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 땐 확실히 놀아야 일 할 때 더 신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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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편집시간 : 2018년 11월 14일 00:03:40
    놀 땐 확실히 놀아야 일 할 때 더 신이 난다
    ‘알쓸신잡-스웨덴⓺’ 집중력 끝내주는 스웨덴의 휴일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는 ‘징검다리 연휴’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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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 2018-06-23 06:31
    이석원 객원기자
    ▲ 연휴와 휴가의 여유가 충분한 스웨덴 사람들이 가장 즐기는 휴가 중 하나는 인근 다른 나라로 대형 크루즈를 타고 다녀오는 것이다. (사진 =이석원)

    토요일과 일요일, 그리고 여러 명절과 기념일과 국경일 등 이른바 ‘빨간 날’이라는 애칭을 가지고 있는 공휴일. 대한민국의 2018년 공휴일 수는 120일이다. 스웨덴은 2018년 공휴일수가 118일이다. 한국보다 이틀이 적다.

    내친 김에 2018년 스웨덴의 공휴일을 자세히 살펴보자.

    1월 1일은 ‘뉘오르쉬다겐(Nyårsdagen)’. 한국으로 치면 신정이다. 전날인 12월 31일도 공휴일이다. ‘뉘오르쉬아프톤(Nyårsafton)’이라고 한다. 아프톤이란 전날을 의미한다. 주요한 명절은 전날도 공휴일이다. 그리고 1월 6일은 성탄절에서 12일째 되는 날로 ‘트레톤데다그 율(Trettondedag jul)’이라고 부르며 중요한 명절 중 하나다. 전날인 5일은 ‘트레톤데다그아프톤(Trettondedagafton)이라 공휴일이다.

    3월 30일부터 부활절(Påsk) 연휴가 시작된다. 3월 30일 ‘롱프리에다겐(Långfredagen)’이라고 불리는 성금요일부터 부활절 다음날인 ‘안난다그 포스크(Annandag påsk)’까지 4일 연휴다. 주요한 명절은 전날 뿐 아니라 다음날도 공휴일이다. 부활절은 춘분 직후의 보름달 이후 첫 번째 일요일이라 매년 조금씩 날짜가 다르다. 그리고 4월 30일은 ‘발보리매소아프톤(Valborgsmässoafton)’이라는 명절로 봄이 시작되는 것을 기리는 공휴일이다.

    5월 1일은 노동절이고 5월 10일은 ‘크리스티 힘멜스패르스 다그(Kristi himmelsfärds dag)’, 즉 예수승천일이라 공휴일이다. 그리고 6월 6일 우리의 광복절과 같은 ‘스베리예스 나후날다그(Sveriges nationaldag)’. 덴마크의 지배를 받던 스웨덴이 1523년 독립을 한 것을 기리는 국경절이다. 그리고 23일은 ‘미드솜마르다겐(Midsommardagen)’, 연중 낮의 길이가 가장 긴 하지다. 하지 전야 ‘미드솜마르아프톤(Midsommarafton)’에 스웨덴은 최대 축제를 한다. 그래서 22, 23, 24일이 연휴다.

    ▲ 스웨덴 사람들은 휴일과 휴일 사이에 낀 평일은 당연히 휴일로 인식한다. 그래서 연휴의 비율이 높은 편이다. 그럴 때면 스웨덴 사람들은 멀리 여행을 가지 않더라도 가까운 야외로 나가는 것을 즐긴다. (사진 = 이석원)

    7월부터 10월까지 넉 달 동안은 특별한 공휴일이 없다. 그러다가 11월 3일 '모든 성인들의 날‘, 즉 ’알라 헬곤스다그(Alla helgonsdag)‘이다. 전날인 2일을 ’알라 헬고나아프톤(Alla helgonaafton)‘이라고 하며 공휴일이다. 그리고 12월 스웨덴에서는 ’율(Jul)‘이라고 부르는 크리스마스 연휴가 온다. 학생들은 크리스마스 방학이라고 한다. 22일 토요일부터 월요일인 24일 율아프톤(Julafton)', 그리고 수요일인 26일 ’안난다그 율(Annandag jul)‘까지 5일 연휴다. 곧이어 토요일인 29일부터 ’뉘오르쉬아프톤(Nyårsafton), 2019년 1월 1일까지 4일 연휴다.

