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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호 마음까지 흔든 ‘진정성’이 뭐길래


입력 2017.11.22 10:42 수정 2017.11.22 10:42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강민호, 삼성과 4년 80억 원에 FA 계약

'진정성' 속뜻은 플러스 옵션으로 추정

삼성 이적을 결심한 강민호는 '진정성'을 강조했다. ⓒ 연합뉴스 삼성 이적을 결심한 강민호는 '진정성'을 강조했다. ⓒ 연합뉴스

“미래 가치를 인정해주고 진심으로 다가온 삼성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롯데의 프랜차이즈 스타 강민호가 삼성 유니폼을 갈아입으며 남긴 말이다. 강민호는 21일 삼성과 4년간 80억 원에 FA 계약을 맺고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FA 계약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도 그럴 것이 강민호는 ‘롯데의 강민호’라 불릴 정도로 부산 야구를 대표하는 스타플레이어다. 롯데팬들 사이에서는 이대호와 함께 ‘영구결번’의 명예를 얻을 수 있는 선수로 통했다.

그랬던 강민호가 이적을 선택했다. 그러면서 강조한 말이 바로 ‘진정성’이다. 이 ‘진정성’이라는 말은 고심 끝에 이적을 결정한 선수들이 이구동성으로 사용하는 말이다. 비슷한 단어로는 “진심으로 다가왔다”도 있다.

강민호 뿐만이 아니다. kt 황재균은 물론 KIA 최형우도 그랬고, NC 박석민, LG 차우찬, 한화 정근우 등 대박 계약을 성사시킨 FA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이 단어를 선택했다.

뜻이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진정(眞情)’이란 '참되고 애틋한 정이나 마음'을 뜻하며 여기에 성질의 의미가 담긴 ‘-성(性)’이 붙어 만들어진 말이다. 돈이 오가는 냉정한 FA 시장에서 확 와 닿지 않는 말이다.

사실 ‘진정성’을 강조하며 이적한 선수들 대부분이 계약을 마치면, 기다렸다는 듯이 원소속 구단의 제시 액수가 공개되기도 한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금액의 차이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롯데가 강민호에게 제시한 금액은 삼성과 동일한 80억 원이었다. 2014년 한화로 이적한 정근우도 한화와 70억 원에 계약했지만, 곧바로 전 소속팀 SK가 “70억 원까지 제안했다”고 발표했다. 2015년 두산으로 이적하며 84억 원을 받은 장원준은 롯데의 88억 원 제의를 뿌리쳤고, 95억 원으로 투수 최고액을 찍은 LG 차우찬은 심지어 삼성의 100억 원 제안을 뒤로 했다.

원소속 구단들은 협상 테이블을 차릴 때 ‘진정성’을 내비치지 않았던 것일까, 진심으로 다가가지 않아 협상이 결렬된 것일까. 자연스레 의문부호가 붙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FA 거품 현상이 지속되면서 많은 야구팬들은 ‘진정성’에 숨은 뜻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바로 ‘돈’이다. 계약 규모의 축소 발표는 이미 몇 년 전부터 FA 시장에 널리 퍼진 정설이며, 플러스 옵션을 공개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힌트는 여러 곳에서 나온다. LG 차우찬의 경우 옵션 규모가 약 15억 원에 달한다는 것이 추후 밝혀지기도 했다. 그렇다면 차우찬의 계약 총액은 삼성의 제시액보다 많은 110억 원으로 늘어난다.

SK 김광현은 지난해 4년간 85억 원에 계약했는데 그의 이름값을 감안하면 예상치보다 훨씬 낮은 액수였다. 결국 SK는 플러스 옵션이 있다고 인정했다. 다만 내용과 액수에 대해서는 끝내 함구했는데 상당한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두산 장원준은 4년이 아닌 6년 계약을 맺었다는 추정에서 자유롭지 못하며 KIA 최형우도 보장액 100억 원에 플러스 옵션 20억 원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과 똑같이 ‘진정성’을 강조한 강민호는 삼성과 계약 직후 “축소 발표가 절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다면 이적을 결심하게 된 ‘진정성’의 속뜻이 무엇인지 야구팬들은 어림잡을 수 있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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