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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은 것만 보고 시비 거는 야권의 외눈박이 안목


입력 2017.03.06 06:30 수정 2017.03.06 20:14        권혁식 정치부장(부국장) (kwonhs1234@dailian.co.kr)

좌파단체 국정교과서 훼방에 침묵…전체주의 행태 무비판

국정화 포기에도 거꾸로 타 의견 폭력 봉쇄하는 좌파진영

교육부가 공개한 국정교과서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및 중학교 역사 교과서.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교육부가 공개한 국정교과서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및 중학교 역사 교과서.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국민의당 조배숙 정책위의장은 지난 3일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지자들이 민주당 개헌파 의원들에게 문자폭탄을 퍼부은 것을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문자폭탄은 자기와 다른 의견은 폭력적으로 봉쇄하겠다는 전체주의적 사고방식이다“라면서 ”다양한 의견의 존중과 포용성을 본질로 하는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자 범죄행위“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개헌파 의원들이 ‘폭탄 맞을 짓’이라고 행한 것은 문 전 대표에게 조속히 개헌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촉구한 것이었다. 여타 대권주자들은 ‘대선 전 개헌’에 찬성 입장을 밝혔으나 문 전 대표만 그에 부정적이라서 답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자 지지자들은 ‘문재인이 권력 잡는 게 배 아프냐’, ‘자유한국당 2중대’ 라고 비아냥대는 내용의 문자폭탄을 퍼부었던 것이다.

흔히 말이나 글을 통한 표현은 ‘사실(fact)’과 ‘의견(opinion)’으로 구분된다. ‘사실’은 하나뿐인 실체적 진실을 추구하며 사실이 아닌 허위는 배격된다. 밖으로 퍼뜨린 사실이 허위일 경우에는 허위사실유포죄가 성립되며, 사실을 적시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할 경우에는 그것이 진실이든 허위이든 상관없이 명예훼손죄가 성립된다.

‘의견의 다양성’, ‘소수의견 존중’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지켜야할 가치들

그러나 ‘가치판단’이나 ‘평가’를 주내용으로 하는 의견은 다르다. 가치관이나 관점의 차이에서 얼마든지 의견차가 생길 수 있다. 사실 적시를 전제하지 않은 순수한 의견이나 논평의 경우에는 명예훼손죄조차 성립되지 않는다는 게 대법원 판례다. 그래서 ‘의견의 다양성’, ‘소수의견 존중’ 등은 우리 민주주의 체제가 지켜야할 가치들이다.

역사교과서는 ‘역사적 사실’과 ‘역사 평가’를 함께 담고 있다. 사실관계가 틀린 것은 오류이며 두말 않고 정정해야 한다. 예컨대 국정교과서 최종본에는 안창호 선생이 대한인 국민회 중앙총회의 초대 회장으로 기술돼 있었다. 뒤늦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 교육부는 이를 수정해 최종본을 다시 만들었다. 그러나 역사평가는 다르다.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민주화 과정’를 중시할지 ‘산업화 과정’에 주안점을 둘지는 평가의 영역이며, 관점에 따라 경중이 달라질 수 있다.

당초 정부가 국정역사교과서를 제작하겠다고 발표했을 때 많은 국민들이 정부 태도를 비판적으로 바라봤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국가가 하나의 잣대로 역사를 평가하려는 데 대한 거부감 때문이었다. 국정교과서란 말 자체가 국가가 ‘사고의 우월성’을 자처하며 독점적으로 하나의 교과서만 유통시키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 바람에 ‘민주화’ 비중이 높은 기존 검증교과서를 지지하는 좌파 진영은 물론, 산업화 과정을 높이 사는 중도․우파 측에서도 국정교과서에 회의적인 입장을 많이 취했던 것이다.

역사교과서 독점 보급 방침에 대한 국민 거부감과 정부의 뒤늦은 국정화 정책 폐기

정부는 국정교과서에 ‘최순실 게이트’까지 겹쳐 부정적 여론이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지난해 12월 궁여책으로 내년도부터 검인정교과서와 혼용체계로 가겠다고 발표했다. 전단계로 올해는 ‘연구학교’에 한해 보급하기로 했다. 이는 엄밀히 말해 국정교과서 정책을 폐기한 셈이다. 국가가 만든 교과서를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명칭도 국정교과서가 아닌 ‘올바른 역사교과서’라고 바꿨다. 국정교과서라기보다는 민간에서 만든 교과서들과 대비해 국가가 만든 또 하나의 교과서인 셈이다.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교재로 사용할 ‘연구학교’ 신청 과정에서 좌파 성향의 단체들이 조직적으로 개입해 방해를 했다. 전교조와 민주노총 등은 국정교과서에 '친일․독재미화 교과서'라고 매도하는 성명서를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그것도 모자라 연구학교 신청 학교를 항의 방문했으며 반대 시위도 벌였고 학교장을 겁박하는 등 적극적인 저지 운동을 벌였다.

좌파단체의 연구학교 훼방, 다른 의견 폭력적으로 봉쇄하겠다는 전체주의적 사고방식

이런 기막힌 장면에 민주당 조 의장의 ‘전체주의’ 비판 발언을 옮겨보자. “다양한 의견의 존중과 포용성을 본질로 하는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자 범죄행위”라고 했던 문구가 여기서도 딱 들어맞는다. “자기와 다른 의견을 폭력적으로 봉쇄하겠다는 전체주의적 사고방식이다”라고 평해도 전혀 어색할 게 없다. 좌파진영은 당초 국가의 독점적 역사 평가 시도에 반대해 국정교과서를 거부했음에도 이제는 스스로 독선적 행태를 보이는 자기모순에 빠져 있는 것이다.

