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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속내 "평창 간다 해줬더니 역시나..."


입력 2018.01.07 09:06 수정 2018.01.07 10:19        데스크 (desk@dailian.co.kr)

<칼럼>남조선의 반응은 핵의 힘이 대단하다는 증거

가시적 성과 매달릴텐데 우리는 호구 삼아 즐기면...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1면에 1일 게재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2018년 신년사.ⓒ연합뉴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1면에 1일 게재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2018년 신년사.ⓒ연합뉴스

“지금 김정은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생각하며, 그의 입장에서 현 상황을 정리해 봤다. 사실이 아니라 가정이다. 그의 속은 알 수 없으나, 얼추 비슷할 것이다. 그는 ‘사이코 패스’일지는 모르지만, 비이성적인 ‘돌+아이’는 아니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필자 주 >

2018년 올해는 출발이 좋다.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완성하고 올해 실전배치를 앞두고 있다. 아직 안정성은 검증되지 않았지만 이 정도로 충분하다. 미국이 인정하고 남조선은 떨고 있다. 앞으로는 우리의 의지로 미제와 남조선을 이끌고 갈 수 있다. 미국은 아직 모르지만, 남조선 지도자는 예전에도 그랬듯이 우리를 충실히 도와줄 가능성이 크다. 좀 왔다갔다 하지만, 그것은 국내 반동분자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기만전술로 이해할 수 있다. 크게 봐서는 일관성이 있다.

신년사를 쓰면서 감개무량했다. 지난 해 20여년 ‘고난의 행군’이 결실을 얻은 것이다. 1996년 신년사에서 아버지 김정일 위원장이 ‘고난의 행군’을 강조하신 뒤 꼭 22년만이다. 아버지는 당시 신년사에서 “전체 당원들과 인민군 장병들과 인민들은 사회주의 3대진지를 튼튼히 다지며 백두밀림에서 창조된 고난의 행군정신으로 살며 싸워 나가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돌이켜 보면 핵 강성대국의 꿈은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부터 시작된 유업이었다. 1990년대 초반 구소련 등 동구권이 무너지면서 할아버지와 우리 조선은 위기를 맞았다. 경제적으로 힘들었고, 외교적으로도 고립됐다. 그때 할아버지는 많은 노력을 하셨다. 남조선 지도자와 회담도 모색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남조선을 지렛대로 삼는 외교적 전략전술의 시작이었다. 그 이후 기만전술로 성공한 두 차례 정상회담의 기초를 만드신 것이다.

할아버지는 또 자생력을 강화하기 위해 ‘우리식 사회주의’를 주창하고, 핵개발에 목표를 두셨다. 94년 핵개발을 핑계로 미제가 우리 조선을 폭격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러나 그때도 남조선지도자가 미국을 말려줬고, 심지어 다양한 지원까지 주선했다. 이를 계기로 핵개발을 지속할 수 있었으니 얼마나 다행한 일이었던가? 이 전략전술은 그 이후에도 계속되고 나도 마찬가지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고난의 행군’ 때 나는 스위스 유학중이었기 때문에 상황을 잘 모르지만, 인민들이 엄청 고생을 했다고 한다. 수많은 인민이 굶어 죽었다고 한다. 그러나 아버지는 우리 형제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의 교육을 시키고 아무 거리낌 없이 살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일반 인민들과 종이 다른 백두혈통의 후예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내가 지도자가 되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형이 후계자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형은 너무 물렀다. 일찍 서양문물에 빠져서 백두혈통 지도자로서 견지해야 할 결기를 잃었다. 반면 나는 승부욕이 강했다. 이런 차별성은 아버지가 나를 후계자로 삼도록 만들었다.

