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가상화폐(암호화폐) 투자 열기가 다소 주춤해진 가운데 금융당국이 금융권을 통한 우회적 규제에 나서고 있다. 앞서 감독당국이 정상적인 가상화폐 거래를 위한 지원에 나서겠다고 공표했지만 자금세탁과 횡령 등 각종 위험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상황에서 실명계좌 지급이 지연되는 등 업계의 실질적 변화는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데일리안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가상화폐(암호화폐) 투자 열기가 다소 주춤해진 가운데 금융당국이 금융권을 통한 우회적 규제에 나서고 있다. 앞서 감독당국이 정상적인 가상화폐 거래를 위한 지원에 나서겠다고 공표했지만 자금세탁과 횡령 등 각종 위험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상황에서 실명계좌 지급이 지연되는 등 업계의 실질적 변화는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정보분석원(FIU)과 금융감독원은 다음달부터 가상화폐 거래소와 거래 중인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제2차 실태 점검에 나선다. 점검은 금융당국이 지난 1월 말부터 시행한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에 따른 것으로, 지난 두 달 간 해당 가이드라인을 준수해 왔는지 여부를 은행 자체 점검 결과를 토대로 현장점검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점검에서는 특히 그동안 가상화폐 거래에서 가장 큰 부작용으로 꼽아온 가상화폐 거래소들의 법인계좌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본다는 방침이다. 최근 일부 대형사를 제외하고 실명계좌를 발급받지 못한 상당수 거래소들이 법인계좌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 가운데 금융회사가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법인계좌를 발급해줬는지 여부와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법인계좌를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에 대한 고강도 조사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당국의 이같은 규제에는 최근 가상화폐 시장에 불어닥친 각종 악재들도 한 몫을 했다는 분석이다. 이달 중순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3곳의 직원들이 고객 돈을 빼돌려 가상화폐를 구매한 혐의가 검찰에 포착돼 사흘 간에 걸쳐 압수수색을 받는 등 수사당국의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된데다 지난해 가상화폐를 빙자한 유사수신 신고건수만 453건으로 전체 유사수신 신고 건수의 3분의 2 가량을 차지한 것으로 분석되면서 건전성 우려가 한층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정됐던 은행들의 거래소 실명계좌 발급 역시 답보상태에 빠졌다. 앞서 최흥식 전 금융감독원장은 “은행들이 당국 눈치보지 않고 실명계좌 발급에 나설 수 있도록 독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명계좌 발급에 따른 문제 발생 시 책임을 강도높게 묻겠다는 당국 입장에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보수적 입장을 견지한 은행들이 실명제 두 달여가 지나도록 신규계약을 꺼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업계 1, 2위를 다투는 업비트조차도 신규계좌 발급이 힘든 상황인데 나머지 거래소들은 오죽 하겠나”라며 “개별 거래소들이 자체적으로 은행권과 접촉을 시도하고 신규계좌 개설 노력을 진행 중이지만 지금 당장으로선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이밖에 가상화폐 관련 강력한 정부 규제에 막힌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기업들이 앞다퉈 국내 대신 해외에 법인이나 재단을 설립하고 ICO(가상화폐 공개)를 위한 준비에 돌입하고 있지만 국내에서의 ICO 공개 역시 전면 불허하겠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일관된 입장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이 해외 ICO까지 금지할 수 있는 법령은 사실상 없다”면서도 “ICO의 경우 발행방식과 구조에 따라 그 자체로 다른 법령에 저촉이 될 여지가 있다. 또 투자자보호 상 위험 때문이라도 여전히 부정적”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블록체인협회가 이달 중 자율규제안을 최종 확정짓고 20여개 거래소를 대상으로 자율규제위원회 첫 심사에 나설 것으로 전해지면서 그에 따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김화준 한국블록체인협회 부회장은 "자율규제를 하는 것이 실명계좌 발급의 필요조건"이라며 "당국 관계자 역시 발급을 위해서는 안정성이 전제되야 한다고 언급한 만큼 심사 이후 이야기가 되지 않겠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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