 진정한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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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희정 재판으로 보는 공개재판의 진정한 의미
    <칼럼> '직접증거' 없이 사생결단 공방은 충분히 예견
    헌법제정권력 109조, 재판은 '공개'하는 것이 대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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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 2018-07-16 07:00
    서정욱 변호사
    ▲ 수행비서 성폭행 등의 혐의를 받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지난 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 대한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등의 재판이 양측의 사생결단의 치열한 법적 공방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권력'과 '성(性)'이 뒤섞인 세기의 재판에 세간의 첨예한 관심이 집중되면서 법정 내뿐만 아니라 장외 공방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이 사건은 애초에 폭행·협박에 의한 강간과 달리 물리적으로 표현하거나 계량할 수 있는 힘이 아닌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이기 때문에 치열한 공방은 충분히 예견된 것이다.

    이 사건은 애초에 '김지은씨의 증언'외에 어떠한 '직접증거'도 없이 여러 관련자들의 '간접 증언'에 의해 '합리적 추론 과정'을 통해 판단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사생결단의 공방은 충분히 예견된 것이다.

    평소 '안 전 지사와 김지은씨의 관계'나 '안 전 지사가 대선 경선캠프나 도청에서 보인 리더쉽의 모습'을 확인하지 않고는 '실체진실의 발견'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치열한 공방에 따라 피고인과 피해자의 명예훼손 등 여러 부작용이 노정되고 있다는 점이다.

    "피고인의 방어권을 행사하는 범위를 넘는 근거 없는 풍문 등에 의한 사생활 침해 변론은 제한하겠다. 피해자에 대한 힐난성 신문도 불허한다."

    문제는 재판부의 강력한 경고가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무죄추정 원칙에 의한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 '무분별한 폭로로 인한 성폭력 피해자의 2차 피해 방지',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공개재판의 원칙'.

    형사소송 절차에 있어서 반드시 준수해야할 이념이자 원칙들이다.

    일견 모순되고 충돌될 수도 있는 위 세 가지 이념을 어떻게 규범조화적으로 적절하게 운용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피고인의 방어권, 피해자의 2차 피해 방지, 국민의 알권리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서로 조화시키는 해법을 찾을 수 있을까?

    참으로 어렵고 지난(至難)한 문제지만 앞으로의 선례를 위해서도 반드시 찾아야할 형사소송의 시대적 과제다.

    필자가 보기에 이 문제는 결국 헌법상 공개재판 원칙의 진정한 의미와 취지를 살펴보는 것에서 그 출발을 할 수밖에 없다.

    우리 헌법제정권력은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한다. 다만, 심리는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안녕질서를 방해하거나 선량한 풍속을 해할 염려가 있을 때에는 법원의 결정으로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다(109조)"고 결단하였다.

    한마디로 재판은 '공개'하는 것이 대원칙이라는 것이다.

    본 건과 같은 성폭력 사건이나 민사소송 등 사적(私的)인 사건의 경우 공개재판이 오히려 개인의 명예나 기타 개인적 법익을 해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공개재판의 대원칙을 천명한 이유는 무엇인가?

    필자는 일반적인 통념과 달리 '국민의 알 권리'가 재판공개의 1차적 이유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가장 주된 이유는 바로 '투명한 절차'를 보장해 당사자들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재판 공개는 과거 전제군주시대 군주의 전단적인 재판 방법이었던 비밀주의에 반항하여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찾으려는 민주혁명의 빛나는 소산이다."

    고 김기두 서울대 법대 교수가 갈파한 경구다.

    결국 재판공개의 근본정신은 국민의 면전에서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국민 정의'에 합치되는 공정한 형사재판을 보장하자는 것이 근본 취지인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김 교수는 재판을 방청하는 이들의 엄중한 책임도 강조했다.

    "방청인은 국가재판의 공정 여하를 감시하는 국민의 대표자로서의 중대한 의의와 책임을 느껴야 할 것이다. 방청은 절대로 국가가 국민의 호기심을 만족시키는 구경감으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필자는 위 김 교수의 통렬한 지적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그렇다면 안 전 지사의 재판을 둘러싼 논란의 해법도 분명하다.

    일단 김지은씨의 증언은 피해자 보호의 원칙상 지금처럼 비공개로 해야 한다.

    형사소송법 제294조의3도 ''피해자를 증인으로 신문하는 경우 피해자의 사생활의 비밀이나 신변보호를 위하여 심리를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나머지 검찰 측이나 피고인 측 증인들의 심리는 헌법상 공개재판 원칙에 따라 지금처럼 원칙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다만 그 취지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기본적으로 국민의 알 권리 충족이 아니라 국민 정의에 합치되는 공정한 형사재판을 보장하자는 것이 되어야 한다.

    위 김 교수의 지적 중 '방청인'을 '언론'으로 바꾸면 적확(的確)하다.

    "언론은 국가재판의 공정 여하를 감시하는 국민의 대표자로서의 중대한 의의와 책임을 느껴야 할 것이다. 언론은 절대로 국가가 국민의 호기심을 만족시키는 구경감으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결국 언론은 국민의 알 권리가 일부 제한되더라도 너무 선정적이거나 검증되지 않은 일방적인 추측성 증언들은 당연히 걸러야 한다.

    또한 편파적인 재판을 막기 위해 양측의 주장을 균형있고 공정하게 다루어야 한다.

    "증인의 진술 한 마디 한 마디에 따라 지나치게 자극적인 보도가 이뤄지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 법원의 사실인정은 공개재판뿐만 아니라 비공개재판에서 조사된 증거도 종합적으로 검토해 자유심증주의에 기초해 이뤄진다. 법리적 쟁점에 관한 진지한 심리가 가능하도록 언론에서도 배려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지난 13일 안희정 전 지사의 부인 민주원씨 등 피고인 측 증인 신문을 마친 뒤 재판부가 한 지적을 언론은 깊이 새겨들어야 한다.

    언론은 '국민적 호기심의 충족자'로서의 역할보다 '공정한 재판의 감시자'로서의 본연의 역할에 더욱 충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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