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티볼리(위)와 '2018년 투쟁으로 새해를 열어갑시다'라는 문구가 적힌 현대차 노조 소식지.ⓒ쌍용차/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지난해 8월 이후 4개월 연속 소형 SUV 판매 1위를 달리던 현대자동차 코나가 노조 파업에 발목 잡혀 경쟁차인 쌍용자동차 티볼리에 1위 자리를 내줬다. 현대차 노조는 새해 들어서도 또다시 파업에 돌입했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코나의 지난달 판매실적은 2618대로 전월 대비 39.5%나 감소했다. 대수로는 1706대 줄었다.
반면 티볼리는 지난달 4885대의 판매실적으로 단숨에 1위 자리를 되찾았다. 전월과 비교해 13.7%, 대수로는 587대나 늘었다.
다른 소형 SUV들도 판매가 늘어난 것은 마찬가지다. 기아차 스토닉은 지난해 11월 1302대에서 12월 1813대로, 같은 기간 한국지엠 트랙스는 1401대에서 1548대로, 르노삼성 QM3는 1098대에서 1211대로 각각 늘었다.
경쟁 4사 소형 SUV의 11월 대비 12월 판매 증가 대수를 합산하면 대략 같은 기간 코나의 판매 감소분과 일치한다. 코나에서 이탈한 소비자들이 다른 경쟁 차종으로 분산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출고가 본격화된 지난해 8월 이후 줄곧 월 4000~5000대씩 팔리던 코나 판매가 12월 느닷없이 3000대 미만으로 급감한 것은 노조 파업에 따른 생산차질 때문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판매 일선에서 코나의 인기는 계속되고 있지만 파업에 따른 생산차질로 공급이 부족해 12월 판매가 급감했다”고 전했다.
한참 신차 효과를 누려야 할 시기에 노조 파업으로 1700여명의 고객을 빼앗긴 것이다.
현대차의 또 다른 인기 모델인 그랜저도 11월 1만181대에서 12월 9080대로 판매가 줄었다. 2016년 말 풀체인지 모델 출시 이후 계속돼 오던 월 1만대 이상 판매 행진이 노조 파업 때마다 끊기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해 8월 파업 이후 집행부 교체 등으로 한동안 소강상태를 보였으나 회사측과의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이 지지부진해지자 12월 5일부터 19일까지 주말을 제외한 11일 연속 파업을 단행했다.
파업에 따른 현대차의 생산 및 판매 차질은 올해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노조는 지난해 회사측과 도출한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부결되자 회사측과 재협상을 진행했으나, 연말까지 회사측이 임금 추가 인상 등을 제시하지 않는다며 연초부터 파업에 나섰다.
새해 첫 근무일인 지난 3일부터 평일철야를 포함한 특근 거부 및 사측과의 협의 전면 중단에 나선데 이어 4일부터 4시간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이날 1조는 오전 11시 30분부터 작업을 멈췄고, 2조는 오후 8시 20분부터 4시간동안 작업을 중단할 예정이다. 이어 5일과 8일, 9일에도 같은 방식으로 4시간씩 파업을 진행하며, 10일에는 1조가 오전 9시부터, 2조가 오후 5시 40분부터 작업을 중단하는 식으로 파업 시간을 6시간으로 늘릴 계획이다.
하부영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은 지난 3일 중앙쟁의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임금성 추가 제시 없는, 변화된 안이 없는 재교섭은 무의미하다”면서 “연초 교섭파행 규탄과 변화된 제시를 촉구하는 파업과 동시에 조속히 타결이 안 된다면 2018년은 장기 투쟁이 불가피하다”는 말로 파업 장기화를 예고했다.
현대차는 올해 국내 시장에서 지난해보다 1만2000대가량 증가한 70만1000대를 판매할 것을 목표로 세웠으나 새해를 파업과 함께 맞이하면서 첫 걸음부터 삐걱대고 있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는 국내 자동차 시장이 사실상 정체되거나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제조사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인기 모델이 생산차질로 적기 공급이 안된다면 고스란히 고객 이탈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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