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이경후 CJ그룹 상무대우, 강정석 동아쏘시오그룹 회장, 임세령 대상그룹 전무, 임상민 대상그룹 전무, 허희수 SPC 부사장, 허은철 녹십자 사장.ⓒ각 사
유통업계 오너 일가 3세 기업인들이 경영 전면에 나서 보폭을 넓히고 있다. 3세 기업인들이 경영역량을 입증하는 시험대에 오르면서 향후 리더십 행보에 눈길을 쏠린다.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경영전면에 속속 3세 기업인들이 등장하면서 오너가 경영을 강화하고, 경영승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녀인 이경후씨와 미국지역본부 통합마케팅팀장과 사위 정종환씨는 올해 CJ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 나란히 상무대우로 이름을 올렸다.
이 신임 상무대우는 CJ그룹 오너 3세 중 가장 먼저 임원을 달아 승계를 위한 초석 다지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의 아들 이선호씨는 핵심 계열사인 CJ제일제당에서 재무파트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이 CJ제일제당 과장은 조만간 직원 인사에서 부장으로 승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 상무대우는 미국에 거주하며 CJ그룹 미국 시장에 사업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이 상무대우의 글로벌 역량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CJ그룹은 지난해 5회째를 맞은 케이콘(KCON)의 세계화를 위해 매년 개최지를 확대하고 있다. 케이콘은 한국콘텐츠와 국내 기업의 제품을 체험하는 컨벤션을 결합해 한국에 대한 종합적인 체험을 제공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CJ그룹은 오는 2020년까지 케이콘을 연 10회 이상으로 확대해 총 40만명 이상의 관람객이 방문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CJ그룹은 이번 승진을 "2020년까지 그룹 매출 100조를 이루겠다는 '그레이트 CJ' 비전 달성을 위한 포석"이라고 설명했다.
동아쏘시오그룹 역시 올해 초 강정석 부회장을 신임 회장으로 추대하며 본격적인 '3세 경영'에 돌입했다. 강 회장은 동아제약의 지주회사 전환작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 동아제약 창업주인 고 강중희 회장의 손자이면서 강신호 명예회장의 4남인 강 회장은 일찌감치 후계자로 지목돼 경영수업을 받아온 인물이다.
강 회장은 지난해 동아쏘시오홀딩스 지주회사 행위제한 요건 해소를 위해 계열사인 에스티팜과 주식스와프를 진행해 지분율을 26.54%로 끌어올리는 등 지배력 강화에도 힘을 기울였다.
강 회장은 내부 경쟁을 독려하는 내용의 성과주의를 강조하며 1960년대생 젊은 임원들을 각 계열사 수장 자리에 앉히는 등 파격적인 인재등용 모습도 보이는 등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종합식품기업 대상은 지난해 말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의 두 딸인 임세령, 임상민 상무를 전무로 승진시키면서 3세 경영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며 본격적인 경영 수업에 들어갔다. 임 명예회장의 장녀 임세령 전무는 대상의 식품BU(Business Unit) 마케팅담당중역을 맡았고, 차녀인 임상민 전무는 식품BU 전략담당중역 겸 소재BU 전략담당중역으로 일하고 있다.
대상은 지난해 말 식품 사업부문과 소재 사업부문을 별도 경영조직으로 운영하는 조직 개편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특히 임상민 전무는 그룹의 전략 업무를 총괄하는 데다 지난 2015년 기획관리본부 부본부장으로서 대상이 17년 만에 라이신(동물사료에 들어가는 필수 아미노산) 사업에 재진출하는 데 기여하는 등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성공적인 사업 안착으로 초석다지기에 성공한 기업인들도 있다. 지난해 7월 쉐이크 쉑 미디어 프레젠테이션에 참석하며 언론에 공식적으로 첫 모습을 드러낸 허희수 SPC그룹 부사장은 2007년 파리크라상에 입사해 경영 수업을 시작했다. 2014년 SPC 계열사인 BR코리아의 총괄임원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했고, 2015년부터는 그룹 마케팅전략실장 및 SPC삼립 마케팅본부장, SPC클라우드 총괄을 겸하고 있다.
허 부사장의 진두지휘 아래 지난해 7월 쉐이크 쉑 1호점의 문을 열었다. 허 부사장은 미국 프리미엄 클래식 버거 브랜드 쉐이크 쉑이 한국 파트너로 SPC그룹을 선택하는 데 1등 공신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희수 부사장은 서울과 뉴욕을 수차례 왕복하며 협상을 이끌어 냈다.
지난달 27일 미디어미팅에서 쉐이크쉑 창업자 '대니 마이어' 유니언 스퀘어 호스피탈리티 그룹(USHG) 회장은 "쉐이크쉑 강남점은 전 세계 매장 가운데 가장 높은 매출을 보이고 있다"고 말하는 등 성공적으로 안착한 모습이다.
허은철 녹십자 사장 역시 경영능력 '합격점'을 받은 인물이다. 허은철 녹십자 사장은 지난 2015년 부회장 조순태 사장과 함께 공동대표이사로 오른 후 지난해 정기주주총회에서 조 사내이사의 재선임이 종료되며 단독대표에 올랐다.
허 사장이 키를 잡은 후 녹십자는 2년 연속 '1조클럽'을 유지하고 있다. 허 사장은 선택과 집중이 돋보이는 연구개발(R&D) 전략과 해외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며 매년 사상 최대 매출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업계관계자는 "오랜 기간 경영수업을 받아온 3세 경영인들이 전면에 나서며 그들만의 스타일과 성과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게 될 것"이라며 "회사 존망을 책임지는 사람들인만큼 뚜렷한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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