국정교과서 내용을 놓고 ‘관점의 차이’에서 비롯된 쟁점이 많이 있지만 대표적인 예가 ‘대한민국 수립’이다. 국정교과서에는 ‘제헌 헌법에 따라 국회에서 이승만과 이시용이 각각 대통령과 부통령에 선출되었고, (중략) 대한민국이 수립되었다(1948. 8.15.)’라고 적혀 있다. 이 문구를 놓고 진보 진영에선 ‘상해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부인하는 것’이라며 거의 경기(驚氣) 수준의 반발을 보여왔다. 기존 검정교과서의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 국정교과서에서 ‘대한민국 수립’으로 바뀐 것은 ‘1948년8월15일이 건국일’이며 ‘이승만 대통령이 건국의 아버지’라는 ‘건국절’ 주장의 연장선으로 본 것이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의원들이 지난 2월10일 국회 정론관에서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국정교과서 대국민 담화와 관련해 교육부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야3당의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의원들이 지난 2월10일 국회 정론관에서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국정교과서 대국민 담화와 관련해 교육부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야3당의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상해임시정부 계승' 전제한 '대한민국 수립' 비판하는 건 '반대를 위한 반대' 불과

그러나 ‘정부’라는 단어 하나의 첨삭(添削)에서 오는 행간의 의미차가 학식 높은 전문가 눈에는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행간의 의미가 의미전달 기능에서 명시적인 표현만은 못하다는 점이다. 아무리 좌파 진영에서 ‘정부’라는 단어가 삭제됨으로써 상해임시정부의 정통성을 부인하는 결과가 초래된다고 주장해도, 국정교과서를 직접 보면 그것은 설득력이 없다. ‘대한민국이 수립됐다’는 구절 바로 앞에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이라는 관형절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한민국 수립’ 표현에 대한 비방은 ‘반대를 위한 반대’이며 억지논리를 동원한 국민 눈속임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좌파단체 훼방에 대한 야당의 침묵, 홍위병을 배후 조정했던 중국 공산당 연상

백 번 양보해서 이런 ‘내용’의 문제는 차치하고, ‘형식’만 놓고도 야당들은 민주주의 체제의 공당으로서 책임을 방기했다. 좌파단체들이 전체주의적 발상으로 국가의 정책집행을 그렇게 훼방 놓는데도 야당은 한마디 비판 논평이 없었다. 마치 1960년대 중국 공산당이 ‘구시대적 문화유산과 부르주아적 요소를 축출한다’면서 수많은 교사와 지식인들을 박해했던 홍위병들을 배후 조종했던 것처럼 국정교과서 갈등 현장을 막후에서 즐기고 있는 듯했다.

그들이 내놓은 역사교과서 논평은 오히려 정부 측을 과녁으로 삼고 있었다. 민주당 고용진 대변인은 지난 2일 브리핑에서 ‘현실화된 국정역사교과서 연구수업 파행, 교육부는 국정역사교과서를 즉각 폐기하라’라는 제목의 논평을 냈다. 고 대변인은 “경북 경산 문명고에서 1학년 한국사 수업을 가르칠 교사가 없는 것으로 확인됨으로써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수업이 시작부터 파행을 빚을 전망이다”면서 “교육부는 문명고의 역사수업 정상화를 위해 연구학교 지정을 철회하고 국정역사교과서를 당장 폐기하라”고 주장했다. 국민의당 고연호 대변인도 지난달 24일 현안논평에서 “국민의당은 국정 역사교과서 폐지, 연구학교 철회를 문명고 재단과 교육부에 강력히 촉구한다”면서 “학생과 학부모 교사의 반대에도 이사장 개인의 강짜로 어디까지 학생들에게 피해를 강요할 것인가”라고 교육부와 재단이사장을 비난했다.

보고 싶고 시비 걸고 싶은 대목만 콕 찍어 논평 내는 야당의 ‘외눈박이 시야’

그러나 야당들은 국정역사교과서가 그간 어떤 곡절을 거쳐 많은 학부모들과 학생들로부터 외면받는 지경에 이르렀는지에 대해선 입을 꾹 다물었다. 국정역사교과서가 나오기도 전에 자신들부터 ‘역사 왜곡 교과서’라고 낙인 찍어 국민들에게 나쁜 선입견을 갖도록 조장했다. 그런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교육부가 민주화와 산업화 비중에 형평을 기하려 했고 현장검토본이 나온 뒤에는 지적사항을 최대한 반영해 내용을 보완했음에도 야권은 ‘무조건 반대’를 고수했다. 마치 호랑이 등 위에 올라탄 도둑의 처지와 다를 바 없었다. 정부가 국정화를 포기하고 혼용체제를 선언했음에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주도권을 잡은 야권은 기존 입장을 그대로 밀어붙였다. 사정이 이러하니 연일 언론에 대서특필됐던 좌파 단체들의 집요한 훼방이 눈에 들어올 리 만무했을 것이다.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를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선 애써 눈감고 자신들이 보고 싶고 시비 걸고 싶은 대목만 콕 찍어 논평을 내는 것은 ‘외눈박이 시야’에 불과하다.

자신 판단만 옳고 남도 따라와야 한다는 생각은 독재 권력의 시발점

시장에 다양한 상품이 출시돼 소비자들의 합리적 판단에 의해 구매가 이뤄지듯이 교과서도 교육 소비자들의 판단과 선택에 맡겨야 한다. 우리 국민들의 안목이 야당 정치인들이나 좌파단체들이 걱정할 정도로 낮고 어둡지 않다. 자기 판단만이 옳고 남도 그것에 따라야 한다는 생각은 전체주의적 사고인 동시에 권력 가진 자에게는 독재의 시발점임을 잊지 말아야할 것이다.

권혁식 기자 (kwonhs123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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