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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특보 '워싱턴 발언' 논란…"시기상 부적절" 지적 이어져


입력 2017.06.19 14:59 수정 2017.06.19 15:02        하윤아 기자

안보 전문가들 "한미 간 신뢰구축에 지장주는 발언" 한목소리

정치권 비롯해 시민사회도 문 특보 발언 비판…사퇴 촉구하기도

미국을 방문 중인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의 발언과 관련해 "시기적으로 부적절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자료사진) ⓒ연합뉴스 미국을 방문 중인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의 발언과 관련해 "시기적으로 부적절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자료사진) ⓒ연합뉴스

안보 전문가들 "한미 간 신뢰구축에 지장주는 발언" 한목소리
정치권 비롯해 시민사회도 문 특보 발언 비판…사퇴 촉구하기도


미국을 방문 중인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의 발언과 관련, "시기적으로 부적절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주한미군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배치 문제로 한 차례 엇박자를 낸 한미 양국 간 신뢰구축이 시급한 상황에서 또 다시 불협화음을 불러낼 수 있는 적절치 못한 발언으로, 향후 한미관계에 적잖은 부담을 안겼다는 지적이다.

북핵 및 안보 전문가인 김태우 건양대 초빙교수(전 통일연구원장)는 19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시기적으로 부적절하고 방향도 맞지 않는다"며 "한국과 미국에서 소위 DNA가 다른 정부가 출범해 여러 가지를 조율해야 할 조심스러운 시기인데, 우리가 먼저 엇박자를 내지른 격이 됐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대화로 문을 열겠다는 구상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며 "우리가 동맹 차원에서 운용하고 있는 연합훈련과 한반도 유사 상태에서 미국의 전략자산 무력시위는 북한을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인데, 이를 협상의 조건으로 내걸고 북핵 폐기가 아닌 동결을 언급했다는 것은 방향적으로 맞지 않다"고 말했다.

송대성 전 세종연구소 소장 역시 "한미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합리적인 행동은 아니었다고 본다"며 "새 정부 출범 이후 한미 양국 간 정서적인 신뢰구축이 필요한 상황이고 곧 예정된 정상회담의 가장 큰 목표가 바로 상호 신뢰구축인데, 이에 지장을 주는 발언"이라고 했다.

송 전 소장은 "북핵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합동군사훈련도 진행하고 미국의 전략자산도 들어와 압박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며 "대한민국의 생존과 연결된 북핵이라는 문제는 두고 단순히 북한의 도발만을 문제로 보는 인식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도 본보에 "시기상으로 볼 때 적절한 발언은 아니다"면서 "미국은 현 한국 정부에 대해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 진화해 현실적 감각이 있는 정부인지에 대한 의구심을 계속 가져오고 있다. 이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노무현 정부의 2.0이라는 식으로 인식 할 수 있게 하는 발언"이라고 말했다.

최 부원장은 "이로 인해 지금 당장 악영향이 미치지는 않겠지만, 미국에게는 문재인 정부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의심하게 만드는 뿌리를 남겨놓은 것은 분명하다"며 "향후 한미관계가 어려워질 수 있는 요인을 하나 만들어 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청와대 전경. ⓒ데일리안 청와대 전경. ⓒ데일리안

앞서 문 특보는 16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한국 동아시아재단과 미국 우드로윌슨센터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북한이 핵미사일 활동을 중단하면 미국의 한반도 전략자산과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축소할 수 있다"고 밝혀 파장이 일었다.

문 특보의 이번 발언은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모색하는 문재인 정부의 기조를 뒷받침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최근 6·15 기념사를 통해 "북한이 핵과 미사일 추가 도발을 중단하면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의 연장선에서 나온 발언이라는 해석이다. 다만 이는 '비핵화'를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운 미국의 대북 구상과 상충된다는 점에서 향후 한미 간 북핵 공조에서 불협화음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청와대는 이번 문 특보의 발언에 대해 "학자 개인으로서의 견해"라고 선을 긋고 있다. 문 특보에게 연락해 한미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전달했다고 밝히며 논란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문 특보의 발언이 현 정부의 기조를 반영한 것이라 하더라도 정상회담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민감한 부분을 건드려 한미 간 이견이 노출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인식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현재 정치권은 물론 일부 시민·직능단체에서도 문 특보의 발언에 대한 비판과 함께 그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상임대표 김태훈)은 성명서를 통해 "지금 한국은 북한 김정은의 거침없는 핵·미사일 질주로 인해 6·25 전쟁 이래 가장 위험한 안보위협에 놓여있다"면서 "한미연합훈련은 북한이 매년 줄기차게 중단을 주장하는 것이며, 북핵 위협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배치를 줄인다면 안보를 포기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통일외교안보 특보라는 사람이 한미동맹을 폄훼하고 뒤흔드는 망언은 국가안보에 중대 위협"이라며 "문 대통령은 즉각 자격 없는 문 특보를 해임하고 그의 한미훈련 축소 등 발언경위를 해명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바른사회시민회의'도 논평을 내고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북한은 미사일 도발을 일삼고 있고, 핵 개발 기술은 이제 실전 배치 단계에 도달했다고 한다"며 "통일, 외교와 더불어 안보는 우리나라의 핵심 가치이자 이익이다. 문재인 정부는 외교·안보 라인만큼은 '코드 인사'를 지양하고, 국익을 위해 전문성과 역량을 갖춘 인사들을 기용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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