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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4억 허상’ WBC…배부름과 간절함 사이


입력 2017.03.08 13:58 수정 2017.03.08 13:59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이대은 제외 27명 대표팀 몸값 314억 원

1라운드 내내 무기력한 경기, 절박함 없다

이번 WBC 대표팀에 간절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 연합뉴스 이번 WBC 대표팀에 간절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 연합뉴스

314억 원에 달하는 WBC(월드베이스볼 클래식) 대표팀 선수들의 몸값은 허상에 불과했다.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야구대표팀은 7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제4회 WBC’ 네덜란드와의 1라운드 A조 2차전에서 0-5 참패했다.

이스라엘과의 1차전에서도 1-2로 패한 한국은 2전 전패로 사실상 탈락 위기에 몰렸다. 이스라엘이 가장 먼저 2승 고지를 밟은 가운데 네덜란드가 대만을 꺾는다면 남은 경기에 상관없이 한국의 탈락이 확정된다. WBC 1라운드는 각조 1~2위팀만이 상위 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다.

당초 김인식 감독은 최종엔트리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난항을 겪었다. 메이저리거 추신수와 김현수는 소속팀 반대에 부딪혔고, 대표팀 에이스로 활약했던 류현진은 부상으로 일찌감치 전력에서 제외됐다.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였던 강정호는 음주운전 사고로 낙마, 대표팀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로 인해 역대 최약체 전력이라는 평가가 대부분이었지만, 지난 2015년 프리미어12 우승 등 세계무대에서 경쟁력을 선보였던 한국 야구였기에 기대감을 저버리기엔 많은 미련이 남았다. 게다가 이번 1라운드는 사상 첫 서울에서 열린 WBC라 팬들의 기대감도 크게 고조됐다.

뚜껑을 열자 대표팀의 경기력은 기대치를 한참 밑돌았다. 리그보다 넓게 형성된 스트라이크존은 차치하고 반드시 이기겠다는 절박함을 엿볼 수 없었다.

과거 한국 야구는 2006년 제1회 WBC가 시작될 때만 하더라도 세계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자평이 있었다. 하지만 선수들은 한데 뭉쳤고 4강 신화라는 뚜렷한 성과를 냈다. 이어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획득에 이어 2009년 제2회 WBC에서는 결승 진출까지 도달했다.

국내에서는 야구붐이 일었고, 8개 구단에서 10개 구단 체제로 확대됨과 더불어 고척돔을 비롯한 3개 구장이 새롭게 지어졌다. 관중들도 지속적인 상승곡선을 그려 지난해에는 역대 최고치인 800만 명이 야구를 즐겼다.

선배들이 일궈놓은 성과의 열매는 고스란히 후배들에게 전해졌다. KBO리그는 최근 몇 년간 과도한 거품이 인다는 우려 속에 FA 시장이 급속도로 팽창했다. 마찬가지로 재계약 테이블에 앉은 비FA 선수들 역시 쉽게 억대 연봉자 반열에 올라섰다.

실제로 제1회 WBC가 열린 2006년, 82명이던 억대 연봉자는 올 시즌 158명으로 약 2배 증가했다. 그렇다고 시장의 규모와 선수들의 실력도 비례했는가라는 물음에는 그 누구도 쉽게 긍정의 답을 내놓지 못한다.

WBC 대표팀 연평균 몸값. ⓒ 데일리안 스포츠 WBC 대표팀 연평균 몸값. ⓒ 데일리안 스포츠

이번 WBC 엔트리 28명 중 27명(경찰청 복무 중인 이대은 제외)의 몸값은 약 314억 원으로 집계됐다. 선수 1명당 평균 연봉이 11억 6000만 원에 이르는 엄청난 액수다. 실제로 연평균 몸값이 10억 원 이상인 선수들은 11명에 달한다.

이미 각 소속팀에서 특급 대접을 받고 있는 이들에게 한국 야구의 위상을 드높이라 주문한 것은 애당초 무리였을 수도 있다. 배부른 이에게 간절함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지역 예선과 다름없는 1라운드에서조차 통하지 않는 한국 야구의 경쟁력에 대해 이제는 진지하게 무릎을 맞대고 논의해볼 때다. 우물 안 개구리였음이 증명된 시점에서 선수들의 몸값은 실력과 비교해 적절한지, 거대해진 리그 내 시장에 허상은 없는지, 야구팬들은 답을 기다리고 있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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