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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피플라운지]이정현 실룩실룩 대표 "친환경 생활용품에 제 인생과 삶 담았죠"


입력 2017.11.09 06:00 수정 2017.11.09 14:55        손현진 기자

건축업계서 15년간 몸담아…디자인·품질 다 잡은 제품 내놔

"모두가 원하지만 아무도 만들지 않은 '고품질 생활용품' 구상"

친환경 실리콘으로 만들어진 실룩실룩 제품 사진. ⓒ데일리안 친환경 실리콘으로 만들어진 실룩실룩 제품 사진. ⓒ데일리안

"요즘 웰빙 열풍으로 유기농 음식이 주목 받고 있잖아요. 다들 원산지, 유통기한 꼼꼼히 따져서 사온 식재료로 아기들 먹일 이유식을 만들지만, 오염된 조리도구로 요리하면 몸에 해로운 결과물을 만들 수밖에 없죠."

최근 살충제 계란, 부패 닭고기 등 안전하지 않은 식재료들이 문제가 되면서 먹거리 안전에 대한 경각심은 높아졌지만, 음식에 직접 닿는 조리도구의 안전성은 비교적 관심에서 밀려나 있는 게 현실이다. 일찍이 우리 생활 속 환경 오염에 대한 문제의식을 품고 있다가 직접 친환경 주방용품을 만든 이가 있다. 바로 이정현 실룩실룩 대표다.

이 대표는 15년 간 건축업계에 몸담았던 경험과 자신의 취미 생활인 요리에서 브랜드 설립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는 "고비용의 홈인테리어를 한 고객들 중에 '블랙 앤 화이트로 깔끔하게 집 지어놨더니 빨강, 노랑의 조리도구가 신경쓰인다'고 했던 분들이 많았다"며 "모두가 원하지만 아무도 만들지 않아서 살 수 없었던 것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다보니 조리도구에 관심이 많았다. 분명 음식에 닿는 물건인데 실리콘에서 불쾌한 냄새가 나는 게 있더라"며 "알고 봤더니 실리콘 원료는 무색무취인데 거기다 석유나 합성물질을 섞어서 질감을 낸 제품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고순도 프리미엄 실리콘'으로 만들어 몸에 해롭지 않고 디자인도 멋스러운 제품을 만들겠다고 결심한 뒤 2015년 7월부터 약 1년간 준비해 '실룩실룩'을 론칭했다.

제품에 대한 구상부터 마케팅 전략까지 열 사람 몫을 직접 챙기고 있는 이 대표를 만나 실룩실룩을 론칭하게 된 배경과 앞으로의 포부에 대해 들어봤다.

아래는 이 대표와의 1문 1답.

이정현 실룩실룩 대표. ⓒ데일리안 이정현 실룩실룩 대표. ⓒ데일리안
▲'실룩실룩'이라는 이름이 특이한데 회사를 소개하자면. 브랜드 준비 과정은 어땠나.
우리말의 '실룩실룩'은 가벼운 몸짓을 표현하는 부사이기도 하지만, 브랜드명 실룩실룩(Sillook Sillook)은 'Silicone'과 'Look'의 합성어다. 품질 좋은 실리콘 제품인데 주방을 아름답게 꾸며주는 매력까지 있다는 의미다. 실룩실룩은 100% 국산의 친환경 실리콘을 원자재로 주방용품과 조리도구를 생산하는 회사다. 그렇다고 굳이 실리콘 제품만 만드는 것은 아니고 좋은 재료로 다양한 생활용품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운영하고 있다.

환경에 대해 오래전부터 관심이 많아 결국 친환경 제품을 만드는 데 이르렀고, 브랜드를 구상하면서 시행착오도 많았다. 0.1%라도 몸에 해로울 수 있는 물질을 섞어 단가를 낮출까 하는 유혹이 왜 없었겠나. 하지만 스스로 워낙 까다로운 성격이어서 용납할 수 없었다. 초기에는 공장을 직접 찾아가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제품을 어떻게 만드나 지켜보기만 했다. 잘못된 물건이 나왔는데도 계속 생산하기에 이상해서 물어보니 '원래 이런다'고 하더라. 나름대로 개선사항을 말했더니 처음에는 공장에서도 안 된다고 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설득하니 나중에는 '한번 해봅시다'라며 태도를 바꿨다.

▲실룩실룩이 만드는 프리미엄 실리콘 제품에 대해 좀 더 설명해달라.
미국 FDA 승인을 비롯해 식품안전에 관한 국제기관 테스트를 거친 국산 KCC 원자재 실리콘을 이용했고, 완제품은 또 한번 한국화학융합시험원 등 국가안전기관 테스트를 받아 까다롭게 만들었다. 실리콘 종류는 몇 백가지도 넘지만, 우리 제품은 특히 다른 것보다 가격이 2배로 비싼 의료용 실리콘을 쓴다. 고밀도에 200~300도의 열을 가해서 만드는 제품이기 때문에 오염물질이 스며들 수가 없다. 디자인적인 가치를 제외하고 원자재 가격만 봤을 때도 말랑말랑한 저가 실리콘을 쓰는 것에 비해 한 세배 정도 가격 차가 난다.

