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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연령 낮아지는데 상담교사는 단 4%뿐


입력 2016.08.06 11:13 수정 2016.08.06 11:13        하윤아 기자

전문상담교사 2180명 중 97명 초등학교 배치…확충 필요성 제기

학교폭력 저연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전문적으로 학생들을 상담·교육할 전문상담교사의 4%만이 초등학교에 배치된 것으로 나타나 확충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자료사진) ⓒ연합뉴스 학교폭력 저연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전문적으로 학생들을 상담·교육할 전문상담교사의 4%만이 초등학교에 배치된 것으로 나타나 확충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자료사진) ⓒ연합뉴스

전문상담교사 2180명 중 97명 초등학교 배치…확충 필요성 제기

학교폭력의 피해를 경험했다는 초등학생의 비율이 증가하면서 '학교폭력 저연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초등학교에 배치된 전문상담교사는 전체 인원의 4% 수준으로, 전문상담교사 확대·충원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7월 교육부가 공개한 '2016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 학교폭력 피해를 경험했다는 초등학생의 비율은 2.1%로 중학교(0.5%), 고등학교(0.3%)보다 높았다. 특히 지난해 같은 기간에 실시한 실태조사와 비교해 초등학교에서만 피해응답률이 유일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고등학교에서는 학교폭력 피해학생의 비율이 지난해보다 줄었지만, 초등학교에서는 그 비율이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무엇보다 초등학생의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은 지난 2012년 교육부가 처음으로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실시했던 이후부터 줄곧 중·고등학생에 비해 높게 나타나고 있다. 학교폭력이 중·고등학교에 비해 초등학교에서 더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지난해 8월 학교폭력의 근원적 해결을 위해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초등학생 맞춤형 학교폭력 대책'을 발표했다. 당시 교육부는 위기 학생에 대한 정신의학적 지원을 위해 상담·보건·담임교사 중심으로 위기의심 학생에 대한 감지를 강화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교육부는 초등학교 상담 역량 강화를 위해 전문상담교사 정원 증원분을 초등학교에 우선 배치하겠다고 밝혔고, 실제 올해 증원된 전문상담교사 93명 가운데 70%가 초등학교에 배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전체적인 비율로 환산해보면 전국 2180명(16년 3월 기준)의 전문상담교사 중 4.4%인 97명만이 현재 초등학교에 배치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초등학생의 학교폭력 피해경험 응답률이 중·고등학교에 비해 매년 높게 집계되고 있음에도 학교폭력의 조기 감지와 예방, 교육을 위해 초등학생의 정신건강을 전문적으로 상담할 전문상담교사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는 비단 초등학교에만 국한되는 문제는 아니다. 전체 교육과정에 배치된 전문상담교사의 수 자체만으로도 상당히 부족한 상황이다. 교육통계연구센터의 '2015년 하반기 유초중등통계'에 따르면 특수학교를 제외한 전국 국공립 초·중·고등학교 수는 총 9870곳, 학생 수는 총 499만 2790명에 달하지만 전국 초·중·고에 배치된 전문상담교사는 올해 증원된 93명을 포함해 2180명에 불과하다.

현행 초중등교육법(제19조의 2)은 학교에 전문상담교사는 두도록 명시하고 있으며, 이 외에도 교육공무원법(제22조의 2)에 따라 시·도 교육행정기관에 전문상담순회교사를 두도록 하고 있다. 전문상담순회교사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근거해 시·도교육청 또는 교육지원청에 배치되는데, 교육부 훈령상 308명으로 정원을 제한하고 있어 훈령 개정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전국전문상담교육자협회 소속 조모 씨는 '데일리안'에 "최근 22명 중학생 성폭력 사건이 5년 만에 밝혀졌다는 기사가 보도됐는데, 5년 전 중학생 때 집단성폭행을 당하고도 가해학생들의 보복이 두려워 부모님께도 말하지 못하다가 상담기관에서 상담을 받던 중 상담사의 설득으로 신고하기로 마음먹으면서 세상에 알려졌다"며 "전문상담교사는 전문성, 접근성, 안정성, 지속성 등의 부분에서 많은 이점을 가지고 학생들에게 상담을 제공할 수 있다. 누구에게도 말 못할 어려움이 있는 학생들이 쉽게 문을 두드릴 수 있는 전문상담교사의 배치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아울러 협회원 이모 씨도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학교폭력실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체 학교폭력의 감소세는 이어졌지만 초등학교 고학년의 경우 오히려 증가세를 보였다. 상담의 안전성과 지속성을 위해 전문상담교사를 선발하고 확대 배치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2017학년도 중등 전문상담 임용 사전 TO를 보면 전국 총원이 37명으로 적은 수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협회 측은 현재 '상담은 훈련을 받은 전문 인력에 의해 진행돼야 하는 영역'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위기 학생을 조기에 발굴하고 청소년 범죄에 예방·대처하기 위해 '1학교 1전문상담교사' 배치를 주장, 전문상담교사의 확대·충원 필요성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협회 대표 문모 씨는 "교육부에서 상담의 중요성이나 전문성을 인정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최근 학교전담경찰관이 여고생과 성관계를 맺은 사건이 이슈가 됐는데 그런 부분도 어찌보면 전문상담 교육을 받지 않아서 발생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애초부터 비전문적 인력에 상담을 맡긴다는 것 자체가 교육부에서 상담의 중요성이나 전문성을 간과한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교육부는 현재 전문상담교사 확대·충원의 필요성에는 크게 공감하고 있다. 다만 공무원인 교사의 채용은 정부 예산을 수반하는 일이기 때문에 증원은 공무원 정원을 통제·관리하는 행정자치부, 예산을 다루는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본보에 "행자부나 기재부 쪽에 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확충을 요청하고 있지만, 학령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무한정 교육공무원을 늘릴 수는 없기 때문에 요구만큼 증원되지는 못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학생수가 101명 이상 되는 모든 학교에 전문상담교사를 배치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문상담교사가 중·고등학교에 편중돼 있는 데 대해 "통계적으로 보면 사실 과거에는 학교폭력이 주로 중학교에서 발생했고, 특성화고의 경우에는 학생들이 학업을 중단하는 일이 많아 중·고등학교 중심으로 상담교사를 배치한 부분이 있다"며 "최근 학교폭력 피해 경험 연령이 낮아지고 있어 올해 증원된 상담교사의 70%를 초등학교에 배치하도록 시도교육청에 요청했고, 이에 따라 지난해 20명 내외였던 초등학교 전문상담교사가 올해 90여명으로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전문상담교사 외에도 전국 시·도교육청이 인건비 예산 사정에 따라 자율적으로 전문상담사 3700명 정도를 배치하고 있다. 전체 전문상담교사 수보다 많은데, 결국 이것은 학생들을 위한 전문상담 인력이 그만큼 필요하다는 반증"이라며 "학교폭력을 예방하거나 피해가 발생했을 때 피해학생에 대한 치유, 가해학생에 대한 선도 차원에서도 전문상담교사 증원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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