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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보호법 5→10년’ 두고 ‘갑론을박’…‘권리금’ 등 넘어야할 산 높아


입력 2018.06.28 06:00 수정 2018.06.28 05:56        이정윤 기자

자영업자 절반 이상 3년 만에 폐업…실효성 의문

권리금 계약서 작성 18% 불과…투명한 관리 필요

정부는 임차인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계약갱신청구권을 기존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의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연합뉴스 정부는 임차인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계약갱신청구권을 기존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의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연합뉴스


정부가 추진 중인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을 두고 임차인과 임대인 간의 갑론을박이 뜨겁다.

정부는 계약갱신청구권을 기존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을 통해 젠트리피케이션으로부터 자영업자를 보호하는 데 속도를 낼 방침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낙후된 구도심 지역이 활성화되면서 임대료가 올라 원주민이 밖으로 내몰리는 현상을 의미한다.

실제 현장에서는 5년 이상 버티는 자영업자가 얼마 없어 실효성이 있겠냐는 지적과 함께, 임대료 상승률 상한이나 계약갱신청구권도 중요하지만 ‘권리금’ 양성화 문제 해결이 급선무라는 목소리가 높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5일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계약갱신청구권을 기존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을 담은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에 대해 법무부와 합의를 마친 상황"이라며 “현재 퇴거보상제도 등 구체적인 내용은 논의 중이며, 국회가 열리면 이 같은 내용이 법제화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1월 개정된 상가임대차보호법은 서울의 경우 환산보증금(보증금+월세⨉100)이 기존 4억원 이하에서 6억1000만원 이하인 상가에 적용되고, 임대료 인상률은 9%에서 5%로 인하 등을 내용으로 한다. 이 같은 법으로부터 임차인이 보호받는 기간은 5년이다.

◆임차인 “5년 너무 짧아” vs 임대인 “재산권 침해”

임차인들은 현재 상가임대차보호법의 적용기한 5년은 너무 짧다는 입장이다.

자영업 특성상 한 자리에서 장사한 지 4~5년차에 접어들어야 단골도 생기고 장사도 자리를 잡아가기 마련인데, 현재는 그쯤이 되면 법의 보호를 받지 못 한다는 것이다.

반면 임대인 측에선 재산권이 침해될 소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정부가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정책을 내놔야 하는데, 임차인에게 치우친 정책만 내놓는 것 아니냐는 반발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상혁 상가정보연구소 연구원은 “어떤 상가가 들어와 있는지, 임대료에 따른 수익률이 어떻게 되는지에 따라 건물의 가치가 정해지는데 이 부분이 침해받을 수 있다”며 “계약 한 번에 향후 10년이 결정돼버린다면, 임대인 입장에서 아무래도 임대계약에 소극적으로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2년마다 계약을 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임대료를 10년간 5%씩 복리로 5번 인상한다고 가정할 경우 임대인 입장에서 그리 나쁜 조건은 아니다”라면서 “서울 내에서도 지역마다 상권 분위기가 제각각인데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건 억울한 측면이 있을 순 있다”고 덧붙였다.

정주호 숭실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임대차 시장에서 임차인을 보호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정부 정책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그러나 너무 한 번에 5년에서 10년으로 기간을 늘려버리는 것은 임대인 입장에서 과도하다고 느낄 순 있기 때문에 2~3년 연장하면서 충격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절반 넘는 자영업자 3년 만에 폐업하는데”…실효성 의문

자영업자 폐업률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 상가임대차보호법의 계약갱신청구권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는 정책을 자영업자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을지도 고려해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중소기업연구원 통계에 따르면 생계형 자영업자 생존률은 ▲1년 83.8% ▲3년 40.5% ▲5년 29.6% 등으로 3년부터는 절반 이상이 폐업을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자영업자들의 어깨를 무겁게 하는 요인에는 임대료 상승이나 계약갱신 외에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제, 대출규제 강화 등도 만만찮은 문제로 꼽힌다.

또한 임대인이 신규 임차인과 계약을 할 땐 마음대로 임대료를 올려 부를 수 있다는 점도 상가임대차보호법의 한계점으로 지적받고 있다.

정 교수는 “정부에서 언급한 대로 상가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된다면, 5년 이상 영업장을 유지하며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은 일부 자영업자들을 위주로 정책의 실효성을 체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권리금 계약서 작성 18% 불과…투명한 관리 필요

실제 임대차 시장에서는 음성화 돼있는 ‘권리금’ 문제를 투명하게 관리하는 일도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권리금은 신규 임차인이 기존 임차인으로부터 해당 상가의 영업상 노하우, 인테리어 비용 등 영업상의 유‧무형 가치를 양도받으면서 지급하는 대가다.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 주택시장에만 ‘전세’라는 개념이 있듯이, 권리금도 우리나라 임대차 시장의 독특한 문화다. 상가 자체 값어치에 대한 ‘바닥 권리금’, 인테리어 투자비용에 대한 ‘시설 권리금’, 많은 단골손님 보유 등 장사가 잘되는 것에 대한 ‘영업 권리금’ 등 종류도 다양하다.

정부는 권리금 거래 시 계약서를 작성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임차인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임대시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임차인 중 80% 가량이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에 이르는 권리금을 제대로 보호받지 못 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감정원의 작년 4분기 기준 임대동향조사에 따르면 권리금 계약서를 작성하는 경우는 1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원은 “권리금은 우리나라 임대차 시장에서 오랜 시간 관행으로 자리 잡은 만큼, 주택시장에서 전세를 없애는 것만큼 쉽지 않을 일이다”며 "이 때문에 유지는 하되 권리금은 뒤에서 주고받는 것이라는 인식을 양성화 시켜 투명하게 관리하는 쪽으로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정윤 기자 (think_uni@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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