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풍자 등 메시지 담은 대작 줄줄이 개봉
핫한 남자배우들만 선호…편향적 캐스팅 우려
현실 풍자 등 메시지 담은 대작 줄줄이 개봉
핫한 남자배우들만 선호…편향적 캐스팅 우려
충무로 男파워가 극에 달할 전망이다. 영화 ‘마스터’, ‘공조’, ‘더킹’ 등 초호화 라인업에 선 굵은 연기파들의 향연, 강렬한 메시지 그리고 무엇보다 ‘남남케미’의 정점을 그린다는 점에서 벌써부터 그 열기가 뜨겁다.
특히 남은 하반기와 2017년 포문을 여는 대작들은 묘한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현실과 맞닿은, 그러면서도 정치적 타깃, 그리고 현실 풍자 영화들이 줄지어 개봉한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나라가 어지러운 가운데 영화계에도 이를 겨냥한 작품들이 줄을 잇는다. 7일 개봉한 영화 ‘판도라’의 경우, 국내 최초로 원전 폭발로 인한 재난 사고를 그린 작품으로 역대 최대 규모의 강진에 이어 한반도를 위협하는 원전사고까지 예고 없이 찾아온 대한민국 초유의 재난 속에서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한 평범한 사람들의 사투를 담아냈다.
특히 이 영화는 촬영 현장 섭외가 갑작스레 취소되는 가 하면 예정됐던 투자도 철회됐고, 개봉까지 1년여의 시간이 지연됐다. 막상 뚜껑을 연 ‘판도라’는 역시나 누군가의 심기를 거스르기에 충분한, 사회적 메시지가 담긴 영화였다.
‘판도라’를 시작으로, ‘마스터’와 ‘더킹’은 지금의 현실과 맞닿은 극 전개로 최고의 화제작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를 절묘한 타이밍과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분명 충무로를 뜨겁게 달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현실 비판-풍자…하반기-새해 ‘핫한 개봉’
21일 개봉하는 영화 ‘마스터’(감독 조의석)는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조 단위 사기 사건을 둘러싸고 이를 쫓는 지능범죄수사대와 희대의 사기범, 그리고 그의 브레인까지, 그들의 속고 속이는 추격을 그린 범죄오락액션 영화다. ‘건국 이래 최대 게이트’라는 영화 홍보가 인상적으로, 최순실 사태와 맞물려 과연 어떤 메시지를 안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마스터’는 어떤 위기와 위협에도 절대 포기하지 않고 진회장과 그의 배후 세력을 모조리 잡아들이려는 지능범죄수사팀장 김재명(강동원)의 집요한 추격으로
뒤를 이어 정우성 조인성 배성우가 출연하는 권력형 비리 영화 ‘더킹’이 2017년 최고의 화두를 던지며 새해를 열 전망이다. ‘더 킹’은 무소불위 권력을 쥐고 폼 나게 살고 싶었던 태수(조인성)가 대한민국을 입맛대로 좌지우지하는 권력의 설계자 한강식(정우성)을 만나 세상의 왕으로 올라서기 위해 펼치는 이야기를 그린다.
특히 ‘더 킹’ 측에 따르면 대한민국 권력자들의 민낯을 거침없이 들춰낼 예정이라고 홍보한 가운데 단 1분 공개된 예고편으로 온라인을 뜨겁게 강타했다. 최고의 권력자가 되고 싶은 자와 그의 배후를 조종하는 자, 그리고 굿판을 벌이는 묘한 장면 등이 오버랩되면서 현실 풍자와 관련해 어느 수위까지 일지 초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현실 비판 이어 남북 이야기까지 ‘남풍 기습’
‘마스터’ 이병헌 강동원 김우빈, ‘더킹’ 정우성 조인성 배성우 류준열 그리고 ‘공조’ 현빈 유해진이 ‘브로맨스’에 불을 지핀다.
남북 최초의 극비 합동수사라는 참신한 소재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영화 ‘공조’. 남한으로 숨어든 북한 범죄 조직을 잡기 위해 남북 최초의 공조수사가 시작되고, 임무를 완수해야만 하는 특수부대 북한형사와 임무를 막아야만 하는 생계형 남한형사의 예측할 수 없는 팀플레이를 그린 영화다.
생애 첫 액션 연기에 도전, 이전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남성적이고 강렬한 매력을 선보일 배우 현빈과 소탈하면서도 사람 냄새 나는 형사로 돌아온 배우 유해진의 극과 극 상반된 매력이 벌써부터 큰 과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앞만 보고 직진하는 북한형사 현빈과 그를 막기 위해 15년 형사 생활 노하우를 총동원하는 남한형사 유해진의 모습은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유쾌한 팀플레이로 기대를 높이고 있다.
# 관객 확보 높은 남남케미, 브로맨스에 여배우 실종 우려
올 한 해 스크린에서 단연 돋보인 코드는 ‘남남케미’다. 앞서 언급한 영화들 역시 남자 배우들이 중심이 되거나 남남케미를 다른 작품들이다. 물론 화려한 볼거리나 스타급들의 연기 대결은 분명 충분한 매력을 선사한다.
그러나 영화 ‘미씽’ 엄지원이 언급했던 대로, '여자 영화'에 대한 일부 부정적인 시선들과 흥행 위주의 캐스팅과 관련해 많은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남녀간의 멜로가 충무로에서 ‘실패 코드’로 자리잡으면서 작품성 높은 멜로도 설 자리를 잃었고, 그의 영향으로 남남케미나 브로맨스, 브로코미디가 상승세를 자리잡았다. 여자 배우들에게 있어 적지 않은 치명타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20대 여자 배우들의 실종도 안타깝지만, 여자 케미에 대한 관객석 확보 우려의 시선이나 그에 따른 제작 지원 부족, 그러면서 흥행 위주의 오락성이나 흥행 답보된 특정 배우 선호 등 편파적인 영화계에 적지 않은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영화 ‘미씽’의 경우, 우려의 시선에 반해 작품성을 인정받으면서 높은 관객율을 기록 중에 있다. '여여케미'라고 해서 뻔하거나 관객들의 선호를 받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물론 최악의 영화계 현황 상 살아남기 위한, 관객몰이가 가능한 영화에 주력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상업 논리일 수 있다. 그렇지만 ‘남자 배우’만 선호하는 영화계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앞으로 2017년 영화계 전망 역시 그리 밝지 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영화적 소재는 국한돼 있고, 특정 배우는 한 해에 몇 편씩이나 등장한다. 결국 뻔한 영화, 다르지 않은 캐릭터라는 지적과 함께 선택의 즐거움을 잃은 관객들은 또 다시 발길을 돌릴 가능성이 높다.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홍지영 감독은 이런 말을 했다. 영화의 선택에 따른 즐거움을 주는 것 역시 우리네가 해야 할 일이라고. 관객들은 영화를 보는 즐거움과 함께 그 선택의 즐거움을 동시에 느낀다.
최고의 화제작들이 줄줄이 개봉하는 것에는 두 팔 벌려 환영하는 바다. 하지만 국한된 캐스팅과 상업논리에만 입각한 영화의 생명력이 과연 얼마나 이어질지 의문이다. 지난 상반기 침체됐던 영화계가 ‘부산행’을 시작으로 하반기에 겨우 체면치레 했다. 물론 최근에는 한국영화들이 잇따라 할리우드 공습에도 선전하며 그 저력을 과시하고 있는 분위기다. 이를 발판으로 새해에는 보다 다양하고 신선한 소재의 영화들이, 새로운 배우들과 함께 등장하기를 기원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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