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하남 감일지구와 과천 지식정보타운에 치열한 청약 열기가 점쳐지고 있다. 공공택지지구로서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데다 '지역우선공급' 할당으로 1순위에 해당 지역 거주자뿐 아니라 서울, 인천 등 거주자들도 대거 쏠릴 것으로 점쳐지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대출 규제, 가점제 확대 등으로 상대적으로 여유자금이 부족한 30~40대 실수요층은 진입이 제한되는 만큼 결국 특정 계층에 수혜가 집중될 것이라는 우려도 교차한다. 과거 아파트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월등히 낮아 '로또 아파트'라는 부작용으로 폐지된 '보금자리주택'이 데자뷰처럼 겹쳐지고 있다.
7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지난달 말 경기도 하남 감일지구에서 공급한 공공분양아파트 스윗시티(A4블록, 전용 51~84㎡ 총589가구)에는 민간택지와 달리 '지역우선공급'이 적용됐다. 전체 공급 물량 가운데 하남시 30%, 경기도 20%, 수도권 50%로 할당됐다.
LH관계자는 "하남 감일지구는 66만㎡가 넘는 대규모 택지개발지구여서 주택공급 규칙에 따라 지역 우선 공급이 적용된다"면서 "이 비율은 공공분양이나 민간분양이나 동일하다"고 말했다. 단 예비입주자의 경우 지역우선공급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하남 감일지구'는 과거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을 풀어 조성한 옛 보금자리지구다. 하남시 감일동과 감이동 일원에 168만7570㎡에 총 1만2900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일대는 서울 송파까지 자동차로 이동하는 데 10분밖에 걸리지 않는데다 강남 출퇴근 시간도 30분 안팎이기 때문에 '서울 생활권'으로 분류된다.
특히 토지조성 원가가 저렴하다 보니 일반 공공택지와 비교해도 월등히 낮은 가격으로 분양가가 책정된다. 이에 뜨거운 청약 열기가 예상되는데, 지역우선공급에 따라 서울·인천 거주자 등도 1순위 청약이 가능해 경쟁률은 더욱 치열할 것으로 점쳐진다.
실제 이 단지의 분양가는 전용 52㎡ 3억원부터 59㎡ 3억6000만원, 84㎡ 5억2000만원에서 책정됐다. 물론 소득 수준 등이 엄격히 적용되는 공공분양이어서 저렴하게 책정, 1순위 청약에서만 평균 14.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할 정도였다.
당장 인접한 송파구 마천동 단지보다 1억~1억5000만원 정도 저렴하고, 송파구 장지동 전용 84㎡가 8~9억원 하는 것을 감안하면 3억원 넘게 차이가 난다. 다음달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공급할 민간분양인 B6·C2·C3블록도 평당 1700만원이 논의되고 있는데, 이 역시 시세보다 낮다. 즉 당첨만 되면 로또 단지가 되는 셈이다.
마천동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감일지구가 행정구역상 경기도로 되어 있지만 맞닿아 있는 송파구 마천동이나 장지동 위례신도시와 비교 대상이 될 수 있다"면서 "인근 단지보다 가격이 월등이 낮아 당첨만 되도 시세차익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남 감일지구 위치도.ⓒLH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선정되며 사실상 '준강남' 인증을 받은 과천 역시 마찬가지다. 과천시 갈현동과 문원동 일대에는 135만㎡ 규모의 과천지식정보타운이 조성중인데, 이 지역 역시 옛보금자리지구로 대부분 그린벨트를 해제해 조성됐다.
이 자리에는 지식기반산업단지와 공동주택 등이 조성되는 자족형 공공주택지구로 개발된다. 2020년 부지 내 지하철4호선 신설역도 개통될 예정이다. 총 8200여 가구가 공급될 계획인데 이중 연내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가장 먼저 S6·S4·S5블록 총 1996가구를 공급에 나선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만큼 3.3㎡당 2500만원 안팎이 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이 역시 주변 지역 시세보다 평당 600만원 정도 저렴하다. 특히 인근 지하철 4호선 '정부과천청사역' 일대 단지들이 재건축 사업에 돌입하면서 시세 차는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3월 가장 먼저 시공사 선정에 나선 과천 주공 1단지는 입찰에 참여한 시공사 간 수주 경쟁이 붙으며 3.3㎡당 분양가가 3300만원 안팎까지 제시됐다. 지식정보타운은 이보다 평당 1000만원 가까이 낮아 그야말로 '로또 아파트'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서울 강남권 내곡·세곡지구도 그린벨트를 해제해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해 주변 시세보다 월등히 낮았는데, 이번 하남 감일·과천 지식정보타운도 상황은 비슷하다"라면서 "당시 보금자리 주택이 로또 주택이라는 부작용으로 결국 폐지됐는데 또다시 재현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지역 우선 공급제로 1순위 청약 폭은 더욱 넓다. 해당 지역 거주자 뿐 아니라 서울·경기도 청약이 가능해 상대적으로 가점이 낮은 30~40대 실수요자 층은 아예 진입조차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거주 30대 A씨는 "가뜩이나 대출이 줄어들어서 집을 사기 어려운 상황인데, 가점제까지 확대돼 청약을 넣어도 당첨 확률은 낮을 것 같다"면서 "결국 당첨되는 특정인만 수혜를 보도록 정부가 방치하는 셈인데, 차라리 시세 대비 합리적인 분양가로 공급하고, 그 수익금으로 공적주택을 더 짓는데 낫지 않겠냐"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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