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긴급점검-②] 부실시공 근절 대책 사실상 무방비

박민 기자

입력 2017.09.01 06:00  수정 2017.09.01 18:21

전문가, 건설업계 모두부실시공 잠재적 요소 공감

선분양제도 개선돼야…감리제 및 주택품질보증제도 강화

아파트 부실공사로 인한 하자.(자료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 주택 10가구 중 6가구가 아파트(2015년 11월 통계청 기준) 일 정도로 국내 주거문화는 아파트를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그러나 고질적 병폐인 부실시공 문제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실공사 근절 대책이 무방비 상태라고 지적하고 있고, 건설업계 역시 사실상 헛점이 많다고 암묵적으로 동의한다.

일단 건설업계는 저가 입찰과 하도급 관행속에서 언제든 아파트 부실시공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수긍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건설사 관계자는 "아파트 공사는 사실상 인건비 따먹기"라면서 "최소한의 비용으로 이윤을 남기려다보니 공기 단축, 인건비 절감 등을 할 수 밖에 없는 구조로 공사품질이 떨어질 수 밖에 없고, 여기에 하도급 업체가 자재 바꿔치기를 해도 일일이 시공 전 과정을 확인하지 않는 이상 알 수 없는 부분"이라고 인정했다.

공사비 절감을 위해 공사 기간을 무리하게 단축하고, 하도급을 받는 과정에서 잠재적 부실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하도급 업체 역시 공사비를 아끼려다 보니 숙련도가 떨어지는 외국인 노동자 고용 등으로 결국 총체적 부실공사로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국토교통부가 아파트 하자로 인한 입주민 피해를 구제하기 위해 지난 2010년부터 운영한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신청건수를 보면 부실 유형은 건축부문이 82%로 가장 많다.

이어 기계설비 10%, 전기설비 5%, 토목조경 3% 등이다. 사실상 사람의 적접적인 손길이 필요한 시멘트·철골 및 마감과 관련된 건축 부문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사를 지도·감독 해야하는 감리자도 제역할을 못하면서 결국 무더기 부실시공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현재 감리자는 종전과 달리 객관성을 띈 지자체가 선정하도록 개선했지만, 사업주체(시공사 또는 건설사)가 감리업체에게 비용을 지불하는 구조로 결국 갑과 을의 관계일 수 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국책사업감시팀장은 "기존에 건설사와 감리자의 커넥션을 예방하기 위해 지자체에서 주택 감리자를 뽑도록 했지만 이는 형식적인 절차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계약을 하고 감리 비용을 지불하는 주체는 결국 시행사(시공사)이다 보니 사업주체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특히 감독소홀로 하자가 발생하더라도 감리자까지 그 책임 소지가 미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건설사와 감리자의 검은 연결끈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건설사들이 부실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면 이미지가 나빠지기 때문에 서로 적당히 마무리 짓고 덮으려고만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통상적으로 아파트 입주가 이뤄지고 나서 부실이 발견된 경우 지방자치단체가 부실시공을 철저히 파헤쳐 강력한 조처를 내릴 것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 지자체는 공동주택 사용허가권자이기도 해 사용허가 전 시공이 제대로 됐는지 확인하지 못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이같은 잠재적인 부실의 굴레속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근본적인 대안이 후분양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지난 1997년에 도입된 이후 현행 대부분의 주택공급 방식인 '선분양제'와 반대되는 개념이다. 공정률 80% 이상 등 일부 공사가 진행되고 분양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수도권의 한 아파트 견본주택 모습.(자료사진)ⓒ데일리안

그러나 선분양제와 후분양제 각각의 장단점이 뚜렷한 만큼 이를 두고 찬반 입장이 뜨거워 쉽사리 어느 한쪽을 택하기 어려운 상태다.

현행 주택법은 선분양제와 후분양제를 별도로 규정하지 않고 있어 건설사들은 대부분 선분양제를 택하고 있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수분양자들로부터 계약금, 중도금 대출 등의 자금을 끌어와 사업 비용을 충당하기 때문에 사업 리스크를 줄여주는 장점이 있어서다.

앞서 지난 2004년 한때 정부가 후분양제 의무화 도입을 검토했지만 업계의 반발로 결국 흐지부지 된 바 있다. 당시 후분양제를 의무화 할 경우 사업비 상승, 자금조달 어려움 등의 문제로 분양가를 상승시키고 주택공급도 감소시킬수 있다고 반대했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산업정책연구실 선임 연구위원은 "후반양제를 시행하면 건설사가 분양 계약자가 아닌 다른 곳에서 금융을 끌어와야 하는데 그러면 결국 분양가 상승으로 소비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명래 단국대학교 교수는 "선분양제는 과거 주택공급량이 턱없이 부족할 때 대량 주택 공급을 위한 수단으로 도입된 것"이라면서 "현재 전국적으로 주택 수요가 구조적으로 줄고 있는 상황에는 현실에 맞지 않는, 공급자에게만 이익을 보장해주는 그런 제도"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공급자의 이익과 주택소비자의 이익을 논하는 사이, 건설현장에서 부실시공은 끊임없이 터지는 실정이다. 이에 최근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한 국회와 정부 연구기관 등에서는 선분양제 개선과 함께 감리 강화, 주택품질보증제도 확대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토연구원 관계자는 "현재 금융부분이 정비 안돼 있는 상태에서 전면적인 후분양제 전환은 어렵다"면서 "후분양제 도입을 위해서는 건설자금 조달방식의 개편과 허가에서 착공, 준공에 이르는 주택공급과정의 리스크를 체계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평가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선분양제 하에서는 자재, 설계, 시공 등 건설 전 과정을 아우르는 형태의 주택품질보증제도 도입도 대안이 될 것"이라면서 "현재 아파트 분양보증 등 자금과 관련된 보증이 상당히 강화돼 있는 반면, 품질에 대한 보증은 여전히 취약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박민 기자 (myparkmin@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