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 ‘2라운드’...5개월째 수사로 재계 ‘시계제로'

이홍석 기자

입력 2017.03.14 10:55  수정 2017.03.14 11:23

검찰-특검-특수본, 주체 바뀌며 중복수사...기업 부담 가중

재계 총수들 구속·출금 발목...글로벌 경영 차질 '심각'

주요 대기업 사옥 전경. 왼쪽부터 삼성서초사옥, 현대차양재사옥, 여의도 LG트윈타워, SK서린빌딩.ⓒ각 사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불러 온 ‘최순실 게이트’ 수사가 5개월째 이어지면서 재계가 시름시름 앓고 있다. 검찰에 이어 특검, 다시 검찰로 돌고도는 수사로 기업 경영은 시계제로 상태가 되면서 경영차질이 심각하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부터 검찰 특별수사본부에서 시작된 재계 수사가 특검을 거쳐 또다시 검찰로 넘어와 5개월째 기업수사를 이어가면서 삼성을 비롯한 재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특검이 삼성을 타깃으로 집중 수사를 펼쳤다면 검찰은 재계 전반으로 수사를 확대할 것으로 보여 SK와 롯데 등 주요 대상 기업들의 긴장감이 다시 높아질 전망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최근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산 한국 세탁기 반덤핑관세 압박 등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중국 정부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보복 경제조치 등 대내외적 경영 환경은 급변하고 있지만 국내 기업들은 검찰과 특검 등의 무리한 중복 수사에 시달리면서 경영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출국금지 조치 등 오너들의 발이 묶이고 있는 것도 경영차질을 키우고 있는 주된 요인이다. 삼성과 SK 등 주요 수사 대상이 된 대기업 오너들은 3개월째 출국 금지가 이뤄진 상태여서 해외 사업장 방문이나 글로벌 회의 참석조차 불가능한 상태다.

이재용 부회장의 경우, 이탈리아 자동차 회사인 피아트크라이슬러그룹(FCA)의 지주회사 엑소르(Exor)의 사외이사를 맡고 있으나 지난해 11월에 이어 내달 5일로 예정된 이사회에 참석할 수 없는 처지다.

최태원 회장도 이 달 말 중국 하이난 섬에서 열리는 ‘아시아판 다보스포럼’인 보아오포럼 참석이 불가능한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재계에서는 최근 사드 보복조치로 블거진 중국 내 비즈니스 차질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는 꼴이 되는건 아닌지 심히 우려하는 분위기다.

자연 기업들의 경영행보에도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다. 각 기업들의 시스템경영이 어느정도 안착돼 있다고는 하나, 이는 일상적인 업무차원나 기존에 해오던 사업에 국한된 범위내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오너들의 굵직굵직한 행사나 주요 거래선 수장과의 교류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 결정이나 사업 추진 등 의사결정이 필요한 부분에서의 대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 삼성의 경우,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된 상태에서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부회장과 장충기 전 사장 등이 회사를 떠나면서 리더 부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하만 인수에 성공하기는 했지만 이는 최순실게이트 수사가 본격화되기 전에 이미 의사결정 상태가 이뤄졌던 사안이다. 인수합병(M&A)은 끝이 아니라 시작으로, 사업을 잘 추진하기 위해서는 경영자의 리더십과 비전 제시가 필요한 상황에서 리더 부재는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SK그룹도 최태원 회장의 출국금지로 발이 묶이면서 경영활동이 차질을 빚고 있다. 특히 최근 전세계 2위 낸드플래시업체 도시바 인수전이 본격화되면서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동력이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롯데도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현지 롯데마트 점포(99개) 중 절반 이상이 문을 닫는 등의 상황에서 신동빈 회장이 출국금지되면서 활동 반경에 제약이 생기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국내 기업들이 급변하는 글로벌 정세에 대응해야 하는 시점에서 경영보다는 향후 본격화될 검찰수사에 집중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면서 "이러다 국내 기업들의 성장동력이 끊기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다행히 헌법재판소가 박 전 대통령 탄핵 인용 결정시 기업들의 K스포츠와 미르재단에 출연한 기금의 성격에 대해 뇌물죄가 아닌 강요죄로 판단했지만, 형법상 판단은 다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재계는 긴장의 끈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검찰에서 특검으로, 특검에서 검찰로 수사 주체가 바뀌면서 중복된 내용의 수사가 이어지면서 관련 기업들의 경영 차질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며 “수사를 하더라고 최소한 그룹 오너들의 출국금지라도 해제해서 글로벌 경영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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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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