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노동이사제 비자발적 도입 확산일로

이미경 기자

입력 2018.01.10 06:00  수정 2018.01.10 06:41

KB국민과 신한은행, 3월 주총서 노조 추천 사외이사 제안키로

노조 경영참여 사측과 협상력 높이는 수단 전락 목소리 잇따라

KB국민과 신한은행, 3월 주총서 노조 추천 사외이사 제안키로
전문가들, 노조 경영참여 사측과 협상력 높이는 수단 전락 지적


최근 금융당국이 지배구조 개혁과 맞물려 노조의 사외이사 추천제 도입을 사실상 권고하고 있어 은행권에서도 최근 검토단계에 돌입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은행권에서 노동이사제 도입이 확산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이 지배구조 개혁과 맞물려 노조의 사외이사 추천제 도입을 사실상 권고하고 있어 은행권에서도 이와 관련해 검토단계에 돌입한 상태다.

은행권 내부에서는 노동이사제가 도입되면 노조가 연봉협상과 구조조정, 직원인사 등에서 사측과의 협상력을 높이는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노조의 경영참여가 자칫 주주의 이익의 반한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은행권의 이같은 우려에도 금융위원회의 공식 자문기관인 금융행정혁신위원회(혁신위)가 민간금융회사에도 노동이사제를 도입해야한다고 최종권고안에 포함시키면서 사실상 은행권에서는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노동이사제 도입을 위한 수순을 밟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노조는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노동이사제(근로자 추천이사제)를 통한 사외이사 추천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오는 3월에 주총에서 주주제안을 통해 추천할 사외이사를 물색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11월 주총에서 국민은행 노조측은 노조 추천 사외이사 선임 안건을 제안해 표결에 부쳤지만 찬성표가 10%대에 머무르며 결국 부결됐다. 이는 노조측에서 추천한 사외이사 선임안건에 대해 주주들의 지지를 받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신한금융 노조도 3월 주총에서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내달 지주와 은행에 노조 입장을 정리해서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하나금융 노조는 이달 중에 사외이사들에 대한 재신임을 요구할 방침이다. 최근 금융당국의 셀프연임 지적이 잇따른 가운데 차기 회장을 선임하는 사외이사들이 현 회장이 뽑은 인사들로 구성됐다는 점에서 문제제기를 하고 나선 것이다.

우리은행 노조측도 근로자 추천이사제 도입 추진을 검토하고 있지만 선결과제로 지주사 전환이후에 진행하기로 입장을 표명한 상태다.

하지만 향후 노조의 경영권 참여 가능성은 열어놨다. 이와 관련해 우리은행 우리사주조합은 지난달 29일 지분 공시를 통해 주식 보유 목적에 '주주제안'을 추가했다. 단순 투자목적으로 주식을 보유했다는 입장이지만 향후 노조의 경영권 참여 시도를 위한 준비작업이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우리은행 노조 관계자는 "현재 노사 분쟁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근로자추천이사제를 무리하게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는 지주회사 전환과 예보의 지분 매각이 가장 먼저 이뤄져야할 수순"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은행권 전반으로 금융권 노동이사제 도입이 급물살을 타고 있지만 노조의 경영참여에 따른 부작용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현재 한국 금융산업이 세계 80위권까지 추락한 상태에서 노조의 경영간섭이 현실화되면 금융산업은 더욱 도태될 수 밖에 없다"며 "독일 같은 선진국가에서도 노조가 직접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감독이사회 멤버로 참여해 경영진의 결정상황에 대해 법규정 문제 여부만 검토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노조측 인사가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것은 유례없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오는 3월에는 금융권 사외이사들의 임기가 대거 만료될 조짐이어서 노조 추천 인사들이 대거 사외이사로 추천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현재 KB·신한·KEB하나·NH농협 등 국내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28명 가운데 24명(85.7%)%의 임기가 오는 3월에 끝난다. 주주의 가치를 높이고 회사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CEO나 정부, 노조가 개입하지 않은 투명한 방식의 사외이사 선임이 이뤄져야한다는 주장이다.

박경서 고려대학교 경영대 교수는 "포스코의 경우처럼 사외이사 후보를 내부가 아닌 외부의 추천위원회를 통해 뽑거나 독립적인 절차를 밟는 것이 필요하다"며 "CEO가 셀프연임을 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관치나 노치로부터 객관성을 가지고 있어야하는 것이 이사회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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