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강자’ 세미 슐트와 존 존스...인기 극과 극

최종편집시간 : 2017년 08월 24일 00:44:22
‘절대강자’ 세미 슐트와 존 존스...인기 극과 극
압도적인 피지컬 앞세워 동체급 절대자로 롱런
인기 면에서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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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8-14 00:04
스포츠 = 김종수 기자
▲ 세미 슐트는 K-1의 절대자로 군림했다. ⓒ 연합뉴스

K-1 무제한급과 UFC 라이트헤비급 역대 최강자를 꼽으라면 열에 아홉은 '격투 로봇' 세미 슐트(43·네덜란드)와 UFC 전 챔피언 존 ‘본스’ 존스(30·미국)를 꼽는다.

선수에 대한 호불호는 갈릴 수 있겠지만 활약 무대에서 ‘누가 가장 강한가’라는 질문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압도적으로 도전 세력을 때려잡으며 결과로서 확실하게 보여줬기 때문이다.

슐트와 존스는 동급 최고 수준의 사이즈를 가졌으면서 기술적으로도 완성이 됐다는 점에서 경쟁자들을 절망케 했다. 보통 거대한 유형의 파이터는 체격조건의 우위를 점하지만 섬세한 테크닉까지 갖춘 경우가 드물다.

하지만 둘은 다양한 공격옵션에 크게 무리수를 두지 않는 냉정한 멘탈까지 지녀 약점을 찾기 힘들다. 출중한 테크니션이면서 사이즈의 우위는 그대로 가져가 정상권에서 자신만의 거대한 성벽을 쌓을 수 있었다.

슐트는 K-1의 쟁쟁한 강호들을 상대로 자신의 최대 장점인 압도적 신장(212cm)을 잘 활용했다. 슐트와 맞서게 되는 상대는 선택지가 없다. 무조건 가까이 파고들어야한다. 워낙 신장에서 차이가 많이 나 붙지 않으면 공격을 펼칠 방법이 없다.

영리한 슐트는 상대가 생각할 틈을 주지 않는다. 최홍만을 비롯해 대부분 거인파이터는 발차기에 능숙하지 않다. 반면 슐트는 다르다. 어린 시절부터 가라데를 익힌 선수답게 킥을 자유자재로 썼다.

거대한 선수가 능숙하고 부지런하게 킥을 차면 상대 입장에서는 매우 부담스럽다. 사실상 한체급 위의 파이터가 체중을 실어 치는 방식이라 가드를 해도 고스란히 충격이 전달된다. 결국 마음이 급해져 무리를 해서라도 들어갈 수밖에 없다.

레미 본야스키(41·네덜란드)는 슐트와의 ‘상성’을 가장 크게 느낀 대표적 선수다. 한창때의 본야스키는 안정적이면서 저돌적인 파이팅 스타일을 앞세워 누구를 만나더라도 높은 승률을 가져갔다. 그러나 플레이의 기복이 적었던 그도 슐트를 만나서는 답이 없었다.

본야스키는 스타일 자체가 가드를 굳건하게 하면서 상대를 공격을 받아내다가 빈틈이 보면서 반격을 하는 유형이다. 접근전 시 펀치 난타전보다는 방어에 집중하고 거리가 떨어지면 원거리에서 킥을 차는 것을 즐겼다. 상대가 진이 빠졌다 싶은 순간 맹렬히 들어갔다.

그러나 슐트는 본야스키보다 훨씬 더 먼 거리에서 묵직한 킥을 난사하고 거리가 좁혀지면 높은 타점에서 니킥 공격을 가했다. 일단 본야스키의 최대 무기인 탄탄한 가드가 버티질 못하는지라 다음 플레이를 이어가기기 힘들었다.

슐트는 상대를 보면서 친다. 워낙 사이즈에서 우위에 있는지라 크게 펀치와 킥을 날리지 않고 자신의 중심이 흔들리지 않는 선에서 짧고 정확하게 공격을 가한다. 반면 상대는 슐트를 제대로 보고 공격을 하기가 쉽지 않다. 일단 거리를 깨야하는지라 접근에 중점을 둘 때가 많다.

슐트는 거리의 어려움이 없고 상대는 늘 부담을 가진다. 그 과정에서 대부분 비슷한 결과가 만들어진다. 작은 상대가 무리해서 들어오게 되면 큰 상대는 가볍게 치는 정도로도 충격을 입힐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팬들 사이에서 ‘벽돌잽’으로 불리는 기술이다. 상대가 이를 악물고 들어오는 순간 슐트는 모든 상황을 지켜보면서 가볍고 정확한 잽을 카운터 성으로 낸다. 상대는 들어오는 자신의 체중까지 포함된 충격을 받고 허망하게 무너질 수밖에 없다.

