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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tage] 확 달라진 '더데빌' 이런 뮤지컬 없었다


입력 2017.02.22 06:00 수정 2017.02.22 09:07        이한철 기자

3인극→4인극 변신, 기존 넘버 70% 재편곡

여전히 낯설지만 신선하고 실험적 무대

뮤지컬 '더데빌' 공연사진. ⓒ 알앤디웍스
뮤지컬 '더데빌' 공연사진. ⓒ 알앤디웍스

3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더데빌'이 지난 14일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이번 공연은 3인극에서 4인극으로 재구성하고 기존 뮤지컬 넘버의 70% 이상을 재편곡 하는 등 파격적인 변신을 꾀했다는 점에서 개막 전부터 관심을 집중시켰다. 그만큼 기존과 다른 시선으로 작품을 감상할 필요가 있다.

'더데빌'은 확실히 지금까지 보아 온 뮤지컬과는 다르다. 최소한의 서사를 뼈대로 삼으며 설명적인 대사는 최대한 배제하고 이미지를 통해 인물의 상태와 심리를 표현한다. 텍스트화 된 대사와 뚜렷한 기승전결로 작품을 구성하던 기존의 관점에서 벗어나 이미지를 통해 구성된 '더데빌'은 전에 본 적 없는 새로운 접근법을 사용했다.

이러한 '더데빌'만의 독창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낸 데에는 실력파 창작진들의 공이 크다. 이지나 연출은 '도리안 그레이' '곤 투모로우' '잃어버린 얼굴 1895'등 전작을 통해 드러낸 바 있는 고전적이면서도 탐미적인 연출에 인간의 '선택'이라는 철학적 메시지를 결합해 '더데빌'만의 현실과 초현실의 모호한 경계를 담은 이미지를 완성했다.

또한 별도의 무대 전환 없이 조명을 통해 드라마를 부각시키는 '더데빌'은 가히 색과 빛을 통해 만들어가는 작품이라 해도 무방하다. 100여대가 넘는 무빙 라이트를 사용해 소극장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강렬함을 선사했으며, 2층 높이 X자 형태의 무대는 얽혀있는 4명의 시선이 결국 하나의 점에서 만나게 된다는 점을 표현한다.

기존의 익숙한 것들과의 결별로 빚어낸 '더데빌'은 확실히 낯설고 불편하지만, 동시에 신선하게 다가온다.

총 25곡의 넘버로 구성된 '더데빌'은 강렬한 록 비트와 웅장한 클래식 사운드를 바탕으로 유혹과 선택, 그 사이에 선 인간이 느끼는 좌절, 고뇌, 애정, 후회 등 모든 감정을 담고 있다. 특히 넘버를 통해 서사를 채우고 캐릭터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만큼 작품 속 넘버의 역할을 매우 크다.

뮤지컬 '더데빌' 공연사진. ⓒ 알앤디웍스
뮤지컬 '더데빌' 공연사진. ⓒ 알앤디웍스

오프닝 곡 'BLACK MONDAY'는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가며 연인과의 행복한 미래를 꿈꾸는 평범한 인간 존 파우스트와 분주하게 움직이는 월가의 아침을 그린다.

자신은 물론 자신의 고객들이 모든 걸 잃고 좌절하는 것을 두고 볼 수만 없었던 존 파우스트는 도움을 요청하지만 모두가 그를 거절한다. 이 때 마치 한 몸처럼 마주 서 있는 X·White와 X·Black은 인간 존 파우스트를 두고 내기를 하는데, 듀엣곡 '제안'은 두 사람의 X가 존 파우스트로 하여금 자신을 택할 것을 종용하는 가사를 담고 있다.

강렬한 록 비트를 자랑하는 'BIG TIME'과 'POSSESSION'은 인간 내면의 어둠을 상징하는 X·Black과 존 파우스트의 듀엣곡으로 더 많은 것을 누리고 더 높은 곳을 향하고 싶은 존의 욕망을 표현한다.

극의 마지막, 돌이킬 수 없는 선택과 결국 남는 것은 덧없는 후회뿐인 인간에게 전하는 메시지 '피와 살'은 깊은 여운을 남긴다.

간결한 서사를 채우는 상징적 이미지와 강렬한 넘버 외에도 '더데빌'이 관객들에게 흥미를 자극 하는 데에는 발군의 실력을 자랑하는 배우들이 있다.

X-White역의 임병근은 무대를 장악하는 존재감으로 강렬한 선(善)의 의지를 관객들에게 전한다. 최근 JTBC '팬텀싱어' 우승으로 출연하는 작품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증폭된 고훈정은 뛰어난 가창력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조형균은 클래식과 록을 오가는 어려운 넘버를 무리 없이 소화함은 물론 안정된 연기력으로 '가장 신(神)적인 X·White'라는 평을 받고 있다.

장승조, 이충주 두 배우는 각기 다른 느낌의 X·Black을 선보이며 관객들의 눈길을 끈다. 장승조가 미성의 고음과 특유의 날카로운 눈빛으로 캐릭터를 표현했다면 이충주 배우는 남성미 넘치는 저음을 자랑하며 무게감을 더한 X·Black을 표현했다.

존 파우스트는 성공과 쾌락이라는 욕망에 유혹 당하는 보편적 인간을 대표하는 캐릭터로 송용진은 초연보다 깊어진 연기로 극의 무게감을 더하고, 송용진만의 록 스피릿이 더해져 보다 폭발적인 무대를 선사한다. 정욱진은 이전까지 보지 못했던 남성적인 매력을 발산해 관객들의 호평을 이끌어 내고 있다.

그레첸 역의 리사, 이하나, 이예은은 가히 '배우의 재발견'이라 해도 좋을 만큼 예상을 뛰어넘는 모습으로 그레첸을 완벽하게 소화하고 있다.

확 달라진 무대로 관객들을 찾아온 '더데빌'이 한국 뮤지컬계에 어떤 반향을 불러일으킬지 주목된다. '더데빌'은 오는 4월 30일까지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1관에서 공연된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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