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후보' 프레임에 '미래 대통령'으로 맞서는 안철수
문재인-안철수간 '소리 없는' 프레임 전쟁
"보수나 진보 대표가 아니라 국민의 대표 뽑는 선거"
문재인-안철수간 '소리 없는' 프레임 전쟁
제19대 대통령을 뽑는 대선이 불과 14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양강 구도를 형성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측과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측 간 프레임 전쟁이 치열하다. 두 후보 측은 서로를 '보수' 또는 '수구'로 지칭하며 프레임 전쟁을 벌이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후보 측은 '보수-진보 프레임'으로 뒤쫓고 있는 안철수 후보의 지지층 딜레마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 '보수-진보 프레임'이란 문 후보를 진보, 안 후보를 보수로 구분하고 이번 대선이 결국 보수와 진보의 싸움이라는 구도를 만드는 것이다.
이와 관련 문 후보와 민주당 측에서는 "적폐 세력과 손을 잡으면 정권교체가 아니라 정권의 연장"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안 후보의 지지층 중 상당수가 '갈 곳 잃은 보수 표심'임을 이용해 안 후보를 보수 후보로 이미지화 하는 것이다.
이 같은 전략은 안 후보에게 꽤 큰 부담이 됐다. 안 후보는 지난 23일 토론회에서 '갑철수', 'MB아바타'를 직접 거론하며 문 후보에게 따져묻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모습은 인터넷을 통해 퍼졌고 안 후보를 조롱하는 도구로 사용됐고 급기야 안 후보의 지지율 하락을 견인하게 됐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24일 안 후보를 전면에서 돕겠다며 정치적 칩거를 깬 국민의당 소속 김한길 전 상임선대위원장도 "이번 대선은 야-야 대선이지 마치 자꾸 안 후보를 보수의 대표 후보인 것처럼 구도를 만들어가려는 의도에 (안 후보가) 갇히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안 후보의 지지층이 딜레마인 것은 사실이지만, 보수표를 가져오기 위해서 소위 보수 후보인 것처럼 보여선 절대 안 된다"고 덧붙였다.
안 후보 측의 메시지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안 후보는 지난 주말 광화문 유세를 기점으로 문 후보의 '보수-진보 프레임'에 '수구-미래·통합 프레임'으로 맞서기 시작했다.
안 후보는 이날 유세에서 "우리는 지금 국민의 대표를 뽑기 위해 대선을 치르는 것이지 보수나 진보의 대표를 뽑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자는 데 진보와 보수가 무엇이 다르냐"며 기존의 정치권을 "낡은 수구세력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은 "보수나 진보의 대통령이 아닌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목소리 높였다.
정치권은 안 후보의 전략에 대해 현실을 잘 파악했다는 반응이다. 안 후보의 강점으로 분류되는 '4차산업혁명', '전문가' 등의 이미지를 살리고 '진보-보수'를 따지는 것 자체를 구시대적·구정치적인 것으로 정의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미 지지율이 제법 큰 폭으로 하락한 안 후보가 5년 전의 '새정치'를 다시 들고나와 지지율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안 후보 지지층에서 중·장년의 비중이 청년층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것은 여러 여론조사를 통해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안철수 후보 측은 낙관적인 분위기다. 안 후보 측 관계자는 "지지율이 재조정되는 시기를 거치고 있기 때문에 당장 낙폭이 크게 보이는 것"이라며 "결국 문재인과 안철수 중 국민을 통합하고 미래를 책임질 사람이 누구인가라는 대전제로 놓고보면 남은 기간 역전할 수 있다"고 희망적인 분석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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