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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민자역사'…백화점·마트 그대로?


입력 2017.09.25 06:00 수정 2017.09.25 07:42        박민 기자

정부, 올해 말 서울역·영등포역·동인천역 민자역사 국가귀속

1~2년 사업 정리 기간 이후 새 사업자 경쟁입찰로 선정 예정

국유법상 임대기간 10년·전대 금지…사업자 유치·실업 문제 난제

서울 영등포 역사 전경.ⓒ연합뉴스 서울 영등포 역사 전경.ⓒ연합뉴스

올해 말 30년 점용허가가 만료되는 서울역·영등포역·동인천역 등 3개 민자역사가 국가로 귀속된다. 의견이 분분하지만 입지와 면적, 임대료 규모 등의 여건을 감안하면 지금처럼 마트나 백화점 등 대형유통시설로 운영될 것이라는게 관가와 업계 안팎의 목소리다.

다만 향후 새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불거질 여러 사회적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종사자들의 대규모 실직·이직 등의 일자리 문제를 비롯해 사업자 선정에 난항을 겪을 경우 일대 상권의 불확실성도 피할 수 없게 됐다.

25일 국토교통부와 한국철도시설공단에 따르면 올해 말 국가(철도시설공단)로 귀속되는 3개 민자역사 가운데 서울역과 영등포역은 상권의 특수성을 고려해 앞으로도 마트나 백화점 등의 상업 유통시설로 유지될 전망이다.

박일하 국토부 철도정책과장은 "영등포와 서울역은 유통업에 적합하다는 평가여서 상업용도를 유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경우에 따라서는 5~10% 정도 창업지원시설로 바꿀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현숙 철도시설공단 민자역사관리단 팀장도 지난 21일 롯데영등포점 임차업체 간담회에서 "올해 말 점용기간 만료 이후에도 상업 유통시설로 활용할 계획"이라면서 "점용기간 이후 신규사업자를 선정해서 현재와 같은 사업장과 일자리들이 그대로 만들어질 것으로 판단된다"고 언급했다.

업계에서도 상권의 효용성과 민자역사 운영·관리 효율성 때문에서라도 정부가 대형 유통시설을 유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미 상권이 갖춰져 있는데, 갑작스런 용도 변경 시 일대 상권 추락 등의 더 큰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서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상권 자체 효용성 측면에서 쉽사리 용도 변경을 하지 못할 것"이라며 "대형 면적이나 임대료 등의 조건 때문에 대규모 상업시설을 운영한 경험이 있는 유통기업이 이를 통째로 임대해 운영하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역 롯데마트 전경.ⓒ데일리안 서울역 롯데마트 전경.ⓒ데일리안

그러나 정부가 민자역사 국가귀속 결정을 점용허가 만료 3개월을 앞두고 공식화하면서, 최근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급작스런 '임차인 퇴출 위기'를 비롯해 향후 운영상의 여러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앞으로 역사가 국가에 귀속되면 국유재산법 적용을 받는데, 이 경우 임대 기간은 최장 10년(5+5년)에 불과하다. 종전 30년에서 10년으로 확 줄어들게 된다.

이에 업체들이 수억원에 달하는 시설 투자 비용을 써가며 들어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사업자 선정에 난항이 지속되면 일대 상인들까지 불안감을 안길 수 있다.

새 사업자가 선정돼도 문제는 또 있다. 통상 백화점·마트 등을 운영하는 사업자는 개별 매장 운영자에게 다시 임대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는데, 국유재산법 상 전대(임대의 재임대)가 금지된다.

이에 점포의 15~20% 정도를 임대 매장으로 운영하는 백화점은 사실상 운영이 어렵다는게 업계의 목소리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 유통 시설은 기본적으로 20년에서 30년을 보고 장기 임차를 하는데, 10년만 보고 들어가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며 "여기에 전대불가 조항이 있는 상황이라면 사실상 정상적인 백화점 운영은 힘들다"고 우려했다.

이처럼 현행 제도 내에서는 새 사업자 선정이 어려울 수 있는 만큼 결국 법령 개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이러한 제약조건들은 대형 유통기업과 소상공인과의 상생 취지와도 맞지 않다고 정부와 업계 모두 공감하고 있어서다.

이상혁 상가정보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현재와 같은 국유법상 임대조건은 사업 참여에 리스크가 커 난항이 예상되고, 자칫 유찰로 이어져 공실될 경우 주변 상권까지 죽이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럴 경우 상권 추락 등의 책임을 놓고 정부 부담도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이번에 국가로 귀속되는 영등포역 등 3곳을 비롯해 전국의 민자역사 가운데 상업시설로 이용되는 곳은 더 있다. 이 경우 새 사업자 선정때마다 반복되는 해당 시설 종사자들의 대규모 이직·실직 등의 일자리 문제도 크다. 이를 완화하기 위한 운영 방안 마련도 시급한 해결 과제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민자역사 국가귀속 파급효과에 대한 연구 용역이 진행 중이라 구체적으로 운영방안에 대해서는 확정된게 없다"며 "다만 계약 만료에 따른 새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임차 상인에게 피해가 발생하거나, 반대로 특혜 시비가 일지 않도록 계약관계를 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국의 민자역사는 16개에 달한다. 올해 말 계약만료를 앞두고 있는 영등포역 등 3곳을 비롯해 2027년 점용허가가 끝나는 산본역사, 수원역사(2033년), 신촌역사(2036년), 왕십리역사(2038년), 의정부역사(2042년)까지 남은 13개 민자역사도 같은 원칙에 따라 처리된다.

박민 기자 (myparkmi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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