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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으로 대북방송 청취하다 입국한 탈북자의 '편지'


입력 2016.07.14 06:25 수정 2016.07.14 08:54        목용재 기자

대북 방송사에 고마움 표시 "북 대사관 직원도 청취"

"홈페이지 접속 당일 방송 다운 받아 이불 쓰고 들었다"

해외에 파견된 북한 건설 노동자의 모습 ⓒ북한인권정보센터 해외에 파견된 북한 건설 노동자의 모습 ⓒ북한인권정보센터

"안녕하십니까. 저는 국민통일방송(대북방송)의 열렬한 청취자이자 얼마 전 대한민국 국민이 된 탈북자입니다. 해외에서 근무하고 있는 북한 사람들, 대사관 직원들과 해외 파견근로자들이 당신들의 방송을 청취하고 있습니다. 당신들이 하고 있는 대북방송 사업은 매우 중요하며 또 통일을 위한 중요한 걸음입니다."

최근 하나원을 퇴소한 탈북자 김광철 씨(가명)가 민간대북방송사인 국민통일방송 제작진에게 보낸 편지 중 일부를 발췌한 내용이다. 그동안 북한 내부에서 대북방송을 들었거나 혹은 이 때문에 탈북했다는 탈북자들의 증언은 많았다. 하지만 해외에 파견된 북한 사람들이 대북방송을 청취하고 있다는 사실은 정황과 전언이 많았을 뿐, 해외에서 대북방송을 들은 탈북자의 직접적인 증언은 드물었다.

이광백 국민통일방송 대표는 13일 '데일리안'에 "해외에서 대북방송을 청취했다는 사람들의 얘기가 간간히 들려오긴 했지만 이런 분들을 직접만나 확인한 적은 없었다"면서 "특히 스마트폰을 이용해 홈페이지에 접속, 대북방송을 들은 사례는 이번에 처음 확인된 케이스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광철 씨는 북한 해외 노동자로 파견돼 2013년부터 2015년 12월까지 해외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해 대북방송을 청취했고 이 같은 경험이 탈북을 결심하하는데 많은 영향을 미쳤다. 김 씨는 탈북한 이후 하나원에서 교육을 받는 기간 내내 대북방송에 대한 고마움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한다.

김 씨는 LG에서 만든 스마트폰을 러시아 시장에서 구입해 해외파견 기간 동안 사용해왔다. 북한 내부에서보다 외부 매체들을 접할 기회는 많았지만 언어가 능숙치 않았기 때문에 현지 매체 등에 귀 기울이기가 쉽지 않았다는 증언이다. 특히 김 씨는 해외파견 전 국민통일방송 과 자유아시아방송 등을 '대북모략방송'이라고 교육받았던 경험을 떠올려 호기심에 스마트폰으로 해당 방송을 검색해 듣기 시작했다.

라디오를 청취하는 방식은 홈페이지에 접속해 당일 라디오 방송을 다운로드 받아 취침시간이나 혼자 작업을 할 경우에만 이어폰을 이용해 청취했다. 평일에는 국민통일방송(자유조선방송)의 뉴스를, 주말에는 자유아시아방송의 뉴스를 다운받아 청취했다.

김 씨는 본보에 "고향이 그리워서 고향소식을 듣고 싶은데 이런 내용을 전해주는 방송이 없었다. 그런데 대북방송에서는 고향소식이 많이 들려와서 계속 청취하게 됐다"면서 "북한 사람들이 외국어를 잘 모르니까 현지 방송은 취미 갖지 않는 한 보지 않는다"고 증언했다.

김 씨는 "스마트폰 구입에 대해서는 물론 보위부원들이 제지하는데 여기서 2, 3년정도 지내다보면 보위원들이랑도 친해져서 특별히 문제 삼지 않는다. 돈만 조금 쥐어주면 다 같이 고생하는 사람들이라 넘어간다"면서 "다운로드 받아놓은 방송은 취침할 때 리시버를 꽂아놓고 듣는다. 취침할 때 이어폰으로 음악 들으면서 잠자는 사람들이 많아서 의심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간간히 파견된 사람들과 편하게 얘기할 기회가 있는데 사람들이 '황장엽'이나 '장군님 처조카 저격' 이런 말을 내뱉으면 저 사람도 (대북)방송을 듣는구나라고 알게된다"면서 "북한에서는 절대 알 수 없는 내용을 말하는 것은 방송을 들었다는 증거"라고 덧붙였다.

국민통일방송에 따르면 해당 방송의 프로그램을 청취하고 있는 지역, 1위부터 4위까지는 한국, 미국, 중국, 러시아 순이다. 여기에 아프리카와 동유럽, 중동 등의 일부 국가에서도 해당 방송 홈페이지에 접속해 방송을 청취하고 있다.

이광백 대표는 "한국과 미국은 그렇다치더라도 중국과 러시아, 동유럽과 아프리카, 중동 등지에서 우리 방송을 청취할 이유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없다"면서 "하지만 우리 방송을 청취하고 있는 국가들은 북한과 외교관계가 있거나 해외 노동자들이 파견돼 있는 곳이라 북한 사람들이 청취하고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북방송을 청취하고 있는 사람이 노동자일수도 있고, 공관의 외교관일수도 있다"면서 "해외 북한사람들은 고향의 소식이 궁금해 하는데 이 정보를 접할 길이 없으니까 대북방송을 찾아서 듣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음은 탈북자 김광철 씨가 민간대북방송사 국민통일방송 제작진에 보낸 편지 전문.

안녕하십니까. 저는 국민통일방송의 열열한 청취자, 얼마 전에 대한민국 국민이 된 탈북자 입니다. 저는 우선 당신들에게 고맙다는 나의인사를 전하며 당신들이 제작한 방송을 애청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있으며 당신들은 통일에 대한 노력을 말로서가 아니라 행동으로 하고 있는 진정한 애국자들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제보건데 현재 당신들의 사업은 성공한 방송이며 또 앞으로도 성공하리라 믿습니다. 방송을 통해 북조선 사람들에게 진정한 자유민주주의가 어떤 것인가를 알려주는일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북조선 인민들, 당신들은 혼자가 아니며 남조선의 많은 인민들과 세계 진보적 인민들이 북조선 인민들을 응원하고 있으며 열악한 인권을 구원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또 투쟁하고 있다고 전달해주십시요.

제 사례를 놓고보더라도 당신들의 방송은 해외에서 근무하는 있는 북한 사람들 , 대사관 직원들과 해외 파견근로자들이 청취하고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몆백명 몆천명이 청취하고 있는가 하는 것보다는 단 한명이 청취하더라도 진정한 자유민주주의에 대해 똑바로 알고 또 그들이 조국에 귀국해 자기의 형제나 지인들에게 이를 전달하면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직접적으로 방송전달을 할 수 없는 현 실정에서 해외근무자들과 또 그들을 통해 내부에 정보를 전달하는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민주주의와 인권. 우리가 너무도 흔하게 말하고 있는 이 문제들은 북한사람들에게는 너무도 생소한 문제이며 정보의 결핍, 고립된 사회 속에서 살고 있는 그들에겐 너무도 가슴에 와닿는 문제이며 뉴스들입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당신들이 하고있는 사업은 매우 중요하며 또 통일을 위한 중요한 걸음입니다.

누군가는 해야 할 사업을 당신들이 하고 있는데 대해 존경의 마음을 표시합니다. 앞으로도 당신들의 사업을 적극 응원하며 전체 제작진 여러분이 건강하여 성과를 거둘 것을 진심으로 바랍니다.

2016년 7월 9일 새벽 김광철 올림

목용재 기자 (morkk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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