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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정 "'구르미 그린 달빛', 행복한 꿈 같아"


입력 2016.11.01 09:15 수정 2016.11.06 08:07        부수정 기자

홍라온 역 맡아 박보검과 로맨스 호흡

"많은 사랑받은 작품, 종영 실감 안 나"

KBS2 월화극 '구르미 그린 달빛'을 마친 김유정은 "'구르미'는 행복한 꿈 같은 작품이었다"고 밝혔다.ⓒsidusHQ

홍라온 역 맡아 박보검과 로맨스 호흡
"많은 사랑받은 작품, 종영 실감 안 나"


"평생 갚아도 갚지 못할 큰 사랑을 받았어요. 저한테 행복한 꿈 같은 시간이었답니다."

지난달 인기리에 종영한 KBS2 '구르미 그린 달빛'(구르미)에서 홍라온으로 분한 김유정(17)은 드라마를 끝낸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맑은 눈빛을 반짝이며 촬영 당시를 떠올린 김유정은 "라온이를 떠나보내기 싫다"면서 "'구르미 그린 달빛'은 내마음 속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드라마가 될 듯하다. 꿈이라도 꾸면 행복할 작품"이라고 했다.

청춘사극 '구르미'에서 김유정은 홍삼놈과 홍라온을 오가는 남장여자 연기로 큰 사랑을 받았다. 사극 경험이 많은 그는 특유의 사랑스럽고, 발랄한 모습으로 단단한 존재감을 뽐냈다. 뻔하게 빠질 뻔했던 남장여자 캐릭터는 김유정을 만나 사랑스럽고, 풋풋하게 변했다.

드라마 종영 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김유정을 만났다. 생애 첫 세부 포상 휴가를 다녀온 그는 "재미있게 놀다 왔다"며 "한식당에만 가서 현지 음식을 못 먹어 아쉽다"고 귀엽게 툴툴거렸다.

박보검 김유정이 주연한 '구르미'는 방송 전만 해도 우려가 앞섰던 작품이다. 어린 두 배우가 중심에 서서 이끌기엔 무리가 있다는 전망이 나왔으나 종영 시청률 22.9%(닐슨 코리아·전국 기준)로 월화극 1위를 차지하며 인기리에 막을 내렸다.

KBS2 월화극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박보검과 호흡한 김유정은 "박보검 오빠와 서로 믿고, 의지하면서 촬영했다"고 전했다.ⓒsidusHQ

김유정은 "끝났다는 게 실감 나지 않는다"며 "마지막 촬영 날에는 서운하고, 속상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이 정도까지 사랑받을 줄 몰랐다"며 "많은 사랑을 받아서 신기하면서 감사했다"고 미소 지었다.

사극 경험이 있는 김유정에게도 '구르미'는 숙제였다. '응팔' 박보검의 차기작이라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고, 남장여자 캐릭터도 넘어야 할 산이었단다. "'잘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감독님과 대화를 나누면서 고민을 해결했습니다. 라온이는 사랑스럽고, 귀엽고, 쓰다듬어주고 싶은 캐릭터였어요. 다른 사람이 뭐라 해도 저만은 라온이를 이해하고 다독여주고 싶었어요."

남장여자 연기에 대해선 "삼놈이를 앳된 소년이라고 생각했다"며 "흉내를 내는 것처럼 보이기 싫어서 말투, 행동을 신경 썼다. 삼놈이만의 사랑스러움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구르미'는 라온이와 이영(박보검)의 성장 드라마와 같다. 벗이 되고, 연인이 되는 과정에서 두 사람은 서로를 지켜주며 한 뼘 성장한다. 김유정은 "나도 라온이를 통해 성장했다"며 "소년에서 소녀가 되고, 이후 여인이 되는 과정에서 많은 걸 고민하면서 깨달았다. '구르미'는 나 스스로가 성장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된 작품"이라고 했다.