특히 막대 모양으로 된 조리도구들은 힘을 지탱해야 하기 때문에 중간 지지대가 필요한데, 저가 제품은 녹인 플라스틱을 빨대 구조의 실리콘 안에 주입해서 굳히는 방식으로 만들지만 우리는 스테인리스 지지대를 일일이 수작업으로 넣어서 제작한다. 제품을 견고하게 만들면 품이 많이 들어 시장성이 낮아질 수 있겠지만, 한번 구입하면 변형 없이 오래 쓸 수 있다는 점이 오히려 차별점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평소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았나.
중금속이 인체에 미치는 악영향이 막대하다는 걸 알게 된 계기가 있었다. 한 방송을 보니 몸에 중금속이 누적돼 죽어가는 사람들 이야기가 나오더라. 양은냄비에 음식을 해서 바닥까지 박박 긁어먹고, 야외캠핑가서 맥주캔에 닭고기 넣어서 익혀먹는 것 등이 사실 굉장히 위험한데 그동안 우리가 잘 모르고 있었다. 표면에 스크래치가 난 조리기구로 염분이 있는 요리를 하면 고온에 의해 수은과 중금속 등 인체에 해로운 독소 물질이 용출되고, 이는 신경성 뇌질환, 치매, 난소·자궁암 같은 치명적인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나무 도마도 마찬가지다. 나무 원자재는 당연히 친환경이겠지만 도마로 만들어진 뒤 칼질에 패이고, 그 자리에 물이 닿으면 온갖 미생물과 곰팡이균이 서식하게 된다. 버리기 아깝다고 양은냄비와 도마를 오래 쓰지만 그로 인한 위험성도 잊지 말아야 한다.

다만 최근 소비자들 인식이 많이 바뀌고 있다. 실리콘 뒤집개 머리부분이 쑥 빠진다든가, 실리콘이 빠진 부분에 물때처럼 거뭇하게 낀 것들을 본 경험으로 소비자들이 경각심을 느끼게 된 것 같다. 제품을 특별히 광고하는 게 없는데 신기하게도 고품질 제품을 찾는 고객들이 많아지고 있다. 실리콘 제품을 쓰는 것 자체가 친환경적인 건 아니다. 국내외 유명 브랜드라고 해도 결국 중국에서 만들어진 것들이 많아 잘 살펴봐야 한다.

▲품질 외에 외관 디자인에도 공을 많이 들였다고 했는데.
모래에서 추출하는 실리콘은 원래 투명한 색이다. 거기에 한 가지 색을 섞으면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빨강, 노랑의 원색 제품을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다. 그렇지만 실룩실룩은 북유럽풍의 톤 다운된 색깔을 내려고 여러 업체를 수소문하면서 공을 많이 들였다. 컬러노트에서 수천 개 샘플을 검토하면서 기본적인 제품 색깔을 5가지 뽑아냈다. 테이블이나 주방 아무 데나 둬도 튀지 않고 오히려 인테리어 효과를 주도록 했다.

이정현 대표는 평소 자주 찾던 서울 방배동 편집숍 '세그먼트'에 자신의 브랜드 제품이 입점돼 기쁘다고 말했다. ⓒ데일리안 이정현 대표는 평소 자주 찾던 서울 방배동 편집숍 '세그먼트'에 자신의 브랜드 제품이 입점돼 기쁘다고 말했다. ⓒ데일리안

▲주요 판매처는 어떻게 되나. 해외 수출도 진행하고 있나.
실룩실룩은 현재 신세계·롯데·현대백화점에 행사 판매처를 두고 있고 세그먼트, 루밍, 갤러리로얄 라운지 등 다수 고급 리빙 셀렉트숍에도 입점해 있다. 백화점 세일즈도 직접 뛰는 편이다. 해외로는 태국이나 동남아시아 시장 중심으로 브랜드를 수출하려고 계획하고 있다. 해외진출을 한 뒤에도 미디어 광고보다는 고객의 입소문을 타고 그들의 생활 속에 녹아들고 싶다.

▲지금까지 브랜드 운영에 관한 소회와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기본 컬러와 까다로운 공정 과정을 만드는 데 돈과 시간이 많이 들었지만, 이런 노력이 융합되면 훨씬 더 오래가는 브랜드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내가 만든 제품에 대한 자부심을 떠나, 건강을 생각하면 고품질의 제품을 써야 하는 이유가 명백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현재 제품 라인은 7가지인데 주걱이나 뒤집개, 찜망 등 모두 다 우리 실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제품이다. 디자인과 제품 사진 촬영, 마케팅 등 모든 과정을 스스로 해내고 있어서 굉장히 바쁘지만, 실리콘 제품을 발판으로 더 다양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발로 뛰고 있다. 이전부터 감성 마케팅이나 사진 촬영에 관심이 많아 즐겁게 일할 수 있다는 게 다행스럽다.

현재 아이들이 쓰는 식판을 출시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아이들만이 아니라 전국민이 사용할 수 있는 다이어트 식판을 콘셉트로 출시될 예정이다. 음식을 다양하게 담아 먹을 수 있도록 볼을 오목하게 만들었고, 혼식·혼밥을 즐기는 1인 가구가 많은데 초라하게 차려 먹기는 싫은 심리를 반영해 세련된 디자인으로 만들었다. 이처럼 실룩실룩이 '실리콘 주방용품 회사'가 아닌 '고품질 생활용품 회사'로 거듭나도록 외연을 넓혀갈 계획이다.

손현진 기자 (sonso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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