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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거면 왜?'증인 불러다 놓고 또 '맹탕' 재판


입력 2017.06.12 19:10 수정 2017.06.13 08:54        고수정·엄주연 기자

무의미한 질문 반복 시간만 축내

특검 핵심 겉돌다 혐의 입증 실패...비효율적 재판

재단법인 미르(왼쪽)와 K스포츠 현판.ⓒ연합뉴스 재단법인 미르(왼쪽)와 K스포츠 현판.ⓒ연합뉴스
무의미한 질문 반복 시간만 축내
특검 핵심 겉돌다 혐의 입증 실패...비효율적 재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재판에서 공소사실과 무관한 질문이 나오고 진술조서와 동일한 신문이 반복되는 등 비효율적인 진행이 도마에 올랐다.

12일 재판에서는 삼성이 미르재단 설립 과정에서 등 삼성이 삼성생명 금융지주회사 전환을 청와대에 청탁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증언이 다시 한 번 등장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방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제 510호 소법정에서 진행된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그룹 전·현직 임원들의 대한 27차 공판에서는 이용우 전 전국경제인연합회 상무(사회본부장), 조성민 전 더블루케이 대표, 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 등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날 오후 진행된 조 전 대표와 정 전 사무총장에 대한 증인신문에서는 공소사실과 무관한 신문이 나오는가 하면 진술조서와 비슷한 질의가 반복되는 등 재판이 지루한 양상을 보였다.

이들에 대한 신문 시간은 각각 2시간이 넘지 않았지만 공소사실을 입증할 핵심적인 내용과는 거리가 먼 내용들이 이어지면서 답답한 흐름을 보였다.

특검은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실 소유한 회사인 더 블루케이 초대 대표를 맡았던 조 전 대표를 상대로 최순실-박근혜-삼성간의 뇌물혐의의 연결고리를 밝혀내겠다는 계획이었지만 실제 신문은 이와 거리가 멀었다.

특검은 최 씨가 더블루케이와 K스포츠재단을 운영하던 당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을 통해 그랜드코리아레저(GKL)과의 용역계약 체결에 도움을 받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를 뇌물수수 관계에 확실한 증거로 내세웠지만 삼성의 뇌물공여 혐의와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변호인단은 이에 대해 특검의 주장이 공소사실과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특검이 피고인들이 다투고 있지 않은 증거 신청 왜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포스코와 GKL이 피해자가 아니라면 왜 기소하지 않았는지 반문했다.

특히 최순실이 본인이 관여돼 있는 것을 드러내고 싶어하지 않았고 삼성도 그 사실을 몰랐자면서 증인의 진술을 통해 GLK가 경제적 피해를 입지 않았다는 사실이 입증되면서 삼성의 재단출연 당위성이 입증됐다고 강조했다.

변호인단은 “포스코·KT·GKL은 을의 입장으로 청탁을 할 입장이 아니었고 이는 삼성도 마찬가지였다”며 “삼성이 스포츠영재센터에 출연하게 된 과정도 이와 유사하다”고 반박했다.

특검은 정 전 사무총장에 대한 신문에서는 알 수 없는 인물에 대한 내용을 물어보는 무리한 신문을 이어가다 증인에게 면박을 당하기까지 했다.
정 전 사무총장은 특검의 신문이 끝난 직후 “제 오른쪽에 있는 분들 삼성분들인데 저는 사무총장 있을 때 삼성과 아무 관련이 없었거든요”라고 특검 신문의 부적절성을 문제 삼았다.

변호인단도 “특검이 공소사실과 관련 없는 질문을 하고 있다”며 수 차례 이의를 제기해 재판부의 동의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

이들에 앞서 오전 재판 증인으로 출석한 이용우 전 상무에 대해서도 특검의 심문은 진술조서 작성 당시 확인한 내용을 반복하는 수준에 그쳤다. 진술조서에 나온 질문을 다시 하면서 증인의 답변도 ‘네’, ‘아니다’, ‘그런 것 같다’ 등 단답형으로 이뤄지며 맥 빠진 재판을 이어갔다.

이로 인해 이 날 오전 재판은 10시에 시작해 11시에 마쳐 단 1시간 만에 증인 신문이 마무리됐다. 특검이 법정에 부른 증인을 1시간만에 돌려 보낸 것이어서 증인 채택의 필요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전망이다.

재판에서는 이 전 상무가 미르와 K스포츠 등 4개 단체에 기업별로 출연한 금액은 사회협력 비중을 기준으로 결정해 각 기업에 요청한 것으로 삼성도 이에 따른 것이라고 증언했다. 또 출연기업과 청와대 사이에 이야기가 오고 간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특검은 이 날 재판에서 3명의 증인을 출석시키고도 당초 목표였던 삼성과 청와대간 뇌물수수와 대가성 여부는 하나도 입증하지 못한 채 재판은 그대로 마무리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검은 재판과 관련없는 안 전 수석의 수첩을 언급하며 혐의가 충분히 입증됐다고 자평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단은 “오늘 재판으로 삼성이 뇌물 혐의가 드러난 것이 전혀 없다”며 “기업들이 어떤 대가를 바라고 뇌물을 지원한 것으로 볼지, 피해자로 볼 것인지를 보다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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