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쏘나타 페이스리프트 모델에 7개의 파워트레인 체제를 유지하겠다고 밝히면서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치고 있는 SM6, 말리부와의 경쟁이 어떤 양상으로 펼쳐질지 관심이다.
13일 현대차에 따르면, '쏘나타 뉴 라이즈'는 지난 8일 출시와 함께 2.0 가솔린, 1.7 디젤, 1.6터보와 2.0 터보 등 4개 라인업을 선보인 데 이어 이달 말 영업용으로 많이 판매되는 LPi 모델을 추가하고, 올해 중으로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까지 순차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쏘나타를 구매하려는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엔진이 총 7종에 달하는 것이다.
이는 한국지엠이 지난해 말리부 풀체인지 모델을 출시하며 파워트레인을 터보엔진으로 집중시킨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기존 말리부는 2.0 가솔린 모델과 2.4 가솔린, 2.0 디젤엔진까지 3종이 운영됐으나 지난해 5월 출시된 신형 말리부는 1.5 터보와 2.0 터보로만 운영된다. 디젤이나 하이브리드 등 다른 버전의 추가 계획은 아직 잡혀있지 않다.
르노삼성 SM6 역시 2.0 가솔린과 1.6 터보, 1.5 디젤, 2.0 LPe 등 4개 엔진 라인업으로, 쏘나타에 비하면 단출한 구성이다.
사실 현대차가 경쟁사 대비 과다한 파워트레인을 운영하는 전략은 비단 중형 차급에서 뿐만이 아니다. 준대형차인 그랜저는 지난해 11월 풀체인지 모델 출시 당시 2.4 가솔린, 3.0 가솔린, 3.3 가솔린, 2.2 디젤, 3.0 LPi 등 5개 라인업을 선보였으며, 이달 말 서울모터쇼에서 공개 예정인 하이브리드 모델까지 추가하면 총 6개 라인업을 운영하게 된다.
한국지엠 임팔라가 2.5 가솔린과 3.6 가솔린 등 2종을, 르노삼성 SM7이 2.5 가솔린과 3.5 가솔린, 2.0 LPe 등 3종을 보유하는 것과 차이가 크다.
그밖에 준중형차인 아반떼는 물론, 투싼, 스포트지 등 SUV에서도 현대차는 경쟁차에 비해 다양한 엔진 라인업을 운영하고 있다. 현대차와 다수의 파워트레인을 공유하는 기아차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처럼 현대·기아차가 각종 비용 부담을 감수하고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운영하는 데 대해 업계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쏘나타의 형제차인 K5가 지난 2015년 풀체인지 모델 출시와 함께 K5 ‘두 개의 얼굴 5개의 심장’(후일 하이브리드 모델이 추가되며 심장은 6개가 됐다)을 전면에 내세웠다가 큰 재미를 보지 못하자 업계에서는 ‘지나치게 복잡한 라인업 구성이 독이 됐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비용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규모의 경제’만 확보한다면 엔진 라인업은 다양할수록 좋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차를 사러 온 고객이 디자인 등 모든 면에 만족했는데 원하는 엔진 라인업이 없다면 판매자 입장에서는 낭패 아닌가”라며 “여러 종류의 엔진이 있다면 고객층을 넓히는 데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보통 가솔린 엔진은 무난한 성능과 가격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터보 엔진은 퍼포먼스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디젤 엔진은 연비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하이브리드 엔진은 연비에 정숙성까지 요구하는 소비자들이 선호한다. 자동차 업체로서는 이 중 하나라도 빠진다면 그만큼 다양한 고객 요구에 대응하지 못하게 되는 셈이다.
현대·기아차는 양사가 서로 엔진을 공유하는데다, 해외 판매 물량도 많은 만큼 다양한 엔진을 운영하더라도 각 엔진별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할 수 있다.
반면, 외국 기업을 모회사로 둔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은 판매 범위가 국내로 한정(수출은 직접 판매가 아닌 본사의 위탁생산물량)되는 만큼 규모에도 한계가 있고, 본사의 정책에 영향을 받는 부분도 있다.
쉐보레 말리부의 경우 미국에 판매되는 모델은 터보 외에 하이브리드 모델도 있지만 이를 국내에 판매하려면 미국 GM 본사에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들여와 탑재해야 하는 관계로 가격이 크게 높아진다.
현재 운영 중인 두 개 엔진 라인업 중에서도 1.5 터보엔진만 국내에서 생산하고 2.0 터보엔진은 미국에서 생산된 것을 들여와 장착하고 있다.
르노삼성의 경우 르노 본사의 친환경차 정책이 내연기관에서 하이브리드를 건너뛰고 곧바로 전기차로 이행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어 SM6에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갖추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기존 시장을 방어해야 하는 현대·기아차는 최대한 다양한 라인업을 갖춰 모든 경쟁자들에 대응해야 하는 반면,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은 주어진 여건 하에서 갖출 수 있는 엔진의 장점을 최대한 부각시켜 판매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점에서 서로 처지가 다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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