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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공룡'들의 잇단 도전…면세점이 걸어온 길


입력 2016.08.24 10:54 수정 2016.08.24 13:46        임소현 기자

<면세점의 허와 실(상)>외화 벌이 목적으로 태동한 면세점

대기업 위주로 재편…작년 '물갈이'로 업계 혼란 가중

관광객들이 지난 1월 서울 송파구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에서 쇼핑을 즐기고 있다. 이곳은 지난해 특허 발급 실패로 현재는 폐쇄된 상태다. ⓒ연합뉴스 관광객들이 지난 1월 서울 송파구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에서 쇼핑을 즐기고 있다. 이곳은 지난해 특허 발급 실패로 현재는 폐쇄된 상태다. ⓒ연합뉴스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며 유망 사업으로 떠올랐던 면세점. 최근 국내 면세점업계는 특허권을 두고 그야말로 '전쟁'을 치렀다. 지난해 관세청이 신규면세점 특허권을 대거 내주면서 '롯데-신라' 양강구도였던 면세점 시장은 신세계-한화갤러리아-두산-하나투어 등이 합류해 춘추전국시대 체제로 재편됐다. 하지만 대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최근 오픈한 신규면세점들이 줄줄이 적자를 내는 등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관세청은 또다시 신규 특허 4개를 추가키로 해 면세점 업계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에 본보에서는 국내 면세점의 역사와 현황, 앞으로 면세점이 나아가야할 방향 등을 시리즈로 집중 조명한다.

[면세점의 허와 실]
(상)유통 공룡들의 잇따른 도전…면세점이 걸어온 길
(중)또 4장 추가…신규 특허 발급을 둔 '잡음'

(하)'황금알 낳는 거위' 배는 누가 갈랐나


'제2차 신규면세점 전쟁'이 임박했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서울 시내 면세점 추가 특허 입찰 경쟁에는 롯데와 SK네트웍스, 현대백화점이 참여하는데다 신세계, 호텔신라도 가세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지난해 못지 않은 치열한 경쟁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유통가 대기업들이 면세점 특허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무엇일까.

초창기 국내 시내면세점은 동화면세점과 롯데면세점, 신라면세점이 주도했다. 동화면세점이 1973년 대한민국 1호 면세점으로 탄생한 이후 1978년 12월 관세법 개정을 통해 '보세판매장(면세점) 제도'가 도입되면서 1980년 롯데면세점 소공점, 1986년 신라면세점이 문을 열었다.

이어 여행 자유화가 시행되자 정부는 자율경쟁을 위해 1988년 면세점을 29개로 늘리면서 워커힐, 파라다이스, AK 등이 생겨났다. 하지만 2010년 롯데가 AK면세점을 인수하고 2012년에는 신세계그룹이 파라다이스면세점을 인수하면서 대기업 위주 사업으로 굳어지게 됐다.

이는 면세점이 백화점등 과는 달리 직접 물건을 구입, 관리해야하고 재고 부담을 떠안아야 했기 때문에 인력·노하우와 자본이 있는 대기업에게 유리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관세청은 매출액이 매년 크게 늘고 있는 국내 면세점이 대기업 과점 체제로 운영되는 데 따른 문제점 개선에 나섰다. 2012년 말 중소·중견기업 면세점 특허 11개를 추가로 확대 승인한 것이다. 하지만 2013년 경영능력 부족으로 경주, 전남, 인천, 강원에서 면세점 사업 특허를 따냈던 중소기업들이 특허를 반납하는 사태가 일어났다.

이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관세청은 중소기업 면세점을 2018년까지 15개 이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 방침의 일환으로 지난해 중소기업 면세점을 대상으로 한 면허 획득에 성공한 곳이 바로 하나투어가 중소기업들과 합작한 SM면세점이다.

특히 2011년에는 국내 면세점 업계에 새로운 바람이 불었다. '큰손'이라 불린 요우커가 등장한 것이다. 한일관계 악화와 엔저 등의 영향으로 일본인 고객은 점차 줄어들었지만 한류 열풍을 타고 중국인 관광객 비중은 무섭게 덩치를 키우면서 면세점 주 고객층에 변화가 생겼다. 현재 중국인 비중은 면세점 전체 매출의 70% 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에는 관세법이 개정됐다. 면세 사업권의 특허기간이 10년에서 5년으로 줄었고 갱신방법도 자동에서 경쟁입찰로 변경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7월 발표를 앞두고 면세점 역사상 가장 숨가쁜 '신규특허 경쟁'이 펼쳐졌다.

결국 HDC신라, 한화갤러리아가 신규 면세점 특허를 따내면서 관세청은 11월 종료를 앞둔 면세 특허 4개 가운데 절반의 사업자를 '물갈이' 했다. 롯데면세점은 소공점을 지켜냈지만 잠실 롯데월드타워점을 잃었다. 이 특허는 새 사업자인 두산이 차지했고 SK네트웍스의 워커힐점 특허는 신세계에게 돌아갔다.

국내 시내면세점 개수 변화 추이. ⓒ데일리안 국내 시내면세점 개수 변화 추이. ⓒ데일리안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면세점 사업이 '5년 시한부'라는 우려가 현실화됐다는 볼멘소리가 커졌다. 5년주기로 사업허가를 받게 되면 사업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전문인력 양성에 어려움이 크고 투자 심리도 위축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로 최근 문을 연 신규면세점이 인력 고용에 어려움을 겪고 불확실성 탓에 일부 브랜드가 신규 입점을 고민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

이처럼 업계 혼란은 가중됐지만 관세청은 또 다시 올해 6월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 4곳(대기업 3곳·중소기업 1곳) 추가 발급 공고를 냈다. 신청 접수 마감은 10월 4일이고 사업자는 연말께 선정될 예정이다.

여기에 롯데는 월드타워점을 되찾아 오겠다며 입찰에 뛰어들었고 SK네트웍스 역시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세계그룹 또한 정용진 부회장이 관심을 표현하는 발언을 하면서 참여 가능성이 부각됐다. 여기에 지난해 고배를 마셨던 현대백화점도 재도전 의사를 밝힌 데다 신규면세점 중 매출 1위에 오른 HDC신라면세점을 통해 자신감을 얻은 호텔신라도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하고 다각도로 긍정적인 검토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한 면세점 관계자는 "면세점은 절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며 노하우가 있는 기업이 운영하는 것이 옳다"며 "신규 면세점이 갑자기 너무 많이 생겨났지만 모두 좋은 성적을 내지는 못하는 만큼 곧 정리될 곳은 정리될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최근 신규오픈한 또 다른 면세점 관계자는 "신규면세점이 자리를 잡기도 전에 또다시 추가 특허를 발급하는 것은 경쟁 과열 뿐만 아니라 업계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면서도 "차라리 허가제를 폐지하고 완전 자율경쟁 체제를 도입하는 게 바람직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임소현 기자 (shl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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