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위한 간첩행위, 형법상 처벌 어려워…개정해야"

하윤아 기자

입력 2016.11.25 16:14  수정 2016.11.25 17:14

헌법상 북한은 대한민국 영토…북한 위한 기밀 누설은 처벌 모호

현행 '적국'뿐 아니라 '외국' 위한 간첩행위 처벌 가능토록 손봐야

한국안보형사법학회와 바른사회시민회의는 25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 프레스센터에서 '국가안보 위해범죄와 법제도적 대책'이라는 제하의 토론회를 개최했다. ⓒ데일리안

헌법상 북한은 대한민국 영토…북한 위한 기밀 누설은 처벌 모호
현행 '적국'뿐 아니라 '외국' 위한 간첩행위 처벌 가능토록 손봐야


현행 형법은 북한에 국가기밀을 누설하는 등 간첩행위를 한 자를 처벌하기 어렵고, 적국이 아닌 우방국의 간첩행위 역시 처벌하지 못하는 문제를 안고 있어 관련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됐다.

한국안보형사법학회와 바른사회시민회의는 25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 프레스센터에서 '국가안보 위해 범죄와 법제도적 대책'이라는 제하의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전문가들은 국가적 법익을 침해하는 안보형사범죄에 대한 수사상의 문제와 개선방안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김재현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강의전담교수는 형법상 간첩죄 규정을 중심으로 한 국가기밀 보호법제의 문제점을 짚었다. 김 교수는 "간첩죄 규정에 있어서 가장 큰 논쟁거리는 적국개념"이라며 "이와 관련해 현재 간첩죄 규정으로 북한을 위한 간첩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지 문제가 되고, 적국이 아닌 중립국 또는 우방국을 위해 간첩한 경우에는 그 처벌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를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규정하고 있어 북한은 곧 대한민국 영토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대법원 판시에서도 북한을 국가가 아닌 '반국가단체'로 파악하고 있어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이상 적국으로도 볼 수 없어 북한을 위한 간첩행위를 처벌할 수 없다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서 북한을 위한 간첩행위를 형법 및 군형법상의 간첩죄 규정으로 처벌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반하는 해석이 된다"며 "형법상의 간첩죄 규정에 대한 개정논의가 불가피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현행 형법상 적국이 아닌 외국 또는 그에 준하는 단체를 위한 간첩행위 처벌이 어려운 점도 꼬집었다. '적국'을 간첩행위 처벌 대상으로 설정할 경우, 우리나라와 국교를 수립한 국가들은 적국개념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실제 간첩죄가 성립될 수 있는 범위가 상당히 축소된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외국을 적국 아니면 우방국이라고 단정한 후 적국을 이롭게 하는 활동은 이적죄가 된다는 흑백논리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비록 우방국이라고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국가안전을 위태롭게 하거나 헌법질서를 문란케 하는 행위가 있다면 이적죄로 성립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적국과 우방국을 구분 짓기에 앞서 우리나라의 안보법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했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견해다.

실제 독일형법은 간첩죄 규정에 적국이라는 용어 대신 '외국정부' 혹은 '이에 상응하는 조직'으로 규정해 우방국이라고 하더라도 이들 국가에 국가기밀을 누설하면 간첩죄로 처벌하고 있다. 미국의 방첩법도 미국을 위해하고 외국을 이롭게 할 목적으로 국방정보를 수집해 외국에 통보하는 등의 행위를 한 자를 엄중 처벌하고 있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도 '적국' 대신 '외국 또는 이에 준하는 단체'로 개념을 새롭게 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 교수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형법 개정안'과 '군형법 개정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9월에 대표 발의한 해당 개정안은 적국이 아닌 외국이나 외국인의 단체를 위해 국가기밀을 수집·탐지하거나 군사상 기밀을 누설하는 경우에도 간첩죄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는 "현재 계류 중인 형법 및 군형법 개정안 모두 외국 또는 외국인 단체를 위한 간첩행위를 처벌하기 위함이라는 취지를 담고 있어 큰 의미가 있다"면서 "무엇보다 간첩죄 규정의 주요 취지가 북한을 위한 간첩행위를 처벌하는 것인 만큼 '대한민국에 적대하는 반국가단체를 위하여 간첩한 자'를 처벌하는 규정의 신설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김 교수는 국가정보원법과 군사기밀보호법에서만 정의하고 있는 국가기밀에 대한 개념을 현행 형법으로도 정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아울러 우리나라는 형법상 간첩행위에 대한 정의규정이 없어 해석상 대립이 발생하고 있는 점을 지적, 국가기밀을 탐지·수집하는 행위를 간첩행위로 정의하는 내용을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한편, 또 다른 발제자인 이재만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안부 검사는 대공사건의 수사상 문제점을 지적하며 대법원에 안보위해사범 전담재판부 신설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 검사는 "대공사건은 사안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안보위해사범의 확신범적 성향과 강한 적대감, 범죄의 지능성·은밀성으로 인해 증거수집 등 수사상 여러 난관에 직면한다"며 "현재 대법원에는 부패, 경제, 선거 등 전문재판부가 존재하는데, 안보위해사건의 경우에도 전문지식과 통일적 처리가 요구돼 대법원에 안보위해사범 전담재판부를 신설하는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