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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의 삼성 뇌물 주장이 '억지'인 결정적 이유


입력 2017.03.14 09:01 수정 2017.03.14 10:29        데스크 (desk@dailian.co.kr)

<자유경제스쿨>박 전대통령, 독대전에 삼성 현안 언급

특정 직무 집행 의뢰 없는데도 '부정한 청탁'?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구속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구치소에서 호송차를 타고 서울 강남구 대치동 박영수 특검에 도착해 조사실로 향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구속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구치소에서 호송차를 타고 서울 강남구 대치동 박영수 특검에 도착해 조사실로 향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지난 3월 6일 특검의 수사 결과 발표가 있었다. 특히 뇌물죄와 관련하여 특검은 삼성그룹의 부회장이 회사 임원과 공모하여 대통령과 최서원에게 뇌물을 공여했다고 발표했다. 최서원이 대통령과 공모하여 삼성그룹 부회장으로부터 뇌물을 수수하였다는 것이다. 형법에 따르면 공무원이 그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받거나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하였을 때에는 처벌을 받는다. 그리고 공무원에게 뇌물을 공여한 자도 처벌받는다.

특검수사에서 뇌물죄가 적용되려면 공무원인 대통령이 금품을 직접 받거나 또는 ‘부정한 청탁’을 받고 삼성그룹으로 하여금 제3자인 최서원에게 금품을 제공하도록 해야 한다. 특검이 확인한 사실은 최서원이 삼성그룹으로부터 사실상 이익을 제공받았다는 것이다. 비록 최서원이 대통령과 40년 넘게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하더라도 이익과 손실을 함께 나누는 관계가 아닌 이상 최서원의 이익을 대통령의 금품 수수로 여길 수는 없다.

결국 쟁점은 대통령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삼성그룹으로 하여금 최서원에게 이익을 공여하게 했느냐의 여부이다. 대법원에 따르면 부정한 청탁이란 특정한 직무 집행의 의뢰가 있어야 하며 이러한 직무 집행의 대가로 금품이 제공되어야 한다. 부정한 청탁은 명시적 묵시적 의사 표시로도 가능한데, 그러려면 특정한 직무 집행의 대가로 제3자에게 이익이 제공된다는 점에 대하여 공무원과 이익 제공자 사이에 공통의 인식이나 양해가 있어야 한다. 그러한 인식이나 양해 없이 막연한 선처를 기대하여 제3자에게 금품을 제공한 때는 부정한 청탁이 있다고 볼 수 없다.

공무원의 직무 집행은 대부분 누군가에게 이익을 주거나 손실을 초래한다. 공무원의 특정한 공무 집행이 누군가에게 이익이나 손실이 발생시켰다고 하여 이를 처벌하면 정상적인 공무집행이 불가능하다. 처벌하고자 하는 것은 누군가의 의뢰로 공무원의 특정한 직무 집행이 이루어졌고 그 대가로 제3자에게 이익이나 손실이 발생한 경우이다. 이런 경우에는 공무원의 특정한 직무 집행이 비록 정책적 필요에 의하여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그 공정성을 신뢰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특검의 수사에 제3자 뇌물죄가 적용되려면 ① 삼성그룹이 대통령에게 특정한 직무 집행에 대한 의뢰를 하였는지 ② 최서원에게 제공된 이익이 특정 직무 집행의 대가라는 인식이나 양해가 대통령과 삼성그룹 부회장 사이에 존재하였는지를 따져 보아야 한다. 특검은 대통령이 2015년 7월 25일 삼성그룹 부회장을 독대하는 자리에서 삼성그룹으로부터 특정 직무집행에 대한 의뢰를 받았으며 특정 집무집행의 대가로 최서원에게 이익이 제공된다는 인식이나 양해가 있었다는 보는 듯하다.

특검은 전 경제수석의 수첩에서 대통령이 삼성그룹의 현안을 언급한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삼성그룹이 의뢰한 결과라고 의심하고 있다. 만일 대통령이 평소 삼성그룹의 현안에 관심이 없었는데 삼성그룹 부회장과의 독대 이후 특정한 직무 집행을 지시하였다는 그러한 의심이 근거가 없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삼성그룹의 현안에 대한 언급은 독대 이전인 2015년 7월 5일에 등장한다. 그 당시 미국계 자본이 삼성물산 합병에 반대한 상황에서 ‘자본유출과 합병’이라는 메모가 등장한다. 그리고 7월 10일에는 전경련 회의에 참석한 후 작성한 메모에는 삼성 관계자가 발언한 것으로 알려진 ‘순환출자 해소’라고 기재되어 있었다. 그리고 삼성그룹 부회장과 독대가 있었던 2015년 7월 25일 이틀 후 대통령은 삼성과 관련하여 ‘대책 지속 강구’라는 메모가 등장한다.

이것은 대통령이 독대 이전부터 삼성그룹의 현안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나타낸다. 그것이 삼성그룹의 최서원에 대한 지원을 압박하기 위한 것인지 혹은 정책적 필요에 의한 것인지의 여부는 불분명하지만 대통령의 삼성그룹의 현안에 대한 언급이 삼성그룹의 의뢰에 의한 것이 아닐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

대통령이 독대 자리에서 최서원에 대한 지원을 부탁하면서 삼성의 현안을 언급하였을 가능성은 크다고 보인다. 그리고 대통령이 “삼성의 후계자 문제가 잘 해결되기 바란다”고 언급했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삼성그룹이 대통령의 그러한 언급을 듣고 최서원에 대한 지원을 받아들였다고 하더라도 특정한 직무 집행에 대한 의뢰가 없는 이상 이를 ‘부정한 청탁’이라고 여길 수는 없다.

뇌물 공여자를 처벌하는 것은 뇌물을 통해 공무원의 직무 집행 행위를 유인하는 행위를 금지하고자 하는 것이다. 특정한 직무 집행을 약속하며 제3자에게 이익을 공여하도록 한 공무원의 제안을 수락하였다고 이를 처벌하는 것은 유인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유인당한 행위를 처벌하는 것이다. 유인당한 행위를 처벌하려면 유인의 거절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상당한 불이익이 두려워 유인을 거절하지 못하였다고 이를 처벌하는 것은 피해자였을 당사자를 처벌하는 것일 수 있다. 또한 이것은 법 집행의 효율도 줄인다. 처벌이 두려워 공무원의 위법 행위를 증언하는 데 소극적일 것이기 때문이다.

특검이 발표 자료에서 언급했듯이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부패 고리인 정경유착을 끊는 것은 중요하다. 그런데 정경유착은 정부가 경제에 개입하는 바가 클수록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따라서 정경유착을 근본적으로 줄이려면 기업에 대한 비합리적인 규제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정경 유착을 끊는다는 급한 명분에 적극적으로 뇌물을 공여한 기업을 넘어서, 두려움에 공무원의 유인을 거절하지 못하였던 기업을 처벌하는 것이 사회정의에 부합하는지 고민해 보아야 한다.

글/정기화 전남대 경제학부 교수 ckh8349@chonnam.ac.kr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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