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재판에서 공소사실과 무관한 질문이 나오고 진술조서와 동일한 신문이 반복되는 등 비효율적인 진행이 도마에 올랐다.
12일 재판에서는 삼성이 미르재단 설립 과정에서 등 삼성이 삼성생명 금융지주회사 전환을 청와대에 청탁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증언이 다시 한 번 등장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방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제 510호 소법정에서 진행된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그룹 전·현직 임원들의 대한 27차 공판에서는 이용우 전 전국경제인연합회 상무(사회본부장), 조성민 전 더블루케이 대표, 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 등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날 오후 진행된 조 전 대표와 정 전 사무총장에 대한 증인신문에서는 공소사실과 무관한 신문이 나오는가 하면 진술조서와 비슷한 질의가 반복되는 등 재판이 지루한 양상을 보였다.
이들에 대한 신문 시간은 각각 2시간이 넘지 않았지만 공소사실을 입증할 핵심적인 내용과는 거리가 먼 내용들이 이어지면서 답답한 흐름을 보였다.
특검은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실 소유한 회사인 더 블루케이 초대 대표를 맡았던 조 전 대표를 상대로 최순실-박근혜-삼성간의 뇌물혐의의 연결고리를 밝혀내겠다는 계획이었지만 실제 신문은 이와 거리가 멀었다.
특검은 최 씨가 더블루케이와 K스포츠재단을 운영하던 당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을 통해 그랜드코리아레저(GKL)과의 용역계약 체결에 도움을 받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를 뇌물수수 관계에 확실한 증거로 내세웠지만 삼성의 뇌물공여 혐의와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변호인단은 이에 대해 특검의 주장이 공소사실과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특검이 피고인들이 다투고 있지 않은 증거 신청 왜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포스코와 GKL이 피해자가 아니라면 왜 기소하지 않았는지 반문했다.
특히 최순실이 본인이 관여돼 있는 것을 드러내고 싶어하지 않았고 삼성도 그 사실을 몰랐자면서 증인의 진술을 통해 GLK가 경제적 피해를 입지 않았다는 사실이 입증되면서 삼성의 재단출연 당위성이 입증됐다고 강조했다.
변호인단은 “포스코·KT·GKL은 을의 입장으로 청탁을 할 입장이 아니었고 이는 삼성도 마찬가지였다”며 “삼성이 스포츠영재센터에 출연하게 된 과정도 이와 유사하다”고 반박했다.
특검은 정 전 사무총장에 대한 신문에서는 알 수 없는 인물에 대한 내용을 물어보는 무리한 신문을 이어가다 증인에게 면박을 당하기까지 했다. 정 전 사무총장은 특검의 신문이 끝난 직후 “제 오른쪽에 있는 분들 삼성분들인데 저는 사무총장 있을 때 삼성과 아무 관련이 없었거든요”라고 특검 신문의 부적절성을 문제 삼았다.
변호인단도 “특검이 공소사실과 관련 없는 질문을 하고 있다”며 수 차례 이의를 제기해 재판부의 동의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
이들에 앞서 오전 재판 증인으로 출석한 이용우 전 상무에 대해서도 특검의 심문은 진술조서 작성 당시 확인한 내용을 반복하는 수준에 그쳤다. 진술조서에 나온 질문을 다시 하면서 증인의 답변도 ‘네’, ‘아니다’, ‘그런 것 같다’ 등 단답형으로 이뤄지며 맥 빠진 재판을 이어갔다.
이로 인해 이 날 오전 재판은 10시에 시작해 11시에 마쳐 단 1시간 만에 증인 신문이 마무리됐다. 특검이 법정에 부른 증인을 1시간만에 돌려 보낸 것이어서 증인 채택의 필요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전망이다.
재판에서는 이 전 상무가 미르와 K스포츠 등 4개 단체에 기업별로 출연한 금액은 사회협력 비중을 기준으로 결정해 각 기업에 요청한 것으로 삼성도 이에 따른 것이라고 증언했다. 또 출연기업과 청와대 사이에 이야기가 오고 간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특검은 이 날 재판에서 3명의 증인을 출석시키고도 당초 목표였던 삼성과 청와대간 뇌물수수와 대가성 여부는 하나도 입증하지 못한 채 재판은 그대로 마무리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검은 재판과 관련없는 안 전 수석의 수첩을 언급하며 혐의가 충분히 입증됐다고 자평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단은 “오늘 재판으로 삼성이 뇌물 혐의가 드러난 것이 전혀 없다”며 “기업들이 어떤 대가를 바라고 뇌물을 지원한 것으로 볼지, 피해자로 볼 것인지를 보다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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