캐릭터와 닮은 점을 묻자 "초반 삼놈이한테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고, 후반부에는 라온이를 연기하면서 슬펐다"며 "극을 찍을수록 캐릭터와 점점 닮아갔다"고 했다.

배우 김유정은 최근 종영한 KBS2 월화극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홍라온을 연기했다.ⓒKBS

삼놈이에서 라온이로 변하면서 매회 감정신도 소화해야 했다. 몇몇 시청자들은 극 초반 활달한 라온이가 그립다는 의견도 전했다. "저도 라온이가 그리웠어요. 구덩이 빠지는 신도 그리웠고. 호호. 초반 모습이 그립긴 했지만 라온이가 점점 성장하는 과정도 중요했던 것 같아요. 소년에서 소녀, 그리고 여인이 되는 모습이 순간순간이 소중하고 좋았어요."

'구르미'의 가장 큰 재미는 박보검과 김유정의 로맨스였다. 순수하고, 착한 이미지의 두 사람이 그려낸 청량한 로맨스는 월요병을 날려줬다. '박보검과 김유정 보는 재미'로 '구르미'를 본다는 의견이 많았다.

낯을 가리는 김유정은 처음에 박보검을 '오빠'가 아닌 '보검 님'이라고 불렀단다. 그러다 구덩이 신 찍으면서 친해졌고, 이후 서로 의지하게 됐단다. 박보검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김유정에 대해 "사극 선배라 배울 점이 많았다"고 했고, 김병연 역의 곽동연은 "감정을 한 번에 잡는 걸 보고 대단하다고 느꼈다"고 칭찬한 바 있다.

이를 언급하자 김유정은 '푸하하' 웃음을 터뜨리며 "관련 기사를 봤다"며 "내가 조언해준 건 없었다. 가장 가까이서 연기했기 때문에 솔직하고, 섬세하게 연기했다. 보검·진영·동연 오빠 다 친해서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왕세자의 사랑을 듬뿍 받은 그가 본 박보검은 어떤 배우일까. "끊임없이 노력하고, 고민하고, 생각하는 멋진 배우예요. 보검 오빠를 보고 '이러니까 많은 사랑을 받는 거구나'라고 느꼈어요. 사랑받아 마땅한 배우입니다. 보검 오빠를 통해 많이 배우고 도움받았어요. 저에겐 참 고마운 사람입니다(웃음)."

KBS2 월화극 '구르미 그린 달빛'을 마친 김유정은 "라온이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며 "누가 뭐라 해도 라온이를 다독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sidusHQ

김유정은 또 "제작진, 배우들 모두 날 이뻐해 준 덕에 힘을 얻었다"며 "많은 사랑을 받아서 마음이 든든했고 즐겁게 촬영했다"고 두 눈을 반짝였다.

'구르미'에는 여성 시청자들을 설레게 한 대사들이 자주 등장했다. "불허한다 내 사람이다", "내가 한 번 해보련다. 그 못된 사랑", "너는 나의 약과 아니더냐", "이젠 너를 세상에서 가장 귀한 여인으로 대할 것이다. 그리해도 되겠느냐", "아주 힘겨운 순간 무언가를 놓아야 한다면 그게 나여서는 안 된다" 등은 시청자들의 가슴에 불을 질렀다.

박보검의 대사를 바로 앞에서 들은 김유정은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 그는 모든 대사가 마음에 들었다며 단 하나를 꼽기 어렵다고 했다. "어떻게 보면 손발이 오그라드는 느끼한 장면일 수도 있는데 박보검 오빠가 대사 하나하나를 고민하며 연습하는 모습을 보고 멋있다고 느꼈어요. 촬영장에서 배우들끼리 대사를 하면서 장난치기도 했어요. 호호."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영, 병연, 라온이 둘러앉아 닭백숙을 먹는 장면이란다. 처음으로 셋이 모여 편하게 얘기했고 각 캐릭터의 성격이 잘 드러났다는 이유에서다.