우여곡절 끝에 권좌에 올랐다. 아직 이십대였다. 아버지는 나를 후계자로 지목했지만, 경쟁자에 대한 깔끔한 정리는 하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형과 형의 후원자들이 항상 눈엣가시였다. 왕좌에 오르곤 숨을 잠시 고르자마자 피의 숙청을 단행했다. 우선 형의 후원자들에 대한 숙청이었다. 고모부인 장성택을 처형한 것은 쾌거였다. 고모의 아픔은 개의치 않았다. 그러나 근원을 잘라내지 않고는 내부의 반발을 무마하지 못할 것 같았다. 과거 모든 왕조가 그랬듯 다른 구심점이 건재하다면, 권력은 안정화될 수 없다. 중국이 보호하고 있는 형은 언제든지 나의 대타가 될 수 있었다. 그래서 과감히 대사를 감행했다. 그리 깔끔하지는 않았지만, 소기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이제 내부는 정리가 됐다. 모두가 나를 보고 공포를 느낀다. 마키아벨리가 말했듯이 정치지도자는 ‘사랑과 공포’가 필요하다. 둘 중에 하나만 선택할 수 있다면, 당연히 ‘공포’라고 했다. 마키아벨리는 역시 모든 독재자에게 훌륭한 스승이다. 공포에 대한 유일한 예외는 동생 김여정이다. 지금은 충실한 내 대리인이지만, 만약 더 커서 내게 위협이 되면 당연히 형의 길을 걷게 할 것이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분수를 알고 스스로 절제하기 바란다.

다시 올해 신년사로 돌아가자.

신년사는 ‘핵 완성’을 선포하고 이를 통해 국제관계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는 회심의 일성이었다. 물론 첫 단추는 남조선 정부의 협조였다. 미국의 영감은 만만치 않다. 나 못지 않게 거칠다. ‘지난 정권의 과오를 다시 범하지 않겠다’고 한다. 골치 아프다. 그래서 남조선의 협조가 꼭 필요하다. 당사자인 남조선이 대화를 하겠다는데 주권적 사항을 막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게다가 세계인의 축제 평창 동계올림픽이 걸려있으니 명분도 좋다.

평창올림픽에 대해 한마디 해 주었다. 아니나 달라... ‘얼씨구나’ 하며 환영했고, 후속조치를 신속하게 추진해 줬다. 한마디 던졌을 뿐인데, 남조선 정부는 이를 계기로 모든 것을 벗어 줄 기세다. 국제사회에서 고립돼 대화창구로서의 효용을 잃을까 걱정스러울 정도다. 남조선은 우리 선수들을 평창올림픽에 참가시키고 비용까지 대주겠다고 한다. 우리 선수들의 실력으로는 출전할 수 없는데, 핵의 힘이 대단함을 입증하는 쾌거다.

성의를 표한 뒤, 남조선은 고위급회담과 이를 위한 판문점 직통전화 재개를 요청해 왔다. 일단 직통전화는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고위급회담은 좀 뜸을 들였다. 어차피 급한 것은 남조선이고 시간도 여유가 있으니까. 미국 대통령과 통화내용 브리핑 중 ‘미국 대통령이 100% 지지’ 발표가 좋은 명분이 되었다. 미국이 딴 소리를 하더라도 어차피 그것은 남조선 정부의 몫이다. 남조선은 올림픽이 끝날 때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우리의 ‘호구’가 될 수 밖에 없다. 우리는 느긋하게 ‘고난의 행군’의 여운을 즐기며 좀 더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남조선이 원하는 성과의 열쇠는 우리가 가지고 있지 않은가?

남조선 덕에 우리는 시간을 벌 수 있다. 남조선이 우리 편을 들다가 결국 국제사회의 신뢰를 잃어도 상관없다. 어차피 ‘토사구팽’은 정권운용의 상식이다. 우리는 핵이 있고, 종국적인 대화상대는 미국이다. 여차하면 직접 대화통로를 만들면 된다. 미국에도 우리에게 우호적인 소위 ‘비둘기파’들이 많다. 그들에게 적당한 명분을 주면 남조선처럼 달라 들 것이다.

이제 꽃길만 남았다. 인민을 더 옥죄고, 남조선을 압박하고, 이를 통해 미제의 공격을 회피하면 된다. 누가 뭐래도 백두혈통 왕국은 천년을 지속할 것이다. 만세 만세 만만세!!!

글/김우석 미래전략개발연구소 부소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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