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철수시 A/S 품질 저하, 중고가 하락 우려로 판매 급감 내수시장 상실시 경영정상화 계획 차질 우려
소문만 무성했던 한국지엠 철수설이 군산공장 폐쇄를 계기로 현실화되면서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한국지엠이 판매하는 쉐보레 차량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잔류가 확정된다 해도 내수 시장을 유지할 수 있을지 불투명해 보인다.
5일 한국지엠에 따르면 2월 한국지엠 차량의 국내 시장 판매실적은 5804대로 지난해 2월 1만1227대 대비 48.3% 감소했다. 사실상 반토막이다.
설 연휴로 인한 근무일수 감소라는 요인이 있었지만 현대·기아차가 5%대, 쌍용차가 12%대 감소율을 보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지엠의 낙폭이 월등히 크다.
업계에서는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 발표 이후 불거진 한국시장 철수 논란이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부추겨 판매 감소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한국지엠의 경영정상화와 관련해 집중적으로 조명되는 부분은 전체 완성차 판매량(2017년 52만대)의 75%에 달하는 수출 물량이지만, 나머지 25%에 해당하는 내수판매물량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한국지엠은 현대·기아차에 이어 국내 3위 완성차 업체다. 지난해 국내 판매실적은 13만2377대였고, 2016년에는 18만대 이상을 국내에서 팔았다.
하지만 GM이 한국지엠의 경영정상화와 신차투입을 통한 ‘한국 잔류’를 결정한다 해도 국내 시장에서의 시장 점유율이 유지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반 소비자들에게 자동차는 실물자산 중 부동산을 제외하고 가장 비싼 자산이다. 향후 제품을 사용하는 데 불편함이 있고, 처분 시 감가가 커질 리스크가 존재한다면 구매를 망설일 수밖에 없다.
GM은 한국 정부의 자금지원과 노조의 비용절감 협조가 있어야만 한국지엠에 대한 경영정상화 방안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그게 아니면 철수하겠다는 얘기다. 정부는 아직 지원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으며, 인원 구조조정에 내몰린 노조 역시 일방적인 희생을 감수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설령 정부 지원과 노조의 협조가 이뤄져 GM이 한국지엠의 존속을 결정하더라도 그게 ‘영속성’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미국과 중국 시장, 고수익 대형 차량과 미래차 분야에 집중된 GM의 경영계획에 한국은 존재하지 않는지라 정부 지원과 비용절감으로 일단은 눌러앉더라도 새로 생산에 투입한 차종의 라이프사이클이 하향곡선을 그리는 시점이 되면 다시 철수 카드를 꺼내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정부가 자금지원의 대가로 협상하기 나름이겠지만 GM을 잡아둘 수 있는 시간은 기껏해야 5년 내외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당장 철수 가능성이 있는 업체는 말할 것도 없고, 5년 뒤 철수할 것으로 예상되는 업체로부터 자동차를 구매하는 위험 부담을 지긴 쉽지 않다.
철수 이후에도 어떤 식으로든 A/S는 제공하겠지만(물론 남은 할부금도 어떤 식으로든 수금하겠지만) 기존 한국지엠이 완성차를 판매할 때의 수준을 기대할 수는 없다. 시간이 흐를수록 부품 수급에도 문제가 생길 것이다. 직접 타고 다닐 때는 물론이고 중고차로 처분할 때도 골칫덩이가 될 수 있다.
이런 우려가 판매에 반영되는 속도는 매우 빨랐다. 한국지엠 사태가 본격화된 것은 군산공장 폐쇄를 발표한 2월 13일이었다. 그 이전까지 절반 정도의 기간은 정상적인 영업을 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철수설이 영향을 미친 것은 중순 이후 절반 기간에 불과했지만 판매실적은 반토막이 났다.
철수설 영향이 오롯이 반영되는 3월 이후 판매실적은 더욱 심각한 부진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한국지엠이 이달 초 내놓은 ‘쉐비 프로미스’라는 프로모션은 회사측이 이같은 상황을 상당히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주력 차종의 보증 기간을 2년 늘린 5년·10만km까지 제공하고, 판매가 부진한 차종은 3년 후 중고차 가치를 55% 보장하는 내용이다. 철수설에 따른 A/S와 잔존가치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된 프로모션이다.
내수 판매가 예전보다 확연히 감소한다면 한국지엠의 경영정상화 계획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GM 본사 입장에서도 한국에서 완성차 공장을 유지하는 대가로 따라오는 옵션에 ‘연간 10~20만대의 시장 확보’가 포함되지 않는다면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완성차 업체 한 관계자는 “한국 철수설과 국내 판매 부진이 서로 물고 물리는 양상이라 문제가 상당히 복잡해졌다”면서 “한국지엠으로서는 철수 여부를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국내 소비자들을 안심시켜야 하는 쉽지 않은 과제를 안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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