절절하고, 애틋한 로맨스 연기를 실감 나게 펼친 비결도 궁금했다. 그는 "경험을 떠나서 영과 라온의 깊은 감정을 생각하며 연기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누구도 들어가지 못하는 단단한 사랑을 했어요. 차곡차곡 쌓은 감정이랄까요?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는 감정이라서 애절하게 느껴졌어요. 영이 라온이의 이름을 부르고, 라온이가 영에게 자기 이름을 말했을 때 정말 설렜답니다. 좋아하는 사람을 보고 가슴 떨리는 느낌 있잖아요. 라온이와 제가 나이가 같아서 온전히 라온이가 되려고 했습니다."

KBS2 월화극 '구르미 그린 달빛'을 마친 김유정은 "'구르미'를 통해 성장했다"고 종영 소감을 전했다.ⓒsidusHQ

삼놈이가 고운 한복을 입고 펼쳤던 독무신은 단연 화제였다. 김유정은 두 달가량 연습하며 독무신에 공을 들였다. "시청자분들이 좋아해 주셔서 감사했어요. 영과 라온의 감정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연기했습니다. 독무신 촬영할 때 정말 행복했어요(웃음)."

라온이를 향해 지고지순한 순애보를 보여준 윤성(진영)이에겐 여러 감정이 들 법하다. 윤성은 자신을 희생할 만큼 라온이를 사랑했고, 또 사랑했다. 마지막 회에서 윤성이 죽은 장면에 대해선 시청자의 의견이 갈렸다. '굳이 죽였어야 했냐'는 비판 글이 나오기도 했다.

"윤성이가 죽을 땐 너무 슬펐어요. 저한테는 고맙고 미안한 사람이라 눈물, 콧물 다 쏟으며 촬영했어요. 가슴이 찡했습니다. 촬영 당시 안개가 자욱했는데 여러 감정이 교차했죠. 대본이 아쉽진 않아요. 조금은 아쉽다고 느낀 시청자들을 설득시키기 위해 라온이를 이해하면서 찍었답니다."

18세 꽃다운 나이인 그는 연기 경력 13년 차를 자랑하는 베테랑이다. 2003년 CF '크라운제과 - 크라운산도'로 데뷔해 '누나'(2002),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2005), '일지매'(2008), '바람의 화원'(2008), '동이'(2010), '해를 품은 달'(2012), '비밀의 문'(2014), '앵그리맘'(2015) 등 40여편이 넘는 작품에 출연했다.

KBS2 월화극 '구르미 그린 달빛'을 마친 김유정은 "끝난 게 실감 나지 않는다"며 "라온이를 보내기 싫다"고 말했다.ⓒsidusHQ

그는 "학업, 연기를 병행하는 게 힘들긴 하지만 가족, 선생님, 친구들에게 에너지를 얻는다. 무엇보다 작품을 하면서 깨닫는 게 많다. 특히 여러 캐릭터를 거치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흔들릴 때도, 버티기 힘들 때도 있었는데 이젠 그런 것들을 이겨낼 힘이 생겼답니다. 책임감도 생겼고요."

18세 배우가 뱉은 '책임감'이라는 단어는 꽤 많은 의미를 담은 듯했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과 촬영장에서 배우는 게 또 다르더라고요. 각자의 생활에 적응하는 게 쉽진 않지만 저에겐 다 좋은 경험입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여러 환경을 이해하고, 배려하면서 저 자신이 성숙해졌어요."

2년 후면 그도 스무 살 성인이 된다. 성인 연기에 대해선 "부담감은 없다"면서 "지금 내가 맡을 수 있는 역할을 연기하면서 조금씩, 성장하고 싶고, '빨리빨리'보다는 천천히 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스무 살이 되면 가장 하고 싶은 일을 물었더니 활짝 웃었다. "음...혼자 여행하고 싶어요. 국내든, 해외든 상관없이 저 혼자 떠나고 싶어요!"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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