그나마 레이 세포(46·뉴질랜드) 정도가 이례적으로 슐트를 맞아 아웃파이팅을 펼친 바 있다. 세포의 신장(183cm)을 감안했을 때 파격적인 전략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초반에 힘을 너무 많이 쓴 세포는 순간적으로 냉정을 잃고 급하게 들어가다 다른 선수와 마찬가지로 카운터 잽을 맞고 무너지고 말았다.

기술적으로 부족한 최홍만이 슐트를 이겼던 배경에는 대등한 신장(218cm)의 영향도 컸다. 테크닉 자체만 놓고 보면 큰 차이가 났지만 전성기 최홍만은 슐트와 대등한 거리에서 치고받을 수 있었고 힘과 맷집도 좋았다. 슐트로서는 자신의 거리에 대한 메리트를 깰 수 있는 선수를 거의 만나보지 못했던지라 최홍만의 압박이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 존 존스의 압도적인 리치는 그야말로 사기적이다. ⓒ 수퍼액션

존스 역시 슐트와 마찬가지로 거리 덕을 많이 봤다. 신장(193cm)은 분명 크기는 하지만 슐트처럼 압도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매우 긴 리치(215cm)를 가지고 있어 상대 입장에서는 그보다 더 큰 신장을 가진 선수와 맞붙는 느낌을 받았다.

슐트가 그랬듯 존스 역시 자신의 사이즈를 활용해 상대가 들어올 수밖에 없게 상황을 만들었다. 끊임없이 펀치와 킥을 차면서 압박하는 전술이었다. 거리싸움에서 많이 맞추는 쪽은 대부분 존스인지라 시간이 흘러도 좀처럼 흐름은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접근전 상황에 들어가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존스에게는 동급 최고 수준의 레슬링이 있는지라 어설프게 들어갔다가는 테이크다운을 허용하기 십상이다.

힘겹게 버티어 냈다 해도 팔꿈치와 무릎공격을 워낙 잘 쓰는지라 그러한 과정에서 큰 데미지를 입는 경우도 많았다. 결국 상대 입장에서는 과감하게 자신의 플레이를 펼치기 어려웠고 무엇인가를 해보려해도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슐트가 그랬듯 상대의 선택지를 좁게 만들고 결국에 가서는 남아있는 것마저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리는 선수가 존스였다.

이렇듯 플레이 스타일에 있어서는 언뜻 닮아 보이지만 캐릭터 자체는 완전히 다르다. 거기서 파생되는 인기 역시 큰 차이가 난다. 너무 압도적이었던 슐트는 대부분 경기를 넉아웃으로 잡아냈음에도 K-1을 재미없게 만드는 원흉으로 몰렸다. 팬들 사이에서 인기도 높지 않았으며 그로 인해 주최 측에서도 기피대상이었다. 반면 존스는 UFC측에서 좋은 대접을 받고 있으며 인기 스타로 꾸준히 롱런 중이다.

사실 슐트는 억울하다. 모난 짓을 하지 않는 성실한 모범 파이터의 대명사다. 오로지 격투기에만 집중하며 그 외의 것으로 구설수에 오른 경우가 거의 없었다. 가라데를 수련한 선수답게 무도인에 가까운 인물이다.

그에 반해 존스는 골치 아픈 문제아다. 옥타곤 밖에서의 그는 온갖 사건사고로 구설에 오르내렸다. 임산부 뺑소니 사건, 금지약물복용 등 한두 가지가 아니다. 독설과 거짓말도 습관처럼 서슴지 않는다. 그로 인해 그를 둘러싼 비난의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이터로서 가장 중요한 사항중 하나인 인기라는 측면에서는 여전히 UFC에서 손가락 안에 든다.

물론 여기에는 캐릭터적인 부분의 차이가 큰 영향을 끼쳤다. 존스는 경기뿐 아니라 밖에서도 적극적으로 자신을 어필했다. 여러 선수와 대립구도도 만들어내는 등 이른바 팬들의 흥미를 끌줄 안다.

슐트는 경기 외에는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 타고난 성격 때문이었지만 프로파이터로서 관심을 끄는 부분에 대한 노력은 부족했다는 지적도 있다. 차라리 거만한 이미지로 상대 선수는 물론 팬들과도 대립각을 세웠다면 복싱의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40·미국)가 그렇듯 안티 팬들이 흥행의 상당부분을 책임졌을지 모를 일이다.[데일리안 스포츠 = 김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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