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의 '저원가성' 예금에 투자자들의 뭉칫돈이 몰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상승기에 접어들면서 언제든지 바로 현금화해 다른 자산에 투자하려는 재테크 움직임과 순이자마진(NIM)을 개선하기 위한 은행들의 전략이 맞물린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말 초저금리형 예금 잔액은 351조1638억원으로 2016년 말(325조1063억원)보다 8.01%(26조575억원) 늘었다.
해당 예금은 수시입출금식예금 등과 같이 연 0.1% 정도의 낮은 금리를 제공하는 수신상품으로 예금주가 원하면 언제든 찾아갈 수 있다. 저축성 예금에 비해 현금화가 쉬운 대신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아 은행 입장에서는 낮은 가격(금리)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은행별로 보면 우리은행의 예금 증가 속도가 가팔랐다. 실제 지난 2016년 12월 말 84조8200억원이었던 우리은행의 저원가성 예금 잔액은 작년 12월 말 93조2100억원으로 9.8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은 67조3981억원에서 73조2930억원으로 8.74% 불어났고 KB국민은행도 103조1253억원에서 111조2344억원으로 7.86% 뛰었다.
KEB하나은행 역시 73조4264억원으로 3조6635억원(5.25%)어치 늘렸다.
은행들이 이 같은 예금을 늘린 이유는 은행 수익성 지표인 NIM을 확대하기 위한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시장금리 상승과 포트폴리오 개선에 따른 예대마진 개선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다.
또한 최근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방침으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주춤해지면서 예대율 관리보다는 저원가성 예금을 유치해 조달비용을 낮추게 데 주력할 수 있게 된 영업 환경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금리인상기에 접어들면서 투자자들이 금리가 오르면 더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는 상품으로 바로 갈아타려는 흐름도 이어지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초저금리 예금은 조달비용을 크게 떨어뜨리기 때문에 은행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은행의 영업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고객들도 금리인상기에 본격 들어서면서 금리가 오르면 곧바로 금리가 인상된 상품으로 갈아타려고 뭉칫돈을 수시입출금식예금 등에 예치하는 추세가 잘 맞아떨어진 데 따른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은행들의 자금이 풍부한 상황이기 때문에 자금을 조달하는 데 있어 높은 비용부담을 할 필요가 없는 만큼 올해에도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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