    한국과 스웨덴의 공휴일은 성격과 형태가 다르다. 가장 크게 다른 점은 공휴일과 공휴일 사이에 낀 ‘징검다리’에 있다. 스웨덴에서 ‘징검다리’는 사실상 공휴일이다. 이 날 쉬지 않고 일을 하는 사람들은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는다. 5월 10일이 목요일이면서 예수승천일. 금요일인 11일은 공휴일이 아니지만, 12일 주말과 이어지면서 징검다리 연휴가 된다.

    또 스웨덴에서는 몸이 아플 경우 7일에 한해 아무런 증빙 없이 쉴 수 있다. 물론 병가 처리도 아니고, 연차 휴가에서 제하는 것도 아니다. 무리해서 회사에 나와도 효율도 떨어질 것이고, 감기 등 전염성이 있는 질병일 경우 다른 동료들에게 전염시킬 수 있기 때문에 회사에서는 쉬기를 권고한다. 회사에 오는 것을 막는다고 표현해도 과하지 않다. 물론 유급이다.

    다만 이 경우 해당 기간의 급여는 회사가 주지 않고 국가의 보험으로 지급된다. 회사 입장에서도 재정적인 손실이 없으니 아픈 사람이 굳이 회사에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손해 보는 일이 없다. 겨울에 눈이 많이 와 길이 막힐 경우에도 출근하지 않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한국의 기업 문화에서 미덕으로 꼽히는 것은 ‘아파서 죽겠어도 회사에서 죽어라’다. 무대 위에서 죽는 게 소원이던 이사도라 덩컨도 아닌데. 죽는 한이 있더라도 회사에 나가야 하는 한국의 직장인들이 들으면 놀라 자빠질 이야기다.

    ▲ 휴일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고, 휴가가 풍부한 스웨덴 사람들은 OECD 국가에서도 노동생산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 이석원)

    무엇보다도 스웨덴이 한국과 다른 것은 연차 휴가다. 스웨덴의 법정 연차 휴가는 35일이다. 한국이 근로기준법상 15일에서 25일인 것에 비해 최대 2배 이상 많다. 휴가의 질도 다르다. 대체로 한국의 기업들이 연차 휴가를 연속 사용하는 한계는 5일이다. 즉 앞뒤의 주말을 포함해서 9일간 쉴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이렇게 휴가를 쓸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반면 스웨덴은 연차 휴가 연속 사용에 대한 규제가 전혀 없다. 스웨덴 최대 은행인 SEB의 한 은행원은 30일의 휴가를 연속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그는 6월 30일 토요일부터 8월 12일 일요일까지 총 44일, 거의 한달 보름간의 휴가를 떠난다.

    스웨덴의 공휴일과 휴가가 한국과 가장 다른 점은 집중과 효율이다. 쉴 때 확실하고 제대로 쉬어주는 것이 일의 효율성을 더 높여준다고 생각한다. 휴가를 사용하는 것은 어느 누구도 침해할 수 없는 권리라는 의식이 강하다. 어떤 누구도 이러한 권리에 이의를 달지 않는다.

    스웨덴의 노동 문화는 노사와 정부의 유기적인 협의와 합의로 이뤄진다. 스웨덴도 지금과 같은 근무 환경이 만들어진 것은 오래된 일은 아니다. 1930년대 그 유명한 노사정 협의인 ‘살트셰바덴 협약’ 이후에도 수많은 시간 끊임없는 갈등과 마찰을 겪으면서도 꾸준히 대화하고 타협하고, 합의해서 얻어낸 것이다.

    대결이 아닌 대화, 분쟁이 아닌 타협, 노동자든 사용자든 정부든 그 누구도 일방적인 손해를 감수하지 않으면서 ‘윈윈’을 이루려는 노력들의 결실로 만들어진 휴가라는 근로 환경의 꽃, 한국이라고 해서 아주 먼 미래의 일만은 아닐 수 있다.[이석원 스웨덴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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