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 조선업체들이 최근 잇달아 고부가가치선 수주 계약에 성공하며 지난 2015~2016년 수주 절벽으로 바닥난 수주잔량을 채우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에 따른 친환경 선박 교체수요 발생과 LNG(액화천연가스) 설비 증설에 따른 운송수요 확대로 시황이 되살아나고 있는 가운데, 기술력이 뛰어나고 해당 선박 건조경험이 풍부한 국내 대형 조선업체들이 수주를 따내고 있는 것이다.
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이날까지 현대중공업그룹,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대형 조선 3사의 누적 수주량은 총 50척, 42억달러에 달한다. 여기에 삼성중공업이 수주를 확정지은 LNG선 1척의 계약이 9일 발효되면 수주 규모는 더 늘어난다.
현대중공업그룹(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은 총 29척 20억달러의 누적 수주를 기록했다. LNG운반선(이하 LNG선) 3척, LPG선 8척, 유조선 10척, 초대형 컨테이너선 6척, VLOC(초대형 광탄운반선) 2척 등이다.
특히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5일까지 일주일 동안에만 LNG선 2척, LPG선 2척, VLCC(초대형 유조선) 2척, VLGC(초대형 가스운반선) 2척 등 총 8척 8억달러 규모를 수주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2일까지 총 7척, 8억달러 규모의 선박을 수주하는 등 올해 누적 10척 12억달러의 수주를 달성했다.
대우조선해양이 이번 주에만 모두 7척 8억달러 상당의 선박 수주에 성공하는 등 올해 누적 10척 12억달러의 수주를 달성했다. 선종별로 LNG선 4척, VLCC 5척, 특수선 1척 등이다.
삼성중공업도 초대형 컨테이너선 8척, LNG선 1척, 유조선 2척 등 올 들어 11억 10억3000만달러의 수주 실적을 거둔 데 이어 오는 9일 추가로 LNG선 1척의 계약을 앞두고 있다.
업계에서는 그동안의 수주 가뭄을 해갈해줄 최대 호재로 IMO의 환경규제를 꼽는다. IMO는 2020년 1월 1일부터 공해상 선박 배출 황 함유량을 0.5% 이하로 제한할 예정이다.
지금은 북미, 유럽, 중국 등 지정된 배출규제해역(ECA)에서만 0.1%~0.5% 이하 저유황유 사용을 강제하고 있으며, 일반 해역에서는 3.5% 이하 기준만 충족시키면 되지만, 2년 뒤부터는 일반 해역에서도 0.5% 이하의 황 함유랑 기준을 지켜야 하는 것이다.
해운업체들이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연료를 기존 고유황유 대신 저유황유로 바꿔 사용하거나 탈황장치인 스크러버를 설치하는 방식도 있지만 가장 근본적인 대책은 건조시에 스크러버가 설치된 선박이나 아예 황산화물 배출이 없는 LNG연료 추진선박으로 교체하는 것이다.
고유황유 대비 가격이 50%가량 높은 저유황유를 연료로 사용했다가는 수익을 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9일 2017년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연초부터 국내 조선업체들의 수주 소식이 잇따르는 배경에 대해 “IMO 환경 규제로 인해 노후선 대체 시기가 앞당겨진데다, 운항 경제성이 높은 신형 선박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국내 조선업체들이 수주한 선박들은 모두 LNG연료 추진방식, 혹은 스크러버를 설치한 디젤연료 추진방식으로 IMO 환경 규제를 충족하는 선박들이다.
또 하나의 호재는 LNG 운송수요 확대다. 이 역시 환경 이슈와 연관되는 것으로, 각국의 환경 규제가 강화되며 청정 연료인 LNG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이 조선 업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적극적인 에너지 수출 기조와 중국의 친환경 에너지 소비정책이 맞물려 LNG 물동량이 증가하면서 LNG선 수요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오일메이저 셸(Shell)에 따르면, 글로벌 LNG 생산능력은 2016년 2억6400만t에서 2019년까지 3억7800만t으로 43%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셸은 또한 2020년부터 LNG 공급이 부족해 LNG 생산 설비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카타르는 2300만t의 LNG 설비 증설을 발표했으며, 1200만t 규모의 모잠비크 육상 LNG 프로젝트도 FID(투자결정)를 추진 중이다.
이같은 전망 하에 주요 LNG선사와 리서치 기관들은 현재 건조 중인 LNG선의 90% 이상 용선이 확정됐으며, 2020년께부터 LNG선 용선 부족을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시장에서는 올해 미국 모잠비크를 중심으로 예정된 신규 LNG 플랜트에서만 약 45척의 LNG선이 필요한 상황으로 보고 있어 향후 LNG선 시장 전망은 매우 밝다.
이런 상황은 특히 기술력에서 앞서는 국내 조선업체들이 수주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기회가 되고 있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조선업체들은 LNG 추진선 분야에서 가장 앞선 기술력을 갖추고 있고 증발가스 재액화 기술 등 LNG 수송선 관련 기술도 세계 최고의 자리를 놓고 서로 경쟁할 정도로 다른 나라에 비해 우위에 있다”면서 “그동안 건조경험도 많이 축적돼 있어 신뢰성 측면에서 선주들의 선호를 받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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