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공장 폐쇄로 사라지는 크루즈·올란도 어떤 차?

박영국 기자

입력 2018.03.05 11:47  수정 2018.03.05 14:55

크루즈, 한국지엠 내수물량 책임질 기대주…가격전략 오판으로 참패

올란도, 투자 대비 판매실적 양호…천수 누리고 '호상(好喪)'

쉐보레 크루즈(위)와 올란도.ⓒ한국지엠

크루즈, 한국지엠 내수물량 책임질 기대주…가격전략 오판으로 참패
올란도, 투자 대비 판매실적 양호…천수 누리고 '호상(好喪)'

한국지엠이 오는 5월 말 군산공장 폐쇄를 결정하면서 이곳에서 생산되던 크루즈와 올란도도 단종을 맞게 됐다. 애초에 크루즈와 올란도의 판매 부진이 군산공장 가동률 저하로 이어져 폐쇄라는 결과를 낳았으니, ‘원인 제공자’이자 ‘피해자’인 셈이다.

5일 한국지엠에 따르면 크루즈와 올란도는 추가 생산 없이 재고 물량 소진까지만 판매될 예정이다. 앞서 군산공장은 폐쇄를 발표한 2월 13일보다 앞선 2월 7일을 마지막으로 생산을 중단한 상태다.

현재 남은 재고는 크루즈 3000대, 올란도 2000대 가량이다. 올 들어 두 차종의 판매가 월 500대 미만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하반기까지 판매가 유지될 수 있는 물량이다.

이들 중 크루즈는 한국지엠에게 있어 ‘애증’의 존재다. 지난해 3월 출시된 신형 크루즈는 2016년 출시된 신형 말리부의 바통을 이어받아 한국지엠의 내수 판매물량을 끌어올리고 군산공장에 일감을 제공할 막중한 임무를 띠고 있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신선한 디자인의 크루즈가 아반떼로 뒤덮인 준중형차 시장에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해 줄 차종으로 기대가 컸었다.

하지만 결과는 참패였다. 출시 당시 기본트림 가격을 아반떼(자동변속기 장착 기본모델 1560만원)보다 300만원 이상 비싼 1890만원으로 책정하며 소비자들의 비난이 집중된 데다, 생산 단계에서 품질 문제까지 불거졌다.

결국 인도시기를 미룬 채 전수조사를 실시한 뒤 가격도 기본트림 기준 200만원 낮추며 다시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이미 소비자들의 마음은 돌아선 뒤였다.

판매 첫 달인 3월 2147대로 준수한 판매실적을 기록하는 듯 했지만 다음달부터 2000대 이하로 떨어지더니 하반기에는 월평균 1000대에도 못 미치는 초라한 실적을 거뒀다. 볼륨 차급인 준중형에 속하는 차종으로서는 존립 자체가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특히 지난해 8월과 9월에는 전년도 같은 시기, 즉 구형 크루즈가 팔리던 시절보다 못한 판매실적을 기록하며 신차라고 부르기도 무색한 모습을 보였다.

결국 크루즈는 군산공장의 가동률을 끌어올리는 데 별다른 기여를 하지 못하며 군산공장 폐쇄의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함과 동시에 출시 1년여 만에 단종을 맞게 됐다.

애초에 상위 차급인 쏘나타의 시장을 넘볼 게 아니라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동급인 아반떼의 시장을 빼앗는 데 집중했다면 지금보다는 상황이 나았을 텐데, 전략적 오판에 희생당한 젊고 용맹한 무사를 보는 듯 안타깝다.

올란도는 크루즈와는 반대로 ‘기대 이상의 선전’으로 한국지엠에 쏠쏠한 투자 대비 수익을 안겨줬던 모델이다.

애초에 볼륨 차급이 아닌 MPV(다목적차량)에 속하는데다, 2011년 출시 이후 단 한 번도 완전변경은 물론 부분변경 한 번 없이 ‘사골’ 소리를 듣는 노후 모델임에도 불구, 2016년까지 월평균 1000대 이상의 판매실적을 기록했다.

한국지엠이 생산하는 차종 중 유일하게 현대·기아차의 경쟁 차종(기아차 카렌스)을 누르고 차급 1위를 기록해온 상징성도 있다.

하지만 데뷔 8년차를 맞는 올해까지 기세를 이어가는 것은 무리였다. 이미 지난해 판매실적이 월평균 600여대로 급감했고, 올해는 400대 내외로 떨어졌다.

사람으로 치면 천수를 누린 ‘호상(好喪)’에 가깝지만, 나름 탁월한 실용성을 바탕으로 탄탄한 고객층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디자인과 성능을 개선한 신형으로 출시돼 명맥을 이어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한편, 한국지엠은 단종에 따른 중고차 가격 하락을 우려해 구매를 망설이는 소비자들을 위해 크루즈와 올란도의 3년 후 중고차 가치를 55%까지 보장해주는 중고차 가치 보장 할부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가격도 12%나 할인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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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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