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ain 2002’ 붉은 함성으로 버무린 신태용 매직
아르헨티나마저 잡으며 가장 먼저 16강행 확정
철저한 준비와 다양한 전술, 신태용 리더십
신태용 매직이 발현된 U-20 축구대표팀이 가장 먼저 16강행을 확정지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20세 이하 축구 대표팀은 23일, 전주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2017 U-20 FIFA 월드컵’ 아르헨티나와의 조별리그 2차전서 2-1 승리했다.
이로써 2승을 거둔 한국은 A조 1위를 유지, 잉글랜드(1승 1무)와의 최종전 결과에 상관없이 16강 토너먼트행을 확정지었다. 한국은 오는 26일 잉글랜드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조 1위를 확정짓게 된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우려의 시선이 쏠렸던 게 사실이다. 대표팀은 지난해 바레인에서 열린 AFC U-19 챔피언십에서 조별리그 탈락, 개최국 자격이 아니었다면 U-20 월드컵에 참가할 수 없었다.
결국 대한축구협회는 지난해 10월 안익수 감독을 경질하고 신태용 감독을 구원 투수로 내세웠다. 본선 대회까지 고작 7개월 남겨둔 시점이었다. 하지만 신 감독은 빠르게 팀을 정비해 나갔다.
지휘봉을 잡고 처음으로 치른 포르투갈과의 친선전에서 조영욱의 골로 1-1 무승부를 거둔 한국은 국내서 열린 아디다스컵 4개국 친선 대회서 2승 1패 성과를 올렸고, 본선 대회 개막 직전 열린 우루과이, 세네갈과의 평가전에서도 1승 1무를 기록했다.
신 감독이 중점을 둔 사항은 역시나 불안한 수비였다.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포백에서 스리백으로의 자연스러운 전환을 선수들에게 꾸준히 주입시켰고, 이는 곧 신의 한 수가 됐다.
우루과이와의 친선전서 예습했던 스리백 시스템은 이번 아르헨티나전에서 빛을 발했다. 핵심은 중앙 수비수 김승우였다. 신 감독은 김승우에게 포어 리베로 역할을 주문했고 스리백에서는 수비, 포백 전환 시에는 빠르게 전진해 수비형 미드필더를 소화했다.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 후보인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1실점 승리를 거둔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닌 이유다.
공격에서는 바르셀로나 듀오 이승우와 백승호가 지난 기니전에 이어 다시 한 번 존재감을 과시했다.
무엇보다 이승우는 그동안 한국 축구에서 볼 수 없었던 환상적인 드리블 돌파에 이은 슈팅으로 경기를 지켜본 축구팬들의 가슴을 뻥 뚫리게 만들었다. 백승호 역시 전반 종료 직전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며 자신의 침착한 성격을 그라운드에 녹여냈다.
일찌감치 16강행을 확정지은 대표팀은 조 1위 시 C, D, E조 3위팀을 만나거나, 2위로 조별리그를 마치면 C조 2위와 만나게 된다. 장소는 전주 또는 천안이다.
토너먼트행 조기 확정으로 국내에 U-20 월드컵 열기는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그러면서 15년 전 한국에서 열린 2002 한일 월드컵을 방불케 하는 응원 열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당시 길거리에 쏟아져 나온 붉은 응원 열기는 월드컵 최대 이슈가 됐으며, 이에 힘입어 대표팀은 월드컵 첫 승에 이어 4강 진출이라는 기적을 일궈냈다.
이번 역시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지난 기니전에서 화끈한 승리를 거두자 전주월드컵 경기장은 평일 저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붉은 티셔츠를 입은 홈팬들로 입추의 여지가 없을 정도였다. 과연 신태용호는 수원에서 열리는 잉글랜드와의 최종전이 끝난 뒤 다시 수원성으로 복귀할 수 있을까. 이번 대회 결승전과 3~4위전은 다음달 11일 수원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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