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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콘서트 정치풍자의 길은 험난하다


입력 2018.07.06 05:59 수정 2018.07.06 06:02        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의 닭치고tv> 시사풍자코너 3회 방영속 존폐 기로

모처럼 시작된 ‘개그콘서트’의 시사풍자 코너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가 존폐의 기로에 섰다. 오랜만에 ‘개그콘서트’로 돌아온 김원효가 스탠딩 개그 형식으로 시작한 코너다. 이제 3 회 정도 방영했을 뿐이다.

처음에 ‘이부망천’ 파문이나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무릎 사죄 퍼포먼스 등을 풍자했을 때부터 공격받기 시작했다. 그러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당선 확정 직후 방송사와 인터뷰하다가 일방적으로 통화를 끊으며 인터뷰 거부한 사건을 조롱하듯 풍자한 후 비난이 폭주했다.

과거엔 풍자 개그가 정치권력의 압력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박근혜 정부 시절 CJ E&M 경영진이 압박을 당했던 것이 대표적이다. 국회의원의 문제 제기로 개그맨이 움츠러들기도 했다.

이번엔 일반 네티즌들이 문제다. 정권이 압박하지도 않고, 조롱당한 당사자 중의 하나인 이재명 지사도 “김원효씨 개그콘서트 방송 재밌게 잘 보았습니다. 더 날카롭고 재미있는 정치풍자 기대하겠습니다 ^^”라며 포용적인 태도를 취했는데 네티즌이 압박 주체로 나섰다.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이 풍자당했을 때 네티즌 팬덤이 나서서 개그프로그램을 집단적으로 공격하는 것이다. 이러면 연예인이나 제작진은 당연히 소극적으로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코너가 인기라도 있으면 버티겠지만 인기도 없는 와중에 비난만 받으면 계속 이어갈 동력이 사라진다.

어느 권력자라도 풍자하고 조롱할 수 있는 체제가 바로 민주주의다. 코미디 프로그램은 그런 풍자 역할을 수행하는 대표적인 장르다. 코미디야말로 민주주의의 최전선인 것이다. 당연히 북한 같은 나라에선 이런 코미디가 불가능하다. 우리나라도 과거 권위주의적 권력의 시절엔 불가능했다. 이젠 정치권력교체로 가능해졌을 줄 알았는데 새롭게 대두된 인터넷 권력이 문제다. 개그맨 입장에선 네티즌이라는 시어머니를 추가로 모시게 됐다.

개그맨, 코미디언이 눈치 보느라 풍자를 자유롭게 하지 못하는 사회는 정상적인 민주사회가 아니다. 정치권력자 뿐만 아니라 시청자도 풍자 코미디를 보다 관대하게 봐줄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가 그동안 풍자에 너무 민감했기 때문에 개그맨들이 풍자 코미디 훈련을 하지 못했다. 자꾸 해야 기술이 느는 법인데, 하질 못했으니 능력이 떨어졌다. 그래서 시청자를 만족시키는 풍자가 안 나온다. 모처럼 시도한 정치풍자인데도 인기를 끌지 못하고 비난만 쌓인다. 그럴수록 질타보다는 관대한 시선으로 개그맨들이 자신감 있게 풍자를 시도하도록 해줘야 한다. 자꾸 해버릇해야 수준 높은 풍자가 가능해질 것이다.

이런 눈치 저런 눈치 보면서 수위를 낮추면 사람들은 시시하다고 한다. 강도를 높이면 특정 성향 네티즌들이 압력을 가한다. 이런 상황에서 개그맨은 길을 잃을 수밖에 없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지는 것이다. 그렇게 스트레스가 커지면 결국 속 편하게 풍자를 포기하게 된다. 그러면 결국 손해 보는 건 우리 공동체다. 신랄한 풍자라는 수준 높은 문화콘텐츠를 향유할 기회를 잃기 때문이다.

우리가 만족할 만한 수준의 풍자가 가능해질 때까지, 당장 어설프더라도 개그맨의 풍자 시도를 따뜻하게 봐주는 태도가 절실하